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소식] 고대의료원,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따뜻한 손길 전해

입력 2022.03.31 13:33

고려대의료원 봉사단
고려대의료원 봉사단의 정철웅 교수(왼쪽 첫번째)가 난민 보호소에서 고통을 호소하던 중년여성의 건강상태를 휴대용 초음파로 살펴보고 있다./사진=고려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 봉사단(단장 조원민)이 폴란드 전역을 돌며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

고대의료원 봉사단은 현지에서 피난민을 돕는 구호단체들과 협력관계를 논의하고 주요 NGO와 한인회, 한국선교단체들을 찾아 의약품을 전달하는 등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의약품을 지원받기도 한 봉사단은 향후 우크라이나 상황이 안정될 시 긴급재건구호 등 현지 요구에 맞는 의료지원활동에 추가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달째에 접어들며 국경을 넘은 피난민만 380만을 훌쩍 넘었다. 가장 많은 피난민이 머물고 있는 폴란드가 폭넓은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난민숫자가 늘어나면서 현지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이스라엘 NGO 단체 관계자는 "이미 난민들의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가 불가능한 실정이고, 폴란드 의료시스템이 감당해내기 어렵다"며 "의료지원 등 여러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봉사단에 머물던 난민 보호소에 있던 갑상선종양이 의심되는 중장년 여성 역시 병원진료조차 쉽지 않았다. 어렵게 현지 병원을 찾아 폴란드 의사에게 정식진료를 받아 5cm나 되는 큰 혹이 발견됐다. 악성일 경우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어 빠른 정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대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는 "목에 불편함을 호소해 휴대용 초음파로 살펴봤는데 심상치 않아 병원 진료를 권했다"면서 "어릴 적부터 앓은 소아마비에 열악한 난민생활이 길어지면서 고통이 더욱 심했을 것"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에서의 활동이 제한되어 있어 안타깝지만 도움이 절실한 분들을 저버릴 수 없는 만큼 생명을 지키는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봉사단은 자정이 넘은 시간 갑작스런 발생한 심정지 환자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 고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는 "먼 이국땅에서 왔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 어디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단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의료봉사중인 한국선교단체에게 외상처치 및 응급키트, 갑상선약 등의 의약품을 전하는 한편, 지난 25일과 26일에는 폴란드 교외지역 난민 보호소에 머물며 난민들을 위한 치료비 등 의료지원금과 선물 등을 전하고 보호소에 답지한 구호물품을 정리했다. 27일 오전에는 바르샤바 인근에 난민 보호소를 찾아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향하는 NGO단체에게 코로나19 검사키트와 방역물품 등을 전달하고 교육했다.

고대의료원 봉사단은 28일에는 폴란드 바르샤바 교외지역인 나다르진에 사무실을 임대해 폴란드내 흩어져 있는 고려인들을 모시고 위로와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만남을 시간을 가졌다. 고려대의료원 봉사단은 고려인들에게 건강 관리에 대한 조언과 함께 상비약과 방역키트는 물론 고추장과 된장, 김치 등 한국 식품과 생필품도 전달했다.  아이 손을 잡고 만남의 장소를 찾은 한 고려인은 ”폭격 장면을 보며 부리나케 몸을 피했는데 그때문인지 아이가 틱장애가 심해졌고, 무엇보다 아빠를 두고 왔다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불안해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도훈 교수는 “혹독한 경험을 한 아이들이 상실감이 큰 부모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면서 “그들의 상실감을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고 했다. 고대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는 “여러 날 극도의 긴장감 속에 전쟁터를 빠져나오느라 몸도 힘들고 무엇보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커 보였다”면서 “난민 생활이 길어지면서 평소 가진 질환들을 관리하지 못해 고통이 심한 환자들도 많아 의료적 지원이 절실해 보였다”고 전했다. 고대 구로병원 응급중환자실 신동수 간호사는 “이곳에 오시지 못한 난민분들도 많으실텐데 더 살펴드리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잠시나마 지친 마음에 적잖은 위안이 되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봉사단장인 고려대 안산병원 흉부외과 조원민 교수는 “강제 이주의 참상이 전쟁을 통해 다시금 드러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우리 한 민족의 핏줄이 이 어려움 잘 극복하고 평화를 되찾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곳을 찾은 고려인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연신 감사인사를 전하며 오히려 봉사단의 건강을 챙겼다. 여동생과 두 조카를 데리고 이달 9일 가까스로 폴란드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거주 고려인 마르하리따 림 씨(39·여)는 “머나먼 이곳까지 와서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가족 모두에게 위로의 시간을 마련해주신 봉사단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전쟁 통에 가족이 모두 헤어져 불안한 마음에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단 분들도 낯선 곳에서 많이 힘드실 텐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29일과 30일은 폴란드 LG전자 므와바 법인을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인구 3만여명의 작은 도시인 이 지역에서 LG를 비롯한 협력사까지 더해 우크라이나 출신 직원수만 2,500여명으로, 일부 난민들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봉사단을 찾은 한 엄마는 "10살배기 아이와 가족 모두 우크라이나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가슴이 너무 아파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면서 "신장이 안좋은데 약도 끊겨 몸도 망가진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원민 봉사단장은 "로컬 NGO와 병원 등 다양한 연계 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 등 협력관계를 확장해나갈 예정"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상황이 안정되는데로 직접 들어가 아픔을 치유해드릴 것”이라고 했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전쟁으로 무너진 여러 상황복구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면서 “지금의 고대의료원의 봉사활동이 전세계의 평화에 대한 갈망과 도움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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