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약] 간암도 면역항암제 등장… 치료 판도 바꿀까

입력 2022.05.06 07:30

로슈 '티쎈트릭' 병용요법, 1차 치료제로 보험
15년 만에 효과 좋은 약 등장… 기대감 커​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간임 1차 치료제로 급여권에 진입, 치료제 시장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로슈 제공

최근 간암 환자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5월 1일자로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이 1차 치료제(처음 쓸수 있는 약)로 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수술이 불가능했던 3기 이상 말기 간암 환자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등장했다.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은 표적항암제 '아바스틴'과 같이 써야 하는데, 간암 치료제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15년 만에 등장한 '넥사바' 뛰어넘는 약
티쎈트릭의 1차 치료제 급여적용은 첫 번째 간암치료제가 등장한 이후 15년 만에 이를 뛰어넘는 약이 등장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꾸준히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한 다른 암종과 달리 간암은 지난 15년 동안 간암 표적항암제 '넥사바'의 효과를 뛰어넘는 약이 없었다.

그간 간암치료에 사용하는 항암제는 바이엘의 '넥사바'와 에자이의 '렌비마'로 제한됐다. 넥사바는 2008년 국내에서 간세포암 치료제 적응증을 획득한 이후 10년간 간암시장을 독점했고, 2018년에야 두 번째 치료제인 렌비마가 등장했다. 렌비마는 10년 만에 등장한 간암 치료제로 관심이 쏠렸으나, 생존율 연장 측면에서 넥사바와 큰 차이가 없었다. 넥사바와 렌비마 모두 종양 억제 효과는 있으나, 실제 환자의 수명연장 효과는 6개월~1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티쎈트릭은 임상시험을 통해 아바스틴과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평균 1년 7개월(19.2개월) 이상 생존기간을 연장함을 입증한 바 있다.

◇간암 치료 판도 바꿀 면역항암제 등장
이 때문에 본격적인 티쎈트릭 사용을 앞둔 의료현장에선 기대감이 크다. 1차 치료제 급여 적용으로 간암치료제 경향이 완전히 바뀔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는 "간암은 폐암 등 다른 암과 달리 표적항암제가 마땅치 않아 예후 예측도 어렵고 장기 생존율도 낮았다"라며 "면역항암제는 이 같은 흐름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옵디보나 키트루다 등 다른 면역항암제의 사용 경향을 보면, 2년 이상까지도 면역항암제 효과가 유지될 수가 있어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도 비슷할 것이라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간암은 항암제 효과가 떨어지다 보니 전이 등으로 인해 수술이나 색전술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무리하게 진행하다 간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젠 무리한 수술 대신 티쎈트릭과 아바스틴을 사용해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넥사바와 렌비마는 선택의 문제였다면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특별한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우선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앞으로는 간암 치료제 판도가 매우 크게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환자 접근성 개선 측면에서 특히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는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넥사바보다 뛰어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보여 2020년 미국 FDA에서 허가를 받았음에도 국내에선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 접근성이 매우 떨어졌었다"며 "이번 급여 적용을 계기로 치료제 접근성이 향상돼 임상의로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급여 적용 전엔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 치료비용이 연간 6000만원 이상이었다며"며 "환자가 이를 감당할 수 없으니 의사도 처방할 수 없던 상황이 이제 개선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의 간암치료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우선 권고되는 조합이기에 보험급여가 적용되면, 압도적으로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이 많이 사용될 것이라 예측한다"고 전했다.

◇이식 환자, 자가면역질환자, 출혈·혈전 위험자는 제한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이전 치료제보다 획기적인 간암치료제이긴 하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용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면역항암제의 특성상 사용 시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환자군이 존재한다. 이 환자들에겐 기존 치료제인 넥사바나 렌비마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유창훈 교수는 "기존 치료제보다 티쎈트릭 병용요법이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높지만 과거 심장, 신장, 간 등 장기이식을 받은 경우엔 면역항암제 사용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 이식 환자가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 10명 중 3명은 이식 장기 부전이 생겨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루푸스 등 심한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도 면역항암제가 오히려 질환을 악화시키고, 티쎈트릭의 효과도 떨어져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기가 이미 많이 진행돼 간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도 사용이 어렵다. 신현필 교수는 "항암제는 기본적으로 간 기능이 좋지 않으면 투약이 어렵다"며 "간 기능을 회복한 후 항암제를 투약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라는 건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도 간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면 사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 외에는 티쎈트릭과 함께 사용하는 아바스틴 때문에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유창훈 교수는 "아바스틴은 출혈, 혈전을 유발할 수 있어 과거 출혈, 혈전 위험이 있던 경우, 위식도 정맥류 출혈 가능성이 높은 간세포암 환자 등에겐 사용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티쎈트릭은 아바스틴과 함께 사용해야 효과가 좋은데, 이 환자들에겐 출혈이 매우 치명적일 수 있어 다른 약제를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티쎈트릭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경쟁도 예고하고 있다. 티쎈트릭은 이번에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도 급여 범위를 확대하며, 키트루다에 이어 두번째로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가 됐다.

티쎈트릭은 PD-L1 발현 양성(TC≥50% 또는 IC≥10 %)이면서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일 경우 1차 단독요법에서 급여가 적용된다. 키트루다와는 급여 범위가 약간 다르다. 키트루다는 ▲PD-L1 발현 양성(TPS≥50%)이면서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항암화학요법 병용)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항암화학요법 병용)에게 1차 치료제로 사용 시 급여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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