[아미랑] 기억을 꺼내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입력 2022.09.21 08:50

<암이 예술을 만나면>

일러스트
헬스조선DB

몸이 아프면 자꾸 힘든 생각이 떠오르고, 힘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러면 몸은 더 가라앉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위로가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아픔과 감정의 패턴을 끊으려면 ‘행복한 기억’을 소환하세요.

지난번 함께 그려보았던 내면의 정원은 잘 가꾸고 계신가요? 오늘은 그곳에 행복한 기억들을 초대해 보겠습니다. 막연하게만 여기실까봐 제가 만났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60대 중반에 폐암으로 투병 중이신 한 남성 환자입니다. 이제 퇴직하고 생계에 보탬도 되지 못하는데, 자신의 질병이 가족들에게 폐가 되는 것 같다며 지속적인 무기력과 우울을 느끼던 분입니다.

마음 속 행복한 기억을 그림으로 나누는 시간, 그 환자 분은 ‘리비아에서 힘차게 일하던 젊은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 찌는 듯한 무더위, 낯선 나라에서 겪는 차별과 무시, 한국에 있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 인생의 가장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동생들이 공부를 마쳤고 가족들이 경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듣기에 이 장면은 행복했던 기억이라기보다는 열심히 살았던 기억에 가까웠지만, 이 분에게는 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게 삶의 가장 중요한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그 장면을 제가 그림으로 그려드렸는데요.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는 “나도 이제는 가족들에게 조금 기대도 되겠네요. 그 시절 많이 애썼으니 지금은 좀 쉬어도 되는 것이겠죠?”라며 자신의 상황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바삐 살다가 건강검진에서 위암 진단을 받고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겪고 있는 30대 후반의 여성 환자도 있었습니다. 암 진단에 대한 충격, 어린 자녀를 향한 미안함, 남편을 향한 분노, 쉬지 않고 쌓아온 커리어가 멈추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질병에 대한 공포 등으로 매우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머리에서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슴은 불안이 불안을 낳고 몸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달군 프라이팬에 버터가 녹듯 자신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시간, 그 분은 “아이에게 젖 먹이던 때”라고 답하셨습니다. 잠도 못 자고 정말 힘들었지만, 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던 그 때의 그 기억이 본인의 삶 최고의 장면이라고요. 아이가 바라보는 눈빛, 품에서 느껴지는 체온, 꼬물거리는 아이의 손가락.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진정한 엄마로 만들어주었다며 웃으셨습니다.

잠시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변화가 생깁니다. 존재감 때문에 불안에 떨던 환자가 아이를 가슴에 안은 모성애 가득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전환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지요.

마음의 정원에 행복한 기억을 초대해 보세요. 저는 저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인정을 베풀어주었던 할머니와 강아지 바둑이를 초대합니다.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 때문에 제 어린 시절 베스트프렌드이자 첫 번째 보호자는 할머니셨습니다. 제가 “할머니”하고 부르면 어디서든 달려와서 안아주시던 마음 넉넉하고 웃음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동네의 모든 강아지와 모든 화단을 돌보시던 친근하고 다정한 할머니를 제 정원에 초대합니다. 행복한 순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바둑이는 제가 심심할 때마다 테니스공을 저에게 굴리던 충성스러운 강아지입니다. 이 둘을 제 마음에 초대하면 그 시절 그 행복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꿈꾸는 것처럼 살아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언제나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누리는 이 세상의 공기와 햇살에 감사합니다.
지금 여기에 숨 쉬고 있는 나의 호흡에 감사합니다.
나는 슬픔을 지나 생동감을 느낍니다.
나는 불안을 지나 용기를 얻습니다.
나는 절망을 지나 희망을 향합니다.
나는 나의 몸과 마음이 평안하길 바랍니다.

나의 마음에 행복한 기억을 초대하면
나의 마음에 행복한 꽃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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