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걱정돼 병원 갔는데, 왜 우울증 얘기를?

입력 2022.08.12 23:00

노인의 뒷모습
노인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인 우울증 환자에게도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감·무기력증과 함께 최근 갑자기 기억력이 저하됐거나 기분에 따라 기억력에도 영향을 받는다면 치매가 아닌 노인 우울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실제 치매가 의심돼 병원을 찾았으나 우울증 진단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울증은 의욕 저하, 우울감을 비롯해 여러 정신·신체적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노년기 정신건강 문제기도 하다.

노인 우울증 환자 역시 젊은 우울증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거나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떨어지며, 입맛이 줄고 잠을 잘 못 잔다. 특히 노인의 경우 몸이 이곳저곳 아프고, 소화가 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해지는 등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한다.

노인 우울증 환자는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등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인지 기능이 어떻게 악화돼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인지기능과 2~3년 전 기억력을 확인하고, 지난해와 올해 기억력 또한 비교해봐야 한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주요 원인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인지능력이 서서히 악화된다. 반면 우울증 환자의 경우 기억력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기분에 따라 기억력이 좋아지고 나빠지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우울증이나 치매가 있으면 일상적인 활동이 줄어드는데, 우울증 환자의 경우 의욕이 없고 귀찮아서 활동을 ‘안 하는 것’이지만, 치매환자는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겨 활동을 ‘못하는 것’이다. 보다 정확한 구분을 위해서는 병원을 방문해 인지 기능 검사와 뇌 영상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당장 치매가 아니어도 노인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젊었을 때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중년 이후 우울증이 생긴 경우(만발성 우울증)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 ▲우울증 초기부터 인지기능 문제가 동반되거나 ▲치료 중 우울 증상은 좋아졌지만 기억력이 호전되지 않은 경우 ▲우울증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에도 신경퇴행성 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우울 증상이 생기면 치매가 더 빠르게 진행될 위험이 있다.

노인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과 같은 약물을 사용해 치료한다.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안정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할 수 있어 고령 환자도 불편함 없이 복용 가능하다. 앓고 있는 신체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물, 특정 사건, 불안정한 환경요인 등에 의해 우울증이 생긴 경우에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은 교수는 “노년층의 경우 우울한 기분을 분명하게 호소하지 않아도 이면에 우울증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나이가 들어 우울증이 발생했다면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고, 치매 진행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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