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있으면 코로나 ‘가볍게’ 넘긴다

입력 2022.04.15 09:37

비염·천식·아토피, 코로나 중증화 낮춘다는 연구 나와

알레르기
비염·천식·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은 코로나19 감염·중증화 위험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준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건강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도 코로나19 감염 후 무증상·경증으로 격리 기간을 마친 사람이 있지만, 건강에 자신했던 이들 중 심한 호흡기 증상으로 고생했다는 사람도 많다. 누적 확진자 수가 1600만명에 근접, 재감염자가 늘고 있지만, 코로나에 한 차례도 감염되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이들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최근 비염·천식·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코로나 감염과 중증화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들이 등장했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자.

◇알레르기 질환 원인 물질, 코로나 바이러스 공격
기저질환이 있으면 코로나에 감염, 중증화 위험이 크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비염·천식·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은 오히려 반대라는 연구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 흉부 학회 공식 저널 ‘Thorax’에는 아토피성 질환과 천식이 있는 경우, 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코로나에 걸릴 가능성이 최대 38%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올해 3월 말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이 있더라도 알레르기성 천식이 있으면 일반인보다 코로나 감염·중증화 위험이 낮다는 연구가 게재됐다.

아직 코로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믿을 수 있을까 싶지만, 전문가들은 비염·천식·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코로나 감염 위험과 중증화 가능성을 낮춘다고 봤다.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염증성 물질이 체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 내과 권혁수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ACE2 수용체를 통해 체내 감염을 일으키는데 천식, 비염, 아토피 등이 있는 환자는 기존 질환 때문에 ACE2 수용체가 줄어 있어 코로나 감염 통로 자체가 줄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호산구염증세포와 인터루킨-13(IL-13)은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임과 동시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거해 알레르기 환자의 코로나 중증화 위험을 낮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백혈구 면역세포인 호산구염증세포는 알레르기 질환에서 발생하는 염증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지만, 본래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호산구염증세포 수치가 높으면 IL-13 수치도 상승하는데, IL-13도 바이러스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재까지 발표된 여러 연구는 임상시험이 아닌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는 있고, 중증 천식이나 동반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엔 코로나 중증화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도 있다"면서도 "국내외 다수 연구를 종합적으로 볼 때 알레르기성 비염·천식·아토피 질환은 코로나 감염과 중증화 위험을 낮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치료 잘하면 코로나도 예방
단, 전문가들은 비염·천식·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코로나 코로나 감염·중증화로부터 안전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평소 이 질환을 잘 관리해 건강에 문제가 없어야, 실질적인 감염·중증화 위험이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권혁수 교수는 "순수 알레르기 질환은 오히려 코로나 시대에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하지만, 중증 상태라면 얘기가 다르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특히 중증 천식이나 COPD 등 중증 호흡기 질환이 동반된 경우, 그 자체도 위험하고 코로나 중증화 위험이 커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테로이드가 면역력에 악영향을 줘 코로나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아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김상헌 교수는 "스테로이드는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고, 비염·천식·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자의 치료는 스테로이드가 주를 이루는 경향이 있어 코로나에 취약하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막상 축적된 데이터를 보면, 오히려 스테로이드가 코로나로부터 환자를 보호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라며 "적절한 약물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혁수 교수도 "비염과 천식 등 알레르기 치료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약물 자체는 코로나 감염에 작용하는 ACE2 수용체를 억제, 코로나 감염 통로 자체를 줄여준다"며 "알레르기성 질환이 있다면 약물을 적절히 사용해 잘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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