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정기적 내시경 검사'가 가장 확실한 예방법"

입력 2022.03.23 09:23

헬스 톡톡_ 정춘식 한솔병원 진료원장

대장암 가장 명확한 요인은 '나이'
한국인 발병률 높은 이유?
내시경으로 조기 발견한 덕분

0기·초기, 내시경으로 암 절제
수술도 개복 않고 구멍 통해 가능
식이요법은 큰 제한 두지 않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의사 되고파
수술 환자 퇴원 후에도 수시로 연락

한솔병원 정춘식 진료원장은 “대장암이야말로 조기검사로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암”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대장암은 환자 수가 4번째로 많은 암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암 사망원인 3위를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예후가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선 발병률이 높다. 음식은 짜게, 술은 많이 먹는 한국인의 식문화가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각각의 식습관이 어떻게 대장암으로 이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정 음식을 덜 먹는다고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다 확실한 요인은 나이다. 암세포 억제 능력이 떨어지는 50대부터 대장암 환자 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대장암과 대장항문질환의 원인 및 치료법에 대해 보건복지부 선정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한솔병원의 정춘식 진료원장에게 물어봤다.

―대장암은 왜 생기나?

"대장암의 원인은 용종이다. 대장 벽은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점막층에는 상피세포가 있는데 정상적으로 자라서 나이가 들면 탈락하고 새로운 세포가 자리를 잡게 된다. 이러한 상피세포가 유전자적 변이로 탈락하지 않고 자라면 혹이 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유전자 변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우리 몸은 변이된 세포를 제거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모든 용종이 암으로 변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변이된 세포가 새로운 세포보다 빠르게 자라고 몸의 제거 능력이 떨어진다면 용종이 늘어나고 다시 변이가 발생해 암으로 발전한다. 대장암 원인 중 90~95%에 해당한다."

―유전자 변이로 용종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흔히 붉은 육류, 가공식품, 술 등 식습관이 거론되지만 어느 하나 콕 집어 대장암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복합적으로 유전자 변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만약 과도한 육류 섭취가 대장암의 원인이었다면 몽골처럼 육류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나라는 대장암 천지였을 것이다. 가장 명확한 요인은 나이다. 대장암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암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소아는 백혈병 등 일부 암을 제외하고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중년이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장암은 40세 이하에서는 거의 발병하지 않다가 50대가 넘어가면서 환자 수가 증가한다. 결국 암은 나이가 들면서 여러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유전자가 변이하고 이 변이를 억제할 몸의 능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서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이유가 유력하다. 평균 수명 증가와 검사량이다. 대장암을 진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장내시경인데 1년에 약 150만건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집 근처 의원에서도 10만원만 내면 대장내시경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대장내시경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물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도 영향을 끼쳤을 테지만 고령화나 검사 건수와의 상관관계가 현재로서는 훨씬 크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대장암은 조기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수술적 치료,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0기에서 초기까지는 내시경으로 암을 절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암이 진행된 상태라면 대장 일부와 혈관, 림프절 등을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절제할 부분이 너무 많을 정도로 암이 퍼졌거나 전이됐다면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방사선 치료는 주로 직장암 혹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대장암 수술은 과거 개복 위주였다면 요즘은 복강경으로 이뤄진다. 구멍을 여러 개 뚫어서 카메라와 수술기기를 넣고 병변을 절제하는 식이다. 절개 부위가 작아서 환자의 통증도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흉터의 크기가 작다는 장점도 있다. 수술 이후 생존율, 면역력 등에서 개복수술보다 낫다는 연구 결과도 많은 상태다."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구멍을 하나만 뚫는 것이다. 절제할 종양의 크기에 맞춰 구멍을 하나 뚫은 다음에는 복강경 수술과 똑같다. 복강경 수술이 가지는 최소 침습의 이점을 더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5~10㎜의 구멍을 적게 뚫는다고 예후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 않다. 대장암은 고령의 환자가 많으므로 미용 상 얼마나 큰 이점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사실 대장암에 단일공 복강경수술을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 비만하거나 노인이라면, 또 종양이 크다면 적용하기 쉽지 않다. 구멍이 하나라서 집도의의 노동 강도도 높아지고 수술 시간도 길다.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의사가 구멍을 하나만 뚫어도 여러 개 뚫었을 때와 수술 효과의 차이가 없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을 때 진행해야 한다. 집도의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장암 말고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나?

"탈장이나 충수염(맹장염), 담낭염 등은 단일공 복강경수술이 유리하다. 수술 시간도 짧고 환자의 통증도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질환들은 젊은 연령대의 환자도 많아서 최소 침습의 이점도 크다. 이러한 이유로 한솔병원에서는 충수염과 서혜부 탈장은 거의 모든 환자에게 단일공 복강경수술을 적용하고 있다."

―대장암 수술 후 식이요법은?

"의사마다 수술 후 식이요법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제한을 두지 않는다. 체중 관리와 섬유소, 유산균 섭취 정도만 권한다. 유산균은 섬유소의 밥이 되고 섬유소는 대장 상피세포를 활성화시켜 항원이나 이물질의 침투를 막는다. 담배는 확실하게 안 된다. CEA(종양표지자검사)라는 암수치가 증가하는데 피검사 결과 암이 재발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술은 특히 직장암 수술 후 변 횟수를 늘릴 수 있어 자제하는 게 좋다. 다만 대장암 수술 후 3~4년 뒤 집에서 맥주 한잔하는 건 본인이 지킬 수 있다면 괜찮다고 본다."

―한솔병원이 3차례나 대장항문병원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비결은?

"전문병원 선정 기준에는 환자 안전과 진료의 질 등이 반영된다. 한솔병원은 처음부터 대장항문 전문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에 맞춰서 연구나 교육 등을 진행해왔고 2001년엔 대장암 복강경 수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대장항문 분야 관련 체계나 노하우가 쌓여서 환자 사고도 없었기 때문에 선정되지 않았나 싶다. 환자들과 소통하려는 의료진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나만 하더라도 수술했던 환자들의 전화번호를 모두 저장한다. 수술 관련 궁금하거나 불안한 점이 있을 때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도록 말이다. 퇴원 뒤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환자들이 많다. 기본이지만 가장 중요한 게 환자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를 만나기 쉽지 않은 상급 종합병원과 비교했을 때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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