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등 처방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진통제를 자주 사용하면 이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명은 음파를 전기신호로 바꿔 전달하는 내이(內耳) 유모세포가 감염이나 과도한 소음 노출로 손상돼 외부 소리를 '삐', '윙' 등 잘못된 소리로 해석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 명확한 치료 방법은 없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새론 커한 교수 연구팀이 난청과 이명의 위험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장기간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청각 보존 연구'(Conservation of Hearing Study)에 참여한 여성 6만945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실험에 참여한 여성은 연구 시작 연령이 31~48세였고, 현재 20년 넘게 추적 조사가 진행됐다.
분석 결과, 보통 용량의 아스피린을 매주 6~7일 복용하는 60세 이하 여성은 이명 발생률이 1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용량(100mg 이하) 아스피린을 자주 복용하거나 60세 이상인 경우는 이명 위험과 연관이 없었다. 이부프로펜 등 NSAID나 아세트아미노펜을 자주 복용하는 여성은 이명 위험이 약 20% 높았다. 복용 빈도가 잦을수록 이명 위험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NSAID 중에서도 셀레브렉스 같은 사이클로옥시게나제-2(COX-2)만을 선별적으로 억제하는 선택적 NSAID는 매주 이틀 이상만 복용해도 이명 위험이 20% 높았다. 비선택적 NSAID는 위 점막을 보호하는 효소인 사이클로옥시게나제-1(COX-1)과 염증·통증 유발 효소인 사이클로옥시게나제-2(COX-2)도 억제해 위궤양, 위출혈 등을 유발한다. 선택적 NSAID는 이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나왔다. 선택적 NSAID는 COX-2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연구팀은 "관찰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비처방용 진통제와 이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신체 메커니즘에 입각해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실제로 이 약을 사용했을 때 이명을 호소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진통제들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계열의 처방 또는 비처방 진통제로 바꾸는 것을 의사와 상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일반내과학회 학술지 '일반내과학 저널'(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