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뒤끝… 후각 넘어 뇌까지 침범한다

입력 2022.08.02 01:00
후각 상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후각을 잃은 60세 이상 환자는 인지 기능 저하에 취약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냄새를 맡는 감각인 후각 기능이 떨어졌다면 뇌의 기능인 인지 기능도 주의해 살펴봐야 한다. 두 기관 사이 관련이 깊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연구를 통해 입증돼왔다. 특히 급격히 후각을 잃었을 때 되돌릴 수 없는 퇴행성 뇌 질환인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후유증으로 급격한 후각 상실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뇌 기능이 떨어질까?

◇뇌 구조적으로 변하며 후각 상실 유발
후각 상실이 뇌의 구조적 변화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 이비인후과 연구팀은 성인 515명을 대상으로 후각과 뇌 기능 변화를 약 20년 동안 추적 분석했다. 연구팀은 매년 실험 참가자의 냄새를 식별하는 능력, 인지 능력, 치매 징후 등을 확인했다. 이후 실험참가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후각을 빠르게 상실한 사람들은 치매, 기억과 관련된 뇌 회백질 부피가 더 작았다. 회백질은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서 신경 세포체가 밀집돼 있어 더 짙게 보이는 부분으로, 뇌의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시각 등과 관련된 회백질 부위보다 편도체, 내후각피질 등 주요 후각 영역에서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이 정도 위험은 후각 상실이 알츠하이머 발병의 유전적 위험인자로 알려진 APOE-e4 유전자를 지닌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연구는 후각 상실이 치매 발현을 예고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뇌의 구조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후각이 천천히 감소하는 사람보다 급격히 감소 하는 사람에게서 뇌 수축 변화가 더 확실하게 나타났다. 몇 년 안에 후각을 상실한 사람은 수십 년 동안 서서히 후각을 잃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2배 가까이 컸다.

◇코로나 후유증 후각 상실도 인지기능으로 이어질 가능성 있어
매우 빠르게 후각이 사라지는 코로나19 환자는 어떨까? 코로나19 관련 후각 상실도 인지 장애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아르헨티나 연구팀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협회 연례총회에서 "코로나19 이후 후각 상실은 코로나에 걸렸을 때 얼마나 아팠는지와 상관없이 인지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코로나로 후각 상실을 경험한 55∼95세의 성인 76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후 1년에 걸쳐 인지 기능을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3명 중 2명이 인지 기능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절반은 손상 정도가 심각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부에노스아이레스 가톨릭대학 가브리엘라 곤살레스 교수는 "우리의 자료는 코로나를 얼마나 심하게 앓았느냐와 무관하게 후각 장애가 있다면 60세 이상은 코로나에서 회복된 후 인지 손상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6개월 이상 후각 상실이 지속됐다고 보고한 코로나19 환자는 전 세계 확진자의 약 5%(2700만명)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