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 느는데…‘응급처치 까막눈’ 여전히 많다?[헬스컷]

학교 실습 부족, 교육 받아도 11%만 제대로 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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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헬스조선DB
길에 쓰러진 행인을 구한 ‘의인’들이 심심찮게 보도됩니다.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환자를 살려냈단 소식인데요. 기뻐하지만 말고, 한 번쯤은 반대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일 심정지 환자 주변에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시민이 없었다면? 환자는 아마도 사망했을 겁니다. 시민 개개인의 응급처치 능력은 동료 시민의 목숨을 살리는 사회 안전망입니다. 특히 ‘고령사회’가 된 대한민국에선 더 그렇습니다. 나이 든 심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늘며 심정지 환자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 밖’ 심정지 살리려면… 누구나 응급처치법 알아야
세상이 나이 들어갑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6.5%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였습니다. 2025년엔 고령인구 비중이 20.3%에 달하며 한국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지며 심혈관계 질환 환자가 늘면, 혈액을 순환시키던 심장이 갑자기 멎는 ‘급성심장정지’ 환자도 덩달아 많아집니다. 2006년 인구 10만 명당 39.8명에서 발생하던 심정지가 2020년 들어선 인구 10만 명당 61.1명꼴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심정지가 발생한 즉시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는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의료인이 없는 곳에서 발생하는 심정지 사례가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는 겁니다. 2019년 통계청이 심정지 발생 장소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39.3%가 가정에서, 6.4%가 도로·고속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심정지 환자를 회복 불가능한 뇌 손상 없이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4~6분에 불과합니다. 이후엔 목숨을 부지하더라도 뇌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응급 의료진을 호출해도, 의료진이 도착하기 전까진 환자 옆의 일반인이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응급처치 배운 5명 중 1명만 제대로… “실습 부족한 탓”
심폐소생술을 처음 배우는 곳은 보통 초·중·고를 비롯한 ‘배움터’입니다. 학교보건법 제9조의 2에 따라 학교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이죠. 그러나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았습니다. 지난 12월 한국소비자원이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등학교 재학 시기에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대학생 164명 중 약 절반인 92명(56.4%)만이 응급처치 순서를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응급처치 순서·심폐소생술 방법·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모두 숙지해 적절한 응급처치 지식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19명(11.7%)에 불과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처치는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이르는 의무교육 기간은 보건교사의 지도에 따라 이를 반복 훈련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그러나 응급처치 교육 일선에선 ‘실습 시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재 심폐소생술은 ▲창의적 재량수업 ▲체육 ▲안전교육 시간이나, ‘국어’ 처럼 ‘보건’이 개별 과목으로 편성된 학교에 한해 보건수업에서 다룹니다. 경기도 오산시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혜민 보건교사는 “17차시 가량의 보건수업 중 2차시를 할애해 심폐소생술을 가르친다”며 “교사는 하난데 학생은 20명 이상이니, 정확한 응급처치법을 1:1로 지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대입을 앞두고 국어·영어·수학 수업에 몰두하는 고등학교는 상황이 더 나쁩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고등학교의 김대승 보건교사는 “심폐소생술 수업이 학교 연간 일정에 의무적으로 편성되지만, 한 해에 한 번 정도라 수업할 시간이 많진 않다”며 “지금의 수업만으로 학생들이 실제 응급상황 대처 능력을 갖추기엔 부족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코로나 19도 한몫했습니다. 대면 수업이 줄다 보니 영상 자료 시청으로 실습을 대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손바닥 아래로 양 유두 사이 정중앙을 5cm 누르기
심정지 환자의 명운은 응급처치 시행 여부와 방법의 정확도에 따라 갈립니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을 받은 심정지 환자의 약 15%가 생존했습니다. 아무에게도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은 환자는 6.2%만이 살아남았습니다. 119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할 수 있는 최상의 응급처치가 바로 ‘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인 이유입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을 땐 우선 의식을 확인해야 합니다. 서울시 양천소방서 홍보교육팀 정태양 반장은 “환자의 양어깨를 두드리는 등 자극을 줘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바로 119에 신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호흡이 비정상적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슴과 배가 오르내리지 않는다든가 ▲숨이 컥컥 거리며 나온다든가 ▲숨 쉬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든가 ▲코를 골거나 딸꾹질하듯 숨 쉰다든가 ▲헐떡거린다든가 하는 경우입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이정아 교수는 “임종 단계 호흡을 하는 환자는 심장이 이미 멎은 상태여도 숨 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쓰러진 사람의 호흡이 건강한 사람의 평상시 호흡과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일단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의식이 없는지, 숨을 쉬지 않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땐 일단 119에 전화하고, 대원이 묻는 말에 차근차근 답하면 됩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땐 팔꿈치를 완전히 핀 채로 환자의 양 유두 사이 정중앙을 압박해야 합니다. 이곳에다 손바닥 전체가 아닌, 손바닥 아래 도톰한 부분을 대고 분당 100~120회 누르는 겁니다. 누르는 깊이가 5cm는 돼야 합니다. 압박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는 만큼 심폐소생술 도중에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질 수 있습니다. 인공호흡을 하지 않고 흉부 압박만 해도 환자 생존율이 2~3배는 높아집니다.

응급처치 지식을 숙지해도 쓰러진 사람을 보면 당황하는 게 보통입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119에 신고하는 게 상책입니다. 정태양 반장은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면 ‘119 의료지도팀’에서 음성과 영상으로 심폐소생술 방법을 아주 상세히 안내해준다”며 “심정지 아닌 기도폐쇄나 중증 외상 등 응급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니, 응급처치법을 모른다고 주눅 들지 말고 바로 119에 전화하라”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