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도 난청환자, 인공와우로 소리 듣고 남은 청력도 보존 가능"

입력 2022.06.22 09:13

전문의가 알려주는 질환_ 난청 인공와우

달팽이관에 전극 이식하는 수술
소리를 전기로 바꿔 청신경 자극
잔존 청력, 사용 전극 따라 좌우돼

기존 기기 장점 합친 '얇은 와우축'
1년 후 65%가 청력 완전·부분 보존
유전자 검사로 효과 예측도 가능

난청은 환자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도에 따라 경도·중등도·고도·심도 4단계로 구분된다. 고·심도 난청 환자의 경우 달팽이관(와우) 손상이 심하고 잔존 청력이 거의 없는 상태로, 경도·중등도 난청 치료에 사용되는 보청기, 중이 임플란트만으로는 청력 재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만이 어음변별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인공와우는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준 후, 청신경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며 "수술 효과를 높이려면 수술 전 적절한 전극 장치와 수술 기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수술 기법 발전으로 보다 많은 난청환자가 남은 청력을 보존하면서 안전하게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고·심도 난청 환자, '인공와우'가 유일한 대안

인공와우 이식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는 수술이다. 삽입된 전극이 유모세포 대신 소리 자극을 전기 신호로 바꾸면, 신호가 청각 신경을 거쳐 뇌에 전달돼 소리를 듣게 된다. 외부에 부착된 장치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내부 장치로 보내고, 내부 장치는 디지털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 청신경을 자극한다.

고·심도 난청 환자는 소리를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능력이 매우 저하되거나 상실돼, 소리 자극을 키워주는 보청기만으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때문에 이 같은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와우가 필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으면 난청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도 개선될 수 있다. 반면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합병증 또한 악화돼 치료가 어려워진다.

◇청신경·달팽이관 상태 확인… 전극 선택 중요

효과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수술 전 MRI 등을 통해 난청 원인과 달팽이관 상태, 청신경 굵기, 청신경과 연결된 신경 세포 수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고나 질환으로 인해 청신경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 인공와우를 삽입해도 청신경을 자극하기 어렵고, 달팽이관에 심각한 기형이 있는 환자, 달팽이관이 골화된 환자 또한 전극 삽입이 불가능할 수 있다.

환자에게 적절한 전극을 선택·삽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용되는 전극에 따라 환자에게 남아있는 청력, 즉 잔청을 보존하는 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환자에게 이식되는 전극은 주로 '굵은 와우축 전극'과 '얇은 일자 전극'이었다. 굵은 와우축 전극은 전극과 와우축 청신경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 신경원 세포를 효율적으로 자극한다. 다만 고음급추형 난청(저주파 청력이 유지된 채 고주파 청력만 저하되는 난청) 환자의 경우에는 삽입 과정에서 굵은 두께로 인해 달팽이관이 손상되고 잔청이 소멸될 우려가 있었다. 이 같은 환자에게는 얇은 일자 전극을 주로 삽입해왔으나, 이 또한 청신경과 거리가 멀어 신경원세포 수가 감소함에 따라 어음 변별이 저하되는 점이 한계로 남았다.

◇얇은 와우축 전극, 잔청 보존 효과 확인

잔청을 보존해야 하는 고음급추형 난청 환자에게는 '얇은 와우축 전극'이 대안이 되고 있다. 얇은 와우축 전극은 청신경과 가까운 굵은 와우축 전극과 얇게 제작된 일자 전극의 장점을 합친 전극으로, 저주파 청력을 지키는 동시에 중주파수·고주파수 또한 잘 들을 수 있도록 청신경을 효율적으로 자극한다.

최근 최병윤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얇은 와우축 전극을 삽입한 환자 역시 일자 전극을 삽입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공와우 수술 1년 후까지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잔청이 보존되는 비율이 65%에 달했다. 굵은 와우축 전극처럼 청신경을 잘 자극하면서도, 잔청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수술 후 달팽이관 내 면역반응 등에 의해 잔청이 소실되는 경우, 얇은 와우축 전극은 수술 후 한 달 이내에 잔청 소실이 발견된 반면, 얇은 일자 전극은 3개월 후부터 잔청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얇은 와우축 전극을 사용하면 수술 수개월 후보다 수술 당시와 수술 초기에 잔청 보존에 더 신경을 써야함을 시사하며, 이를 고려한 약물 투입 등을 통해 잔청 보존 확률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밖에도 최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잔청 보존 효과가 좋은 환자들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에는 별다른 선택지 없이 고음급추형 난청 환자에게도 얇은 일자 전극을 사용했다면, 현재는 대부분 얇은 와우축 전극을 적용하고 있다"며 "저주파 잔청이 많이 남아있는 난청 환자 역시 인공와우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증상을 파악하고 인공와우 수술 필요 여부를 확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