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도… 스마트폰 없으면 ‘볼 일’ 못 보는 사람들

입력 2022.06.30 17:00

단지 기분 탓… 배변에 영향 안줘
치핵 위험 높아질 수도… 5분 내 배변 마쳐야

변기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는 그림
일러스트=박상철
그 시절 화장실에 가는 어른들의 손에는 늘 신문이나 잡지가 들려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화장실에 갈 때면 스마트폰을 필수적으로 지참한다. 황급히 볼 일을 보러 가다가도 갑자기 멈춰 배를 부여잡고 스마트폰을 찾아다닌다. ‘스마트폰 중독’, ‘치질 위험’과 같은 경고도 통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정말 ‘거사’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왠지 변이 잘 나온다? ‘기분 탓’입니다
주변에서도 대변을 볼 때 반드시 스마트폰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매일 같은 시간 화장실에 앉아 SNS나 커뮤니티, 기사 등을 둘러보는 게 ‘루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스마트폰을 봐야 집중이 잘 되고 대변 배출도 원활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배변활동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스마트폰을 보면 변이 잘 나온다고 느끼는 이유는 습관에서 비롯된 심리적 요인, 한 마디로 ‘기분 탓’이다. 대변을 볼 때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니, 스마트폰이 있어야 허전하지 않고 편안하며 괜히 대변도 잘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신문·잡지를 읽고 담배를 피우는 등 평소 변기에 앉아 습관처럼 해온 모든 행동들이 변을 볼 때 이 같은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느낌일 뿐, 실제 배변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배변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도 원인일 수 있다. 변기에 앉아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볼 일을 다 봤다는 사실마저 잊을 만큼 빠르게 변을 본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이로 인해 왠지 변이 더 잘 나온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착각이다. 스마트폰에 빠져 변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드는 느낌일 뿐이며, 오히려 체감하는 시간과 달리 실제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은 더 늘어난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다보니 없으면 약간의 불안함이 생길 수 있으나, 배변활동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변 배출이 수월하다고 느끼는 것 역시 다른 일에 빠지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알람 맞춰놓고 5분 내에 끝내야
건강을 위해서는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갖고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변기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항문에 혈액이 쏠려 ‘치핵’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치핵은 항문 안쪽 점막 혈액이 뭉쳐 혹 같은 덩어리가 생기는 질환으로, 항문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 중 약 80%를 차지한다. 치핵을 방치하면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나오고, 덩어리 크기가 점차 커져 변을 보기 어려워진다. 또한 출혈이나 염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당장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수 없다면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변기에 앉아 스마트폰을 사용하되, 시간을 5~7분 정도로 정해두는 식이다. 김 교수는 “적절한 배변 시간은 5분 이내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대부분 10분을 넘어선다”며 “반드시 스마트폰을 갖고 들어가야 한다면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알람을 맞춰 제시간에 볼 일을 보고 나오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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