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칼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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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구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출처 없음

지난 25일 거리두기 해제를 필두로 방역 당국의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을 위한 조치가 본격화되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료체계와 일상회복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기원하지만 고령층이 많은 혈액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 소규모 유행이나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대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혈액암 진료현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의 방향성은 주로 면역력이 저하된 혈액암 환자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혈액암 치료제 중에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B림프구 세포 활동을 억제하는 약물이 많다. 혈액암 치료과정에서 항체를 만들어내는 B림프구를 억제하다 보니 환자들은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를 두고 미국혈액학회는 코로나19가 장기화를 대비해 지난해 초 감염병 유행 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시 B림프구를 억제하는 항체치료를 권장하지 않으며, 병원을 자주 방문할 필요가 없는 경구제 사용을 권고한 바 있다. 면역저하 환자들의 병원 방문 횟수를 줄여 코로나19에 노출될 확률을 줄이겠다는 취지이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혈액암의 한 종류로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걸친 생존기간을 보일 정도로 매우 다양한 임상경과를 보인다.

국내에는 약 1,900여 명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질환의 특성상 3분의 1은 평생 치료 없이 단순히 경과 관찰만 하며, 3분의 1은 진단 직후 치료를 필요로 한다. 나머지 3분의 1은 처음 진단 당시에는 치료가 필요 없으나 이후 질환의 진행되며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1차 치료의 대부분은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FCR(플루다라빈+시클로포스파미드+리툭시맙) 요법으로 진행되는데, FCR 요법은 4주마다 최소 4일 입원이 필요한 항암치료이다.

FCR 요법은 건강하고, 불량한 예후인자가 없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이다. 하지만, 치료 이후 1년 정도 면역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감염에 주의가 필요 하다. 이는 코로나 시대에 특별히 우려가 된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불량한 분자특징, 고령, 동반질환 여부에 상관없이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1차 치료에 최우선(category1)으로 권고하는 이브루티닙은 전체반응률이 87%에 달하며 이상반응 대부분이 경미하거나 조절이 가능하지만 질병이 진행될 때까지 복용해야 하는 점이 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약제 중 유일한 경구제인 이브루티닙은 미국혈액학회나 진료지침에서는 1차치료로 권고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지 않아서 환자들에게 적용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까지 소규모 유행이 예견되며 기후 위기와 함께 새로운 감염병의 위기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의 1차 치료로 외래나 입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경구제의 사용을 시급함을 생각해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며 감염병 예방과 위험 인식이 높아진 만큼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대표적인 감염 취약군인 혈액암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치료 환경 개선에 대해 주의와 관심을 가져 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