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는 육아, 정말 가능한 건가요?

입력 2022.02.16 09:48

전자기기 오래 사용할수록 사고력 떨어져
두돌 전엔 피하고, 블록 등 장남감 쥐여줘야

전자기기를 보는 아이
두 돌 미만의 아이에게는 전자기기를 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 젖먹이 어린이 1/3은 걷거나 말을 배우기 전에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PC를 손가락으로 두드릴 수 있고, 그중 일부는 생후 6개월에 스마트 폰을 가지고 놀 수 있다.'(미국소아과과학자협회)

미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전자기기는 육아 필수품이다. 실제로 아주대병원 연구팀에 의해 우리나라 만 2~5세 유아 열 명 중 네 명이 매일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기기가 육아 필수품이 된 이유도 일면 이해가 된다. 청소, 업무 등 해야 할 일을 하는 동안 전자기기 하나면 혹시 아이가 혼자 있다가 위험한 사고라도 날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고, 식당·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우는 아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위기 모면이 아이에겐 뇌 발달 저해 등 장기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에는 보호자가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의 감정 조절 능력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자기기 없이 어떻게 육아해야 하는 걸까?

◇사회성 결여되고 공격적인 성향 보여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전자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이들이 감정 조절 능력을 배우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미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8~36개월 아이 57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격리기간 동안 전자기기 앞에서 보낸 시간을 조사하고, 사고력과 감정조절 능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기기를 오랜 시간 본 아이들일수록 사고력, 감정 조절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이끈 알렉산드라 헨드리 박사는 "사고력에는 산만하지 않고 까다로운 작업을 인내하는 능력이 포함된다"며 "아이가 흥분했을 때 즉각적으로 전자기기를 보여주면 인내하는 힘이 길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이들이 쉽게 흥분하게 한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민수 교수는 "울면 재미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은 아이가 더 쉽게 흥분하게 한다"며 "게다가 이는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는데, 보상회로는 쾌락과 연결돼 중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은 사회성 결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가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3~5세 유아를 분석했더니, ▲감정 표현이 미숙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공격적이고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청색광이 아이 수면의 질을 손상하는 것도 아이의 감정 조절력 저하에 영향을 준다.

◇두 돌 전에는 절대 전자기기 보지 못하게 해야
특히 두 돌 이전에는 전자기기를 전혀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때 뇌 신경회로가 가장 활발하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무엇보다 언어 발달에 필요한 뇌는 24개월까지 가장 많이 형성되는데, 미디어로는 말할 때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못 보고, 대답에 대한 반응도 얻을 수 없다"며 "언어 습득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뇌의 모든 부분이 고르게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한데, 영상을 보면 좌뇌만 강하게 자극돼 우뇌 기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불균형한 뇌 발달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발달장애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 3~5세에도 전자기기 사용이 많으면, 언어 발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발달연구팀이 만3~5세 117명을 대상으로 전자기기 사용 정도에 따라 영유아 발달 정도를 조사한 결과, 만 3세 아동이 전자기기를 장기간 사용할수록 언어 발달점수가 유의미하게 낮게 나왔다.

◇전자 기기 없이 교육하는 법은?
교육에 좋은 콘텐츠도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아이가 전자기기를 사용하도록 해야 할까? 24개월 미만의 아이는 절대 전자기기를 보여주면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때 물론 보호자도 아이가 보는 앞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실제로 주 양육자가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아이도 전자기기를 빨리, 더 길게 사용한다는 육아정책연구소 연구 결과가 있다. 24개월 이후에도 만 5세까지는 전자기기 하루 시청 시간을 1~2시간 내로 제한하고, 영상을 볼 때는 부모가 함께 보도록 해야 한다. 배승민 교수는 "영상을 보면서도 보호자가 주인공이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거나, 공감을 끌어내는 등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며 "보호자는 보여줄 영상을 선택할 때 적정 연령은 몇 살인지, 폭력적인 내용은 없는지 등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자가 업무 등을 할 때는 아이에게 전자기기 대신 블록, 스티커, 그리기 도구 등 손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쥐여준다. 이미 아이가 전자기기의 강한 자극에 익숙해져 장난감에 흥미가 없다면, 소리·불빛·진동 등 반응이 나타나는 장난감을 쥐여 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도 전자기기를 보여주면 안 된다. 배승민 교수는 "사람이 많고, 낯선 공간에 가면 아이는 성인보다 훨씬 불안해한다"며 "이때 전자기기보다 보호자의 눈 맞춤, 의사소통이 아이를 진정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진정이 안 되면 조용히 해야 하는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고, 아이가 이 장소에서 진정할 수 있을 때까지 해당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피해 큰 소리를 내면 이 장소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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