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가볍게 넘겼는데 극심한 피로, 왜?

입력 2022.04.20 17:09

남아있는 바이러스, 차후 다른 장기에 영향
격리 끝난 후 과로가 원인일 수도

피곤한 사람
코로나19 무증상 혹은 경증 확진자였어도 피로감 등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는 완치 후가 시작'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코로나19 후유증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질병 후유증은 증상이 심했던 사람에게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코로나 후유증은 덜 혹은 안 아팠던 사람도 가리지 않는다. 백신을 두 번, 세 번 맞은 덕분인지 코로나19 환자 약 93%는 증상이 아예 없거나 경미한 증상만 보이고 회복했다.(질병관리청 자료) 그러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후유증 조사까지 착수했다. 왜 코로나19 후유증은 무증상자에서도 나타나는 걸까?

◇코로나 후유증 중증도 상관없이 나타나
코로나19 후유증이란 개념은 크게 감염 후 증상이 다 낫지 않고 지속하는 것과 완치 후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 두 가지를 아울러 사용되고 있다. 무증상자에서 나타나는 후유증은 후자에 해당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가정의학과 조영규 교수는 "무증상자나 증상이 가벼웠던 환자도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며 "추정되는 여러 기전중 하나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는 통로인 ACE2 수용체는 호흡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기에 있는데, 신체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장기에 차후 영향을 줘 새로운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무증상 환자 다섯명 중 한 명은 한 달 뒤 후유증을 겪는다는 미국 비영리단체 페어 헬스의 연구 결과도 있다. 자가항체량이 늘어나는 것도 무증상 확진자에게 후유증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이후 감염을 막기 위해 항체를 만든다. 이때 외부 바이러스가 아닌 정상적인 몸속 세포를 바이러스라고 오해해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생기기도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더스-시나이 병원 연구팀이 코로나 확진자 177명을 대상으로 자가항체 수치를 확인했다. 그 결과, 무증상이거나 경증 환자에게서도 높은 수치의 자가항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증상이 심할수록 후유증은 더 심하다.

◇무증상자, 대다수 후유증으로 극심한 피로감 느껴
무증상자가 겪는 후유증은 대부분 극심한 피로감이다. 명지병원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신경과 정영희 교수는 "무증상이거나 경증이었던 환자들은 기침 등 호흡기 증상보다 피로감, 갑작스러운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편두통, 근육통,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와 싸우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다른 장기에서 유발된 면역 반응, 자가항체로 인한 면역반응으로 유발된 염증을 없애기 위해 과다 소모된 코르티솔 호르몬 등으로 몸은 지친다. 조영규 교수는 “무증상이었어도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몸이 예전 상태가 아닌데, 격리가 끝나면 기존 업무량 혹은 그동안 쌓여있던 일까지 더해 이전보다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며 “자가격리를 끝낸다는 것은 사회에 나와도 전염력이 크지 않다는 사회적인 의미지, 개인 건강이 100%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영희 교수는 “격리로 운동량이 줄어들어 체력이 떨어졌고, 사회적 교류도 떨어져 스트레스, 불안, 우울에도 취약한 상태인데다, 몸의 이상 증상에 민감해져 있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염증 반응으로 간 수치가 높아져 피로감이 더해지기도 한다. 코로나 확진자는 인지기능 손상과 관련이 있는 염증 단백질인 CCL11 수준이 경증이거나 무증상이어도 상당히 높아진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갑자기 나타난 피로,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일 가능성은?
그렇다면 갑자기 극심한 피로감이 나타났을 때, 코로나19에 걸렸던 게 아닐까 의심해도 되는 걸까? 실제로 무증상이라 모르고 확진 검사를 받지 않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꽤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페어 헬스 로빈 겔버드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상당히 많은 코로나19 무증상 확진자가 코로나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며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만큼 이런 건강 문제가 나타났을 때 코로나 후유증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그렇게 의심하는 건 섣부르다”며 “특히 환절기인 요즘은 춘곤증, 알레르기, 계절성 우울증 등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걸렸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조영규 교수는 “지금은 방역 조치가 권고 수준이라서 확진 검사를 받지 않고 넘어간 코로나19 환자가 실제로 적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굳이 항체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진료를 받으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최대한 천천히 일상 회복해야
코로나19 후유증 중 호흡곤란과 기침 등이 주 증상인 폐섬유증, 폐색전증 등이 아니라면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된다. 증상이 불편하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진행하는 코로나19 클리닉에서는 폐 영상검사와 혈액검사 후, 검사 결과에 맞게 적절한 치료 처방을 제공한다. 코로나 후유증은 ▲환자의 기저 질환 ▲감염 극성기 당시 조직 손상 정도 ▲환자가 스트레스에 얼마나 취약한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극성기 때 무증상이었다면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뜻이기에 나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충분히 쉬고, 스트레스 지수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영국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는 코로나19 후유증 중 피로감 해소를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속도를 조절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고 충분히 쉬고 ▲일별 계획을 세워 가장 피로한 활동이 한 주에 걸쳐 천천히 이뤄지게 하고 ▲먼저 해야 할 일과 미룰 일을 나눠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했다. 박윤선 교수는 “체력 회복을 위해 저강도 운동부터 서서히 강도를 높여가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빠른 회복을 돕는다”며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수분과 비타민 섭취 등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후유증이 얼마나 갈지는 정설로 나온 것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12주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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