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사망률 1위 폐암, 신약 개발 경쟁 붙는다

입력 2022.01.04 17:17

'KRAS' 치료제, 7개 제약사 경쟁 … 암젠·미라티 임상 3상 선두
​탁월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은 불투명

페암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KRAS 유전자 변이 치료제 시장이 가열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가암등록통계(2019년)에 따르면 '한국인의 암'이라 불리는 위암보다 환자 수가 많은 암이 등장했다. 바로 폐암이다. 폐암은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유전자가 EGFR, ALK, KRAS다. EGFR이나 ALK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표적항암제는 다양하고 효과도 높지만, 전세계 폐암환자의 20~30%가 가진 KRAS 유전자 변이 표적항암제는 단 하나뿐이다. KRAS 변이는 인체에서 최초로 발견한 종양 유전자이지만, 수십 년간 치료제 개발 실패가 반복돼 지난해 5월에야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표적항암제가 나타났다. 그나마도 국내에선 아직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KRAS 변이 폐암 환자들은 원인을 알고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대형 제약사들이 KRAS 변이 표적항암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치료제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KRAS 변이 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 있을까?

◇KRAS 유전자 변이 뭐기에… 40년째 사각지대
KRAS 종양 유전자는 1982년 인체에서 처음 발견됐다. KRAS는 세포의 분화, 증식 및 생존과 관련된 신호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GTP 효소 단백질로, 복합한 신호전달 경로로 알려진 RAS 유전자의 세 종류 중 하나이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세포가 무분별하게 증식하면서 암세포를 만들고 성장과 전이를 유발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EGFR이나 ALK 유전자에도 생긴다.

암을 일으키는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들은 이 유전자를 겨냥한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실제 EGFR이나 ALK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비교적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있다. EGFR이나 ALK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치료단계나 치료제 내성 여부에 따라 약을 선택할 수 있다. EGFR, ALK 표적항암제는 치료 효과도 좋은 편이다. EGFR 또는 ALK 변이가 있는 폐암환자에게 기존 항암 치료제의 효과는 30~35% 수준인데, 각각의 표적항암제 효과는 70% 수준으로 약 2배 정도 좋다.

그러나 KRAS의 경우 선택지가 거의 없다. KRAS가 암 유발 원인임이 밝혀진 지 약 40년이 지났음에도 현재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은 KRAS 표적항암제는 암젠의 '루마크라스(성분명 : 소토로십)' 한 개뿐이다. 루마크라스도 KRAS 유전자 변이 중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만을 표적으로 한다.

KRAS 표적항암제가 마땅찮은 것은 KRAS 유전자의 특성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KRAS 유전자는 세포 표면에 결합할 수 있는 위치가 매우 작아, 구조적으로 변이가 생기는 단백질 변화를 표적으로 하는 물질 개발이 어려운데다 변이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나마 KRAS G12C가 타겟이 가능해 치료제가 등장한 상황이나 다른 돌연변이 유전자 이상에서 좋은 표적항암제가 개발 사용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변수 많아 주도권 경쟁 더 치열
치료제 개발 자체가 어렵다지만 KRAS 치료제 시장은 최근 제약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데이터마다 차이는 있으나 KRAS 변이는 전체 폐암 환자의 20~30%, 아시아인은 약 10~15%, 한국인은 5% 내외 정도가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EGFR 변이 환자만큼 수가 많지는 않으나 시장선점의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KRAS 임상시험 허가 현황은 제약업계의 관심을 보여준다. 최근 3년간 국내에서 KRAS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제약사는 총 7곳(11건)이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암젠이다. 암젠은 루마크라스가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우리나라에도 허가를 신청하고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루마크라스의 임상시험은 올해 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다음으로 속도가 빠른 곳은 미라티 테라퓨틱스로이다. 미라티도 암젠의 루마크라스와 동일한 KRAS G12C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라티는 지난해 2건의 임상 3상 시험 허가를 받았는데 각각 비소세포폐암, 진행성 결장직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다른 제약사의 임상시험 진행속도는 비슷하다. 일라이릴리, MSD, 베링거인겔하임, 제넨텍, 노바티스, 인벤티스바이오 등은 임상 1상 또는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KRAS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 개발이 가열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특출난 약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대호 교수는 "KRAS는 표적항암제 개발이 어렵지만, 아형에 따라 면역항암제에는 높은 반응률을 보여, KRAS 표적항암제 개발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론 면역항암제에 효과가 있는 KRAS 변이를 가졌다 해도 STK11 유전자 변이 등 다른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반응률이 크게 떨어지기에 KRAS 표적항암제는 필요할 것이나 이것만으로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때문에 RAS 유전자를 타겟하는 SHP-2 억제제 개발, KRAS G12C 변이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임상 등이 진행되고 있는데 EGFR 변이 표적항암제처럼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는 KRAS 표적항암제가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는 "현재 나와있는 임상데이터만으로는 소토라십이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다른 약물의 효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KRAS 표적항암제 단독 사용을 위한 개발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 봤다. 강 교수는 "KRAS 변이는 아형에 따라 EGFR 변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KRAS 변이가 있는 폐암치료제 개발은 면역항암제와 KRAS 표적항암제 중 무엇을 먼저 사용하느냐와 둘을 어떻게 병행할 것이냐를 화두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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