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가 싫은 사람들이 있다, 환 공포증 왜?

입력 2022.08.06 23:00

환
환 공포증은 독이 있는 동물을 피하고자, 혹은 피부 질환을 겪은 이후 환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서 등의 이유로 유발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연씨(연꽃 씨), 현무암, 수포 덩어리 등 동그란 구멍을 보면 소름이 쫙 끼치고, 온몸이 가렵다며 소스라치게 피하는 사람이 있다. 흔히 환 공포증이라고 하는데, 이런 반응은 왜 나타나는 걸까? 여러 가설이 있다.

진화하면서 생긴 공포감일 수 있다. 심리학회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동그란 무늬를 지닌 동물들에는 독이 있는 특성이 있어, 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생긴 반응이라고 밝혔다. 영국 에식스대 심리학과 아널드 윌킨슨(Arnold Wilkins) 교수 연구팀은 환 공포증을 유발하는 대상 이미지 76개와 환이 있지만 환 공포증을 유발하지 않는 대상 이미지 76개를 비교 분석했다. 환 공포증을 유발하는 이미지의 패턴 간격, 명암 등 특징을 표준화했다. 이후 푸른띠문어, 점박이전갈, 킹코브라 등 독을 가진 동물에서 보이는 패턴과 비교했다. 그 결과, 환 공포증을 일으키는 이미지와 맹독성 동물의 무늬 패턴이 간격, 명암비 등 특징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구의 약 16%나 환 공포증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공포증이 없는 사람도 환 공포증을 유발하는 이미지보다 다른 이미지를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독이 있는 동물을 분별하기 위해 진화하며 뇌에 환을 피하라는 인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부질환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피부질환 증상이 공포증을 유발하는 환 패턴과 유사해, 무의식적으로 피부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환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것. 일본 규슈대 예술과학부 야마다 유키(Yuki Yamada) 박사 연구팀은 856명을 대상으로 환 공포증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불편함 정도를 매기게 했다. 이후 실험참가자의 피부질환 병력을 살펴봤다. 2개 이상의 피부 질환을 겪었을 때 병력이 있다고 봤다. 확실한 결과 도출을 위해 연구팀은 다른 집단에서 690명의 추가 참가자를 모집해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두 실험에서 모두 피부 질환을 겪은 적이 있던 사람이 없던 사람보다 환 공포증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피부질환에 대한 비자발적 보호 반응으로, 과거 피부질환에 노출된 적이 있던 사람은 피부질환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관련된 시각 노출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가려움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 공포증은 다른 공포증보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 보통 공포증을 유발하는 다른 특정 대상을 봤을 땐 현기증, 두근거림, 떨림, 흉통 등 실제로 생활이 힘들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환을 보는 것만으로는 이런 공포증 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으며, 징그럽거나 소름 끼친다는 느낌 정도만 드는 경우가 많다. 환 공포증은 정신질환 진단 가이드인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의 다섯 번째 개정판(약칭 DSM-5)에서 실제 공포증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는 "환 공포증은 특정 공포증 분류에 속하지 않는다"며 "공포라기보다는 혐오로 설명하는 것이 더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혹여 환 공포증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질병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상담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환을 쳐다보지 않으면서 크게 심호흡을 하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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