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영양정보는 '알권리'… 배달앱서 보기 어려운 이유

입력 2022.06.15 17:31

[점검! 배달음식]①영양편

배달앱
배달앱에선 음식 영양정보를 거의 볼 수 없다. 영양정보라도 잘 보이면 똑똑한 소비자들이 가려 먹을 수도 있겠지만, 영양정보가 없으니 선택권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배달음식 전성시대.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음식 거래액은 2022년 1분기 기준 약 7조원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 1분기(약 1조원)와 비교해 7배나 증가한 수치다.

배달음식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지만, ‘영양’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소비자들은 배달앱에서 후기가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며, 빨리 배달되는 음식을 선택한다. 이대로 괜찮을까?

국민생활과학자문단에서 지난 10일 ‘코로나 시대, 배달음식과 국민건강’ 포럼을 개최했다. 이 날 포럼에서 전향숙 국민생활과학자문단 먹거리분과위원장(중앙대)은 “코로나 2년간 배달음식 시장이 폭증했다”며 “이제 배달음식의 영양, 식품위생, 환경적 측면 등을 점검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먼저 배달음식과 영양에 대해 살펴본다. 

◇배달 선호 음식들… 건강엔 ‘글쎄’
배달음식을 시킬 때 건강을 따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 이용제 교수는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선택하는 이유를 종합하면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 간편히 먹고 싶어서'”라며 “그러다보니 영양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배달음식은 이제 일상식이 됐다. 코로나 이후 소비자 절반 이상(57.1%)이 주1~3회 배달음식을 먹고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건강을 따져야 하지만, 선호 메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2020년 소비자 선호 배달음식 1위는 치킨이다. 2위 중식, 3위 한식으로 조사됐다. 2018년, 2019년에도 선호 배달음식 1위는 치킨, 2위는 중식이었다.

영양을 따지기엔 메뉴부터가 한계가 있다. 이용제 교수는 “대체로 짜고 기름지고 단 음식들”이라며 “이런 음식을 먹으면 혈액이 짜고 기름지고 달아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용제 교수 발표에 따르면 치킨 한 마리의 칼로리는 1700~1800kcal 달한다. 3분의 1만 먹어도 600kcal에 육박한다. 나트륨 역시 하루 권장량(2000mg)을 훌쩍 뛰어 넘는다.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의 나트륨 함량은 평균 2290mg, 양념 치킨의 경우 3989mg로 더 심각하다. 중식의 경우엔 자장면은 796.5kcal, 짬뽕은 464.46kcal며, 나트륨은 많이 들었다. 자장면은 2391mg, 짬뽕은 1446mg나 된다.

영양 불량 배달음식은 건강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3년’과 ‘코로나 초기(2019년 12월~ 2020년 5월)’의 환자를 비교했더니 코로나 초기에 대사증후군 환자가 21% 늘었다.

◇배달앱에서 찾을 수 없는 '영양정보'
과자나 라면 뒤에 보면 영양정보 표시가 있다. 칼로리·나트륨·당류·포화지방·단백질 등의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배달앱에선 음식 영양정보를 거의 볼 수 없다. 영양정보라도 잘 보이면, 똑똑한 소비자들이 가려 먹을 수도 있겠지만, 영양정보가 없으니 선택권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 가공식품과 달리 조리된 음식의 경우는 영양정보 표시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과자, 라면 등 대다수 가공식품은 영양성분 함량을 필수로 공개해야 한다. 다만 조리된 식품은 영양성분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조리 과정에 따라 영양성분이 달라지기 때문. 몇몇 조리된 식품은 영양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점포수 50개 이상 프랜차이즈 업체가 판매하는 햄버거, 피자가 대표적이다. 햄버거나 피자가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치킨은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영양정보 표시 의무가 없다. 가장 선호하는 배달 메뉴인데도 영양정보를 잘 알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은 “햄버거·피자 등 영양정보 표시가 의무화된 메뉴마저도 글씨가 작아 배달 앱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양정보는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위험도를 낮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 식품 구입을 할 때 영양성분을 확인하지 않는 그룹이 영양정보 확인 그룹보다 대사증후군 발병률이 1.9배 높았다.

소비자들은 영양정보 표시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10년 전엔 2011년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의 86%는 '배달음식 영양정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75%는 '배달음식 영양정보 표시 의무화'를 찬성했다. 이용제 교수는 "배달음식에 영양정보 표시를 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알권리”라며 “배달음식 영양정보 표시가 의무화 돼 소비자가 영양에 대해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음식 영양에 무슨 문제 있나
배달음식은 대체적으로 가공된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이용제 교수는 “문제는 가공을 거치면서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 같은 미세영양소 떨어져나가게 된다”고 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이 많이 든 것도 문제다. 

단백질의 경우도 가공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조미를 하고, 발색제·보존제 등이 들어가게 된다. 역시 건강에 좋을 리는 없다.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이용제 교수는 "가공 과정을 거치는 음식일수록 미세영양소를 다 잃어버리고 거대영양소만 남아 지방으로 쌓인다"며 "거대영양소를 몸에 축적하지 않고 다 쓰게 하는 것이 미세영양소인데, 미세영양소가 부족해지면서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