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레디밀 대세지만… 첨가물, 제조 과정 '깜깜'

입력 2022.02.10 10:15

성분, 제조 과정 표시한 ‘클린라벨’ 대안 떠올라

밀키트와 레디밀 등 간편식이 대세지만 식품의 원료와 제조 과정은 점점 뒤로 숨고 있다./사진=조선일보DB

A씨는 마트에서 장을 본 지 오래다. 클릭 한 번으로 식재료나 음식들이 문 앞으로 배달되다 보니 굳이 품을 들여 마트에 갈 필요가 없다. 삼계탕, 밀푀유나베와 같이 직접 해먹으려면 번거로운 음식들도 밀키트를 이용하면 훨씬 싸게 먹힌다.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도 든다. 영양성분표도 없을뿐더러 제조 과정에서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건강하고 투명하게 먹는 방법은 없는 걸까.

◇변화무쌍 가정간편식, 밀키트 이어 ‘레디밀’, ‘레스토랑 간편식’까지…
어느덧 가정간편식(HMR)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크게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가구원 수와 상관없이 우리나라 성인 중 절반가량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가정간편식을 먹는다고 한다. 가정간편식은 조리과정이 간단하거나 아예 없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가공된 식품이다. 식품공전에 따르면 가정간편식은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 ▲신선편의식품으로 나뉜다. 무 자르듯 나뉘지는 않지만 즉석섭취식품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햄버거, 즉석조리식품은 라면이나 국·탕, 신선편의식품은 샐러드나 절단 과일을 떠올리면 된다.

밀키트는 간편조리세트다. 원래는 즉석조리식품과 신선편의식품에 걸쳐있었지만 따로 분리됐다. 밀키트 시장은 1인화, 초간편 등 식문화 트렌드와 맞물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엔 100억원 규모였던 것이 2024년엔 7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엔 밀키트 보다 더 간편한 ‘레디밀’이나 셰프의 조리법으로 고급화를 시도한 ‘레스토랑 간편식’ 등도 등장했다. 이렇게 가정간편식은 점점 진화하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지만 여전히 제자리인 것들도 있다. 제조 과정의 투명화를 위한 클린라벨이다.  

◇영양성분 표시 의무 없어, 나트륨·첨가물 많이 들어가도 몰라
간편조리세트는 영양성분 표시 의무가 없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밀키트를 포함한 간편조리세트는 자연산물과 같은 원재료의 양과 구성이 자주 바뀌어 영양 성분을 표준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의 양을 모를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게 나트륨이다. 실제 시중에 유통 중인 한 부대찌개 밀키트에서 일일 권장 나트륨 섭취량(2000mg)의 두 배 이상인 5322mg의 나트륨이 검출된 적도 있다.

합성첨가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깜깜하다. 간편조리세트가 똑같은 재료에도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향미를 더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첨가물 덕분이다. 글루탐산나트륨(MSG), 5-리보뉴클레오티드이나트륨, 호박산이나트륨 등이 있다. 이외에도 복합조미식품이 1~3단계까지 추가로 들어간다. 복합조미식품이란 글루탐산나트륨에 여러 조미료가 더해진 첨가물 일컫는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표적인 복합조미식품은 ‘쇠고기다시다’다. 이런 첨가물들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적혀있지 않다.

강릉원주대 식품가공유통학과 이동민 교수는 “사실 소비자들이 첨가물의 양을 알 수 없는 건 대다수 식품의 문제”라며 “다만 신선식 재료가 포함되는 간편조리세트의 특성상 영양성분 표시에 있어서 미비할 수 있는데,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여서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손 거치기도 하는 제조 및 유통 과정, 식중독균은?
소비자들은 유통 과정도 모른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조리세트는 다른 가정간편식과 달리 제조 및 유통 과정이 더 복잡하다. 재료 손질부터 개별 포장 등의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조리 시간이 더 짧은 레디밀은 그만큼의 시간이 제조 과정에 더해졌다는 의미다. 제조 과정이 길어지면 식중독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샤브샤브 밀키트’에 들어있는 쇠고기 원료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일반세균수와 대장균군이 검출됐다. 또 쇠고기 숙주, 배추, 쌈추, 단호박에서 저온성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모노사이토제네스의 양성률이 25~50%에 달했다.

간편조리세트 제조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일반 음식점도 식약처로부터 ‘즉석판매제조 허가’를 받으면 밀키트를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다. 이에 소비자들의 우려 역시 증가하고 있다. 자체적인 제조 과정과 검증 기준을 공개하는 업체들도 있지만 영양성분은 물론 유통 과정이 깜깜한 곳도 많아서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식품엔 보존 및 유통기준이 있는데 밀키트를 포함한 간편조리세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냉장 제품은 0~10도, 냉동 제품은 –18도 이하에서 보존 및 유통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無 첨가물부터 제조 과정 투명화까지, 클린라벨
소비자들이 더 많이 알 방법은 없을까? 종류도 많고 명칭도 어려운 합성첨가물 대신 천연첨가물이 들어가고 식품을 구매할 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 말이다. 1990년 영국에서 도입된 클린라벨은 처음엔 식품첨가물을 들어있지 않은 식품만을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엔 그 의미가 넓어져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식품 원료 사용 및 표시 ▲원재료의 가공 과정을 최소화한 식품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과정을 의미하게 됐다.

한국식품연구원 김범근 단장은 “클린라벨은 해외에서 아질산염과 같은 합성첨가물에 대한 논란이 생긴 뒤 천연첨가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생겨난 개념이다”며 “글루텐프리나 락토프리도 클린라벨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에서 가정간편식 및 밀키트에 적용되는 합성첨가물 규격은 없는 상태인데 합성첨가물을 대신할 수 있는 천연첨가물이 개발되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 국내에서도 클린라벨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클린라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식품분야 비영리단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량이 식품의 성분 함량 및 라벨을 직접 확인하고 있으며 그중 53%가 클린라벨 제품을 더 건강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식품은 가격이 높더라도 클린라벨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컸다. 식품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천연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등 클린라벨 식품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여러 라벨
클린라벨은 대안이 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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