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갑자기 찾아온 암이라는 질병은 우리의 마음을 두렵고 불안하게 만듭니다. 어느 날은 긍정적인 마음을 다해 힘을 내보지만 어느 날은 세상에 이렇게 아프고 힘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 외롭고 우울해집니다. 또 어느 날은 ‘왜 내가 아파야 하는지?’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화가 나는 감정을 겪기도 하지요. 몸도 아픈데 오락가락하는 날씨처럼 종잡을 수 없는 나의 감정 때문에 더 지치거나 무기력해지지는 않나요?
예측하지 못했던 암 진단 이후, 처방된 치료를 성실하게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환자의 심리‧사회‧영적 관리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요. 하지만 우린 우리의 감정을 잘 돌봐주지 못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내가 먼저 챙기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의 감정을 먼저 알아 차려주지 않고 나의 감정을 돌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미술치료사인 저는, 질병의 여정에서 지친 여러분 마음을 스스로 돌보는 방법을 제안하려 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그동안 보살피지 못했던 자신의 연약한 감정을 보살펴주고, 상처받는 마음을 두 팔 벌려 안아주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 과정은 매서운 바람에 코끝마저 시려오는 차가운 겨울날이 지나고 언 땅에서 새싹이 돋아 올라 어느새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가 드리는 첫 번째 제안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곳, 내면의 정원을 준비하세요.
정원을 소유한 사람들은 계절에 순종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땅을 일구기 위해 계획하고 정성을 들입니다. 진딧물이 붙은 꽃나무를 살피고 바람에 쓰러진 꽃대가 있다면 지지대를 만들어 주지요. 캄캄한 밤 초대하지 않은 동물이 와서 내가 소중하게 키운 꽃밭을 엉망으로 만든다면 그 동물들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높은 울타리를 세워 내 땅을 지켜내야지요.
어떤 정원을 꾸미고 싶은가요? 흐드러지게 꽃이 많이 피는 정원이 좋으신가요? 꽃보다 의자와 테이블을 많이 놓고 주변 지인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유기견이나 유기묘에게 안전한 공간을 내어주는 그런 넉넉한 인심이 담긴 공간이길 원하시나요?
우리의 내면에는 심리적 공간이 존재합니다. 그 안에서 온전히 내가 주인이 돼 주체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그 공간을 아름답게 가꿔보세요. 누구를 위한 공간이 아닌, 나를 위한 공간, 나를 위로하는 공간, 나를 돌보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상상해보셔도 좋습니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상상은 실제 일상에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행동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들 내면의 정원에서 자라게 될 풍성한 열매와 초록의 생명들을 기대합니다.
실제 작업해보실 수 있다면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른 정원의 한 장면을 그려보세요.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면 글을 적어보셔도 좋습니다. 실제 작업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함께 마음속으로 반짝이는 정원을 꿈꿔본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하나의 캔버스가 돼 담아냈으니까요.
저는 마음 속 정원을 상상하며 위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누구나 잠시 쉬었다가 갈 수 있는 물가가 있는 정원입니다. 제 정원을 찾아주는 친구들에게는 더위를 피해 선선한 바람을 선물해주고 밤새 제 정원에 놀러 오는 동물들에게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물 한 모금을 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꿈꿉니다. 제 단짝 강아지와 함께 이곳에서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언제든 제 정원에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