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의료계의 내막… 그 잔인한 현실을 알고 싶다면?

[건강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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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의료》/사진=사월의책 제공

영국·아일랜드 의료계에서 존경받는 의사인 셰이머스 오마호니가 신간을 펴냈다. 제목은 '병든 의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십 년 간의 임상경험에서 느낀 현대 의료의 문제들을 낱낱이 고발한다.

저자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는 데 몰두한 의료계 ▲예방을 명목으로 의미 없는 약물을 강요하는 의산 복합체 ▲치료와 관계없이 연구 실적만 중시하는 과학주의 ▲환자 권리를 내세워 의료라는 공공재를 소비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소비자주의를 개선 대상으로 봤다.

특히 의료계가 쓸데없는 새 질병을 만들었다며 '글루텐 과민증'을 근거로 들었다. 글루텐 식이장애로 소화기질환을 앓는 환자가 있긴 하지만 소수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전문가 합의만으로 다수의 사람을 환자로 정의함으로써 제약회사와 글루텐프리 식품산업만 번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한다. 고지혈증과 고혈압 기준이 해마다 낮아지면서 환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이와 관련한 사례다.

활발한 의학 연구도 대부분 허구(虛構)라고 주장한다. 의학 연구 동기가 연구비 지원, 학위 취득과 승진, 논문 게재편수 늘리기로 점철돼 대부분 실제 치료와 관계없다는 것이다. 현장의 의사보다는 의학연구자를 우대하는 현대의 과학주의가 배후에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저자는 현대 의료가 질병의 정복을 장담하기보다 '연민'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가능한 완치보다는 고통 경감과 완화치료를 위해 노력하며, 수명 연장보다는 호스피스 돌봄에 가치를 두는 참된 인간적 의료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비관적이다. 기존 의료시스템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의사, 경영자, 제약회사, 환자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너무 단단해 의료서비스의 평등한 배분과 참된 인간적 의료를 회복하기에 어려운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현대 의료의 화려한 거짓말들에 대한 통렬하고도 우아한 고발장이다. 인간은 질병의 다발이 아니고, 노화와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의료는 공공재로서 공평하게 배분돼야 하는 자원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깨우쳐준다. 더불어 질병의 정복을 호언장담하기보다 필수의료에 집중하며, 죽음에 임해서는 완화치료와 호스피스 돌봄을 통해 고통을 완화하는 것, 그것이 의학의 본래 사명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일깨운다. 344쪽, 사월의책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