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영향이 큰 부부관계… 정서적, 신체적 문제 모두 살펴봐야 치료 가능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40대 중반만 넘겨도 노화는 실감나게 와 닿는다. 흰머리, 탄력을 잃은 피부, 근육소실과 관절통증, 소화력 저하 등 노화로 달라진 것들을 꼽으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인데, 부부 성생활도 예외가 아니다. 신혼 때와 달라진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성생활이 노년기의 중요한 건강지표인 점을 감안하면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규칙적인 성생활을 유지하는 부부가 노화의 영향을 덜 받고, 건강하고 활기있는 노년을 보낸다는 연구 결과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먼저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가족 구성원의 문제, 먹고 사는 문제, 최근 부동산 폭등에서 유발된 갈등 같은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외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 부부간의 신뢰와 끈끈함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부부간의 친밀감이 떨어져 냉랭해졌다면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는데, 이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생활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중장년으로 접어들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 노화에 따른 질환의 영향으로 성생활 만족도에 지장을 주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특히 여성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골반 근육이나 질 근육 손상 등의 후유증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본인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출산 후유증으로 손상된 몸 상태에 노화까지 더해지면, 골반저근육과 인대가 점차 처지면서 질 이완 및 요실금, 심하게는 골반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돼야 할 자궁과 방광 같은 장기들이 탈출하는 장기탈출증 등도 발생하게 된다.
이런 건강 상태로 원만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벼운 요실금 증상에 그치더라도 관계 중 소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성생활 만족도에 나쁜 영향을 준다. 문제는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나 소변이 새는 요실금이 40대 이상 여성 중 30% 이상에서 나타날 만큼 흔한 질환이라는 점이다. 여성의 요도가 남성보다 짧고 출산 후 골반 근육 손상이나 질 근육 이완으로 인한 요실금 빈도도 높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궁하수, 방광류, 직장류 증상이 생기는데, 질 근육 이완까지 더해지면 세균 역류로 인한 질염도 자주 재발하게 된다.
건강도 회복하고 부부생활도 복원하려면,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까? 관계 중 질음이나 요실금 때문에 부부관계가 소원해진 경우라면 여성성형 등의 선제적 시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명 이쁜이수술이라 불리던 질 축소 성형은 여성의 생식기 건강은 물론, 중년 이후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시행하는 시술이다.
근육의 이완 정도와 질 점막 상태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종합적인 진단을 내린 후 안전성이 검증된 방법으로 시술이 가능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면, 수술 방법 결정과 수술 후 만족도 향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진단 결과, 출산 등의 원인으로 질 근육에 손상을 입은 여성이라면 근육 복원술을,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질 점막이 약해지면서 건강한 점막돌기가 소실된 경우는 점막돌기 복원술을 시행하는 것이 추천된다. 상담 병원을 선택할 때부터 비용보다는 후기 등을 고려해 직접 집도할 의사로부터 꼼꼼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수술 후 만족도를 확보하는 중요 포인트이다.
질환의 치료와 인간관계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조기 검진으로 질환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치료 기간 단축과 치료 효과에 유리하듯이, 부부 사이의 애정도 평소에 정성껏 가꾸어야 골이 깊어지는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부부의 건강과 돈독한 애착 관계를 미리 점검하고 작은 틈도 즉시 보수하는 성실함을 가진다면, 행복한 노년을 함께 보낼 부부의 자격으로는 충분할 것이다.
(*이 칼럼은 노원에비뉴여성의원 조병구 원장의 기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