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심리] 포켓몬빵·싸이월드 열풍… ‘추억 팔O|’ 왜 실패ㅎトⓩ┃ 않을ㄲr

입력 2022.04.28 17:00

뉴트로 열풍… 제품 보며 당시 회상
코로나로 각박해진 사회, 과거 그리워해
현실 도피 위험… 지나친 몰입은 경계해야

노트북을 보며 눈물 흘리는 그림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유행은 늘 돌고 돈다고 했던가. 20년 전 유행했던 빵, 정확히는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구하기 위해 편의점·마트를 기웃거리고, 흑역사만 남은 미니홈피를 굳이 아이디까지 찾아 10~20년 만에 다시 로그인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유행이 오랜 시간 지나 다시 새롭게 유행을 끄는, 이른바 ‘뉴트로’ 열풍은 유통가나 방송가에서 꽤 오래 전부터 성공률이 높은 전략으로 통하고 있다. 사람은 정말 추억을 먹고 사는 걸까.

◇포켓몬빵, 1500만개 판매… 싸이월드 ‘재접속’ 열풍
SPC삼립은 지난 2월 23일 ‘포켓몬빵’을 새롭게 출시했다. 1998년 처음 판매된 포켓몬빵은 당시 빵에 동봉된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씰, 포켓몬 스티커)’ 수집 열풍과 함께 월 평균 500만개가 판매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지금, 당시 열풍을 넘어 광풍에 가까운 인기가 또 한 번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출시 두 달 만에 150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최근 재소환된 추억은 포켓몬빵 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중후반 인기를 모았던 ‘싸이월드’는 2019년 운영이 중단된 뒤 이달 초 약 3년 만에 서비스를 재개했다. 재개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기억 속에 묻어뒀던 옛 사진들을 꺼내보기 위해 몰렸으며, 실제 영업 재개 12일 만에(4월 13일) 300만명이 휴면계정을 해제한 것으로 확인된다.

◇제품 보며 당시 회상… 현실 힘들수록 그리움
포켓몬빵·싸이월드 외에도 추억과 관련된 마케팅은 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과거 판매되던 여러 제품들뿐 아니라, 당시 풍경을 비슷하게 그려낸 드라마·영화들도 높은 확률로 좋은 성적을 거두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 ‘추억’이 가진 힘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특정 대상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대상을 매개로 당시를 떠올리고 그리워할 수 있는 점이 이 같은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인간에게는 노스탤지어, 즉 과거에 대한 회귀 본능이 있다”며 “당시에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은 좋은 기억을 많이 갖고 있고, 그때를 그리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이 된 후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품이나 작품들이 매번 인기를 끄는 것도 이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은 지금 이 순간이 힘들수록 더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법이다. 전문가들은 추억 마케팅의 인기가 현재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지칠 때면 엄마가 해준 음식이 떠오르듯, 코로나19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힘들고 불안한 상황에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품들이 인기를 모으는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켓몬빵과 같이 추억이 깃든 제품들을 접하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 또한 “어렸을 때는 실수가 허용되고 힘든 상황에 의지할 사람들이 있었다면, 시간이 갈수록 사회는 엄격해지고 기댈 곳도 없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당시에 느꼈던 편안함, 행복과 같은 감정들을 상기시켜주는 대상에 열광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MZ세대는 왜? 이 또한 ‘새로움’
주목할 점은 당시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는 20대조차 ‘뉴트로’ 열풍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30·40대에게 뉴트로가 ‘기억’이라면 그들에게는 ‘새로움’이기 때문이다. 곽금주 교수는 “어릴 때부터 많은 것에 노출돼 살아온 젊은 층은 매번 새로움을 추구한다”며 “경험하지 못한 과거 기억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데다, 기억에 여러 역사와 이야기들이 곁들여지면서 그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젊은 층의 경우, 유행하는 제품을 손에 넣거나 인기 드라마·영화를 봄으로써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이은희 교수는 “‘득템’이라는 표현이 있듯, 유행하는 제품을 손에 넣었다는 성취감, 입소문에 오르는 일에 참여했다는 뿌듯함 자체가 젊은 층에게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억 마케팅 인기… 지나친 몰입은 안 돼”
지금과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추억 마케팅이 흥행하는 이유를 ‘현실의 어려움’과 이로 인해 생기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생각했을 때, 두 가지 요인 모두 점차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곽금주 교수는 “갈수록 사회가 각박해지고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SNS에서는 언제든 나와 다른 사람의 상태를 쉽게 비교하게 됐다”며 “이 같은 요인들은 자신에 대한 비관이나 좌절감, 상대적 박탈감 등을 증폭시킬 것이고, 이로 인해 과거를 그리워하는 본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곽 교수는 지나친 그리움이나 몰입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심하게 빠질 경우 옛 기억에 갇혀 살면서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고 계속해서 부정하거나 도피하려고만 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과도한 몰입보다는 지쳤을 때 나를 다독여주고 과거를 떠올리는 정도로만 가볍게 여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뒤처지지 않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이를 많은 사람에게 과시하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추억 마케팅에 계속해서 빠져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은희 교수는 “오래 전부터 특정 물건을 모으는 취미들이 유행하고 있고, 이를 인터넷상에서 비교하고 자랑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며 “과거 유행했던 제품들을 모으고 남에게 자랑함으로써 우월감, 즐거움 등을 느끼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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