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연령대는 30대… 남 174.9, 여 161.9cm

입력 2022.04.08 07:15

키 크고 다리 비율 늘어… “영양상태 좋아졌기 때문”
서구화되는 한국인 체형, 비만 증가 전망

키를 재는 모습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한국인 평균 키가 발표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평균보다 큰 사람에게는 만족스러운 발표일 수 있으나, 반대로 평균보다 작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발표였다. 그러나 만족도 실망도 이르다. 평균 이상·이하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연령별 평균 키를 따져봐야 한다.

◇30대 남녀 평균 키 174.9·161.9cm… 전 연령대 중 가장 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20~69세 한국인 6839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평균 키는 172.5cm며 여성은 159.6cm다. 다만 이는 20~69세 성인 전체 측정치를 평균 낸 값으로, 발표 세부내용이나 ‘사이즈코리아’를 통해 확인한 연령별 평균 키와는 차이를 보인다. 우선, 남성은 30대가 174.9cm로 가장 컸으며 ▲20대 174.4cm ▲40대 173.2 ▲50대 170.5cm ▲60대 168.3cm 순으로 이어졌다. 20~40대는 평균 키가 모든 연령의 평균보다 0.5~2.4cm 컸던 반면, 50대와 60대는 2~4cm가량 작았다. 평균 키가 가장 큰 30대와 가장 작은 60대의 키 차이는 6.6cm로 꽤 컸다.

여성 역시 ▲30대 161.9cm ▲20대 161.3cm ▲40대 160.5cm ▲50대 157.6cm ▲60대 155.4cm 순으로 나타났으며, 20~40대가 평균 대비 1~2cm 큰 것에 비해 60대는 4cm 이상 작았다. 30대와 60대 평균 키의 차이 또한 6.5cm로 남성 못지않게 컸다. 이는 ‘평균 해당 여부’를 확인하고 싶을 때 연령별 평균을 자세히 확인해야 이유기도 하다.

한국인 평균 키 변화/표=산업통상자원부

◇영양상태 좋아진 한국인, 계속 큰다
평균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키는 계속해서 크고 있다. 1979년 1차 조사와 비교하면 남성은 6.4cm, 여성은 5.3cm 커졌으며, 직전 조사(2015년)에 비해서도 평균 키가 0.5cm·1.3cm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이 마찬가지다. 남성의 경우 20~60대 전 연령 대상 조사가 이뤄진 1997년보다 ▲20대 2.9cm ▲30대 4.4cm ▲40대 5.4cm ▲50대 4cm ▲60대 4.2cm 씩 평균 키가 증가했다. 여성 또한 ▲20대 1.5cm ▲30대 4.1cm ▲40대 3.8cm ▲50대 4.2cm ▲60대 4.2cm 씩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 조사 당시보다 50·60대 평균 키가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키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나아졌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과거보다 먹는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닌, 몸에 좋은 음식들을 잘 챙겨 먹으면서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박효진 교수는 “1970~1980년대와 비교하면 탄수화물 섭취가 줄고 단백질, 지방 섭취가 늘어났다”며 “섭취하는 영양소들이 전반적으로 풍부해짐에 따라, 영양상태 또한 고르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보다 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요즘에는 어렸을 때부터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챙겨 먹고, 성장판 검사를 통해 예상 키를 파악한 뒤 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5차(2004년)·8차(2021년) 20대·60대 인체비율 변화/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롱다리’되는 이유? “키 크면서 생기는 변화”
이번 조사에서는 평균 키 외에 ▲상·하체 비율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두신지수(머리 수직 길이 대비 키의 비율) 등에 대한 남녀 평균값도 공개됐다. 남성은 체질량지수가 높아지고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등 계속해서 비만해진 양상을 보인 반면, 여성의 경우 BMI는 22~23 사이를 유지했으며 허리둘레 또한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남성은 전 연령대에서 허리둘레가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남녀 모두 체형이 서구화되는 경향을 보인 가운데, 전체 신장에서 하체 비율이 늘어난 점 또한 주목된다. 남성의 다리 길이 비율은 ▲20대 45.7% ▲30대 45.2% ▲40대 45.1% ▲50대 44.9% ▲60대 44.7%로 2004년보다 0.9~1.3%가량 증가했고, 여성도 ▲20대 46.1% ▲30대 45.9% ▲40대 45.6% ▲50대 45.4% ▲60대 45.2%로 1.1~1.5% 늘었다. 체격이 커지면서 다리 길이 또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박효진 교수는 “서양인을 보면 키가 클수록 다리 길이도 길어지면서 신체 균형이 맞는다”며 “마찬가지로 키가 크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일 교수는 “과거와 달리 바닥에 앉는 좌식생활을 하지 않고 입식생활이 일상화되면서 골반, 다리 등 체형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이는 체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측일 뿐, 다리 길이 비중이 늘어난 확실한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체형 점차 서구화… 비만 늘어날 것”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인의 체형이 더욱 서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형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식습관, 생활방식이 모두 서구화됐고, 이 같은 변화가 추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위아래’보다 ‘양 옆’으로, 즉 신장보다는 허리둘레나 몸무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류일 교수는 “한국인 키가 계속 크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청소년 평균 키는 최근 4~5년 사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된다”며 “지금과 비슷한 키에서 몸무게만 늘어나면서 비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박효진 교수 또한 “키만 서구화된 것이 아니라 복부 둘레도 서구화되고 있다”며 “팔 다리가 가늘고 길면서 배만 볼록하게 나오는 체형이 앞으로도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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