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컷] 깊게 안 찔러도 OK '자가검사키트' 원리는…

입력 2022.03.02 17:00

비강에 깊게 넣어도 바이러스양 차이 없어
인후통·콧물 등 증상 나타난 뒤 검사해야 정확​

'코에 깊숙이 찔러야 정확하게 나온다.'

'자가검사키트는 숙련자아닌 일반인들이 직접 찌르니까 정확도 떨어질 거다.'

실제로 자가검사키트(신속항원검사-개인용)가 보급되기 전에 나오던 우려입니다. 편의점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살 수 있게 된 지금, 많은 사람이 이 우려를 떠올리곤 자기 손으로 눈물이 찔끔 나올 때까지 코를 푹 찌릅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자가검사키트는 깊게 찌르든 적당히 찌르든 정확도는 비슷합니다.

왜냐고요? 코의 구조 때문입니다. 코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생겼습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콧구멍에 면봉을 넣으면 십중팔구 비강이란 곳으로 넣습니다. 이곳에선 아무리 깊게 찔러도 눈 쪽 길로 올라갈 뿐, 몸 안쪽으로 들어가진 않습니다. 깊게 찌르고 열심히 돌려봤자 채취되는 바이러스양은 큰 차이 없이, 콧물만 더 걷어낼 뿐입니다. 잘못하다간 상처까질 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면봉을 위가 아닌 몸 안쪽으로 들어가는 콧속 구멍에 넣습니다. 아예 다른 구멍으로, 이곳으로 깊숙이 넣으면 비인두(콧구멍 뒤쪽 입천장과 이어지는 공간) 점막에 있는 바이러스를 긁어낼 수 있습니다.

그럼 일반인도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너무 위험합니다. 비인두로 면봉을 넣는 것은 까다로워 숙련자가 아니라면 상처를 내지 않고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코는 몸 안과 밖이 연결된 통로라, 정말 많은 세균이 살고 있는데요. 상처에 세균이 감염돼 염증이 생긴다면 잘못하다간 뇌막염, 패혈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노인,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더 위험하고요.

그래서 자가검사키트는 아예 비강용으로 제작됐습니다. 면봉이 짧아서 아무리 깊게 넣어도 비인두까지 닿지 않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진단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비강을 깊게 찌르는 것은 전혀 검체 채취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설명서에 쓰여 있는 대로 코 중간쯤(콧구멍부터 1.5~2cm 정도)까지만 면봉을 넣은 후 크게 10회 정도 원을 그리며 문지르면 된다고 말합니다.

정확도가 너무 떨어질까 걱정 마세요. 신속항원검사를 할 때 우리가 채취해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항원입니다. 항원은 우리 몸속 면역반응이 돌아가게 하는 원인 물질로, 코로나19에서는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 성분입니다. 이는 면봉으로 코점막을 긁기만 해도 쉽게 묻어납니다. 물론 비인두에 더 많은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인이 비인도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자가검사키트보다 10~20% 정도 더 정확합니다. 이 검사를 받고 싶다면 편의점, 약국, 선별검사소의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하지 말고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찾아가세요.

전문가용과 개인용 간에는 검체 채취 방법 말고는 차이가 없습니다. 둘 다 채취한 항원을 항원이 액체 상태로 잘 녹도록 돕는 시약과 섞고, 키트의 동그란 부분에 넣습니다. 항원을 품은 액체는 시험지를 따라 키트의 끝부분으로 올라갑니다. 시험지의 T라고 쓰여있는 부분에는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항체가 다량 모여 있습니다. 코로나19 항원(바이러스)과 이 물질이 결합하면 갈변됩니다. C는 키트가 오류 없이 작동했는지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C와 T 모두 빨간 줄이 뜨면 양성, C만 빨간 줄이면 음성입니다. T에 빨간 줄이 있든 없든, C에 빨간 줄이 없다면 키트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키트로 다시 검사해야 합니다.

아픔을 참아가면서까지 스스로 코를 깊게 찌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실제로 확진자랑 접촉해서 검사했는데 몇 번이나 음성이 반복하다 양성이 떴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정확도를 높이려면 코를 깊게 찌르는 것보단, 인후통·콧물·두통·발열·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난 후 검사해보세요. 무증상자도 있기 때문에 확진자와 접촉 등 감염이 의심된다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다 이틀 뒤에 검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염 초기에는 바이러스 배출 농도가 낮아 자가검사키트 민감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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