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참으면 진짜 '난치병' 됩니다"

입력 2021.12.17 16:44

전문의에게 묻다-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누구나 두통을 경험한다. 흔한 경험이기 때문에 두통이 있으면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병으로 인식을 하지 않는다. ‘머리 좀 아픈 거 가지고…’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렇게 참다보면 난치병이 된다. 정확한 진단 없이 진통제만 사먹다가 두통이 낫지 않고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두통은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 그 자체로 ‘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4대 질환으로 사지마비, 정신질환, 치매와 함께 두통을 꼽고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는 “두통으로 괴롭다면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야 한다”며 “두통은 종류가 아주 많고 치료 약도 다양해서 정확한 진단을 하면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두통이 낫지 않고 계속되는 이유는?

치료가 어려운 두통을 난치성 두통이라고 한다. 환자들은 두통이 잘 안낫는다고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 난치성 두통은 굉장히 드물다. 치료가 안 듣는 ‘치료 불응성’ ‘치료 저항성’ 두통이 난치성 두통인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두통이 안낫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 환자가 병을 참고 사는 것, 둘째, 진통제를 과량 복용한 것 때문이다.

-잘 안 낫는 두통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가장 흔한 난치성 두통이 편두통이다. 편두통은 구역 또는 구토를 동반하고, 빛과 소리에 대한 공포감이 발생하면서 심한 두통이 특징이다. 편두통은 국내 유병률이 17%나 된다.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병원에 오는 경우는 18%에 불과하다. 편두통을 참으면서 생활하다보니 일상생활 장애가 심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매년 발표하는 ‘질환으로 인한 장애 순위’에서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는 전체 질환 중 2위로 요통 다음으로 높다. 특히 50세 미만 여성들에게 장애 유발 질환 1위로 꼽힌다. 군발두통은 자살 두통이라고 불릴만큼 증상이 심각하다. 삼차신경통도 잘 낫지 않는다.

-편두통 의심 증상은?

편두통은 한쪽 머리만 아프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양쪽 머리가 다 아픈 경우도 많다. 편두통 환자를 진단하기 위해 세가지를 물어본다. 첫째, 두통 있으면 어두운 데 가고 싶어지나요? 둘째, 두통 있을 때 소화불량이나 구역감이 있나요? 셋째, 일상생활을 방해할 만큼 심각한 두통인가요?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편두통을 의심해야 한다. 

-편두통 치료는 언제 시작해야 하나?

진료 자체가 치료 시작이므로 편두통이 의심되면 바로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병원에 온다고 해서 약물 치료를 바로 하지는 않는다. 두통의 정체를 파악하고, 악화 요인을 찾는다. 두통은 약만 가지고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습관 교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편두통의 경우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수면, 불규칙한 식사, 특정 계절도 유발 요인이 된다. 커피, 초콜릿, 와인 같은 음식 유발인자도 있다. 유발 요인을 잘 찾아서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편두통이 좋아진다. 편두통이 있다면 세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 첫째, 식사를 규칙적으로 잘 해야 한다. 둘째, 잠을 규칙적으로 잘 자야 한다. 셋째, 운동을 규칙적으로 잘 해야 한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두통이 절반으로 줄어들며 약보다 효과가 좋다는 연구도 있다.

-편두통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생활습관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이 약물치료다. 편두통은 급성기 치료와 예방 치료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편두통이 생겼거나 증상이 나타나려고 할 때 빨리 약을 복용해 두통을 줄이는 ‘급성기 치료’를 하게 된다. 급성기 약제로는 비특이적 치료제인 소염진통제, 특이적 치료제인 에르고트(Ergot), 리도카인 정맥 주사 등이 있다. 다만 반복적인 약 사용은 치료를 더 어렵게 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급성기 약을 먹어도 2시간 내에 증상이 사라지지 않거나 일주일에 2일 이상 편두통 증상이 생긴다면 ‘예방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 치료는 머리가 안 아플 때도 약을 규칙적으로 투여하는 것이다. 예방 약은 급성기 약과 달리 중독성이 없다. 예방 약은 불안(베타차단제), 우울(항우울제), 고혈압(칼슘길항제) 등 동반 증상에 따라 적절한 것을 택하며 대개 2~3가지를 함께 사용하게 된다. 보통 맞는 약을 찾을 때까지 2~3개월이 걸린다. 잘 맞는 약을 투여하면 두통이 절반 이상이 가라 앉는다.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울·불안감이 없어져 표정이 바뀌고, 사회 생활 참여 정도도 높아진다.

보조적을 보톡스 주사 치료도 한다. 보톡스는 감각 신경에 작용해서 통증 매개 물질(CGRP) 분비를 줄여준다. 최근 항체 치료도 시도한다. 편두통의 원인 물질인 CGRP 표적해 치료하는 건데, CGRP가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편두통 발생을 막는다.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 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지만, 효과는 좋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
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수 있나?

약물과용두통은 약물 과용으로 인해 새로운 두통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두통이 현저하게 악화된 경우를 말한다. 약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진통제도 약물과용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트립탄(편두통 특수 급성기 약물)’ 제제나 복합진통제도 원인이 된다. 이러한 급성 진통제를 한 달에 6일 이상 사용할 경우 약물과용두통의 위험성은 6배 가량 높아진다. 한 달에 11일 이상 사용할 경우 그 위험성은 약 20배까지도 올라간다. 약물과용두통이 발생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급성기 진통제의 효과도 떨어지고 두통의 빈도도 잦아질 뿐더러, 갈수록 과용된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심각해져 근본적 치료가 어려워진다. 두통이 있다고 무턱대고 진통제를 복용해서는 안된다.

-약물과용두통은 어떻게 치료 하나?

치료의 핵심은 진통제 끊는 것이다. 환자는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힘들어하지만 한달만 진통제를 끊어도 두통이 좋아진다. 진통제에 대한 의존이 심해 진통제 끊는 것을 심하게 두려워해 입원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진통제를 끊으면 첫 2주가 가장 힘들다. 이 때 스테로이드를 쓰거나 신경차단술을 하기도 한다. 약물과용두통 환자는 원래 두통이 있어서 진통제를 많이 복용한 것이기 때문에, 진통제를 많이 복용하게 했던 숨겨진 두통을 잘 치료해야 한다. 

-삼차신경통도 두통의 한 종류인가?

삼차신경통은 목을 포함해서 얼굴 부위 통증이 특징이다. 뇌신경은 12개가 있는데, 얼굴을 지나가는 것이 5번째 뇌신경이다. 이 뇌신경은 이마, 뺨, 턱, 이렇게 세 곳으로 지나가 삼차신경이라고 한다. 삼차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잘못된 신경전달로 인해 찌릿찌릿 타는 듯하고 쑤시는 통증이 발생한다. 칼에 베이는 것 같기도 하다. 흔히 빰이나 턱 부위 신경에 손상이 많다. 혈관이 신경을 눌러서 신경에 과민성이 생겨 이런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혈관 압박 외에 종양이나 감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통증은 박동성으로 많이 나타난다. 50세 이후에 호발하며, 나이가 들수록 삼차신경통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삼차신경통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항경련제 등 약물치료가 주요 치료법이다. 이런 약들을 쓰면 효과는 좋지만 환자가 졸리거나 어지럽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는 비율이 절반이 안된다. 신경차단술을 하기도 하는데, 아픈 신경 부위에 국소 마취제를 투여한다. 항염증 효과가 있어 통증이 가라앉는 효과가 있다. 또 보톡스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런 치료에도 효과가 없으면 압박하고 있는 혈관을 신경과 살짝 떼어놓는 미세감압술을 시행한다.

-군발두통은 어떤 양상을 보이나?

군발두통은 ‘자살 두통’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 통증이 심하다. 이마 부위를 포함해 뺨, 머리가 많이 아프고, 눈물·콧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눈이 충혈되거나 붓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자율신경이상으로 나타난다. 특정 시간, 특정 계절에 잘 발생한다. 이를 군발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공격적이고, 예민하고 초조함을 느낀다. 군발두통은 산소 흡입 치료가 효과가 좋다. 7L 이상의 고용량 산소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런 치료를 하려면 매번 응급실을 와야 한다. 현재 제도적으로 가정에서 산소 치료를 할 수 없어 환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영국,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재택 산소치료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배대웅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두통으로 병원에 가면 어떤 과정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나?

두통은 종류가 다양하다. 국제두통질환분류에 따르면 100가지 이상의 두통이 있다. 그런데 뚜렷한 진단 장비가 없다. 의사가 문진(問診)을 통해 환자의 두통 양상과 특성을 파악해 어떤 두통인지 진단을 내린다. 환자가 자신의 두통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해야하므로 의사는 열린 마음으로 들어줘야 한다. 진료 시간이 충분치 않은 제한된 의료 환경 하에서 알아내야 하므로, 나의 경우는 두통 양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9장이나 되는 설문지를 만들어 환자가 작성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두통은 MRI 가지고 진단하지 않지만, 뇌종양·뇌졸중 등 숨겨진 뇌 문제도 있을 수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MRI 검사를 한다. 군발두통, 삼차신경통이 의심돼도 MRI를 찍는다. 

-MRI, CT를 찍어야 할 때는?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다. 두통과 함께 열이 나거나, 체중이 줄거나, 온몸이 아픈 경우 다른 질환을 의심하고 영상을 찍어야 한다. 감염성 질환 등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잘 감별해야 한다. 뇌졸중도 잘 감별해야 한다. 두통과 함께 언어장애, 감각이상, 편측마비 등이 동반될 때, 갑작스럽게 머리를 무언가로 얻어맞은 것처럼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뇌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돼 발생하는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의 증상일 수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정밀 진단을 해야 한다. 50세 이상에서 갑자기 생긴 두통도 심상치 않다. 뇌졸중, 뇌종양 등을 의심하고 한번쯤 MRI·CT를 찍어봐야 한다. 두통이 점점 심해질 때도 마찬가지다. 대변을 보거나 기침을 할 때 두통이 생긴다면 이것도 위험 신호로 간주해야 한다. 대변·기침은 뇌압을 올리는 상황인데, 이때 머리가 아프다면 뇌종양 등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정밀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두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에게 한 말씀한다면?

두통은 병이라는 이해를 해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두통을 주변에게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자신이 두통 때문에 힘들다는 사실을 가족, 환자에게 알리고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한다.

두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하며,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장시간 컴퓨터 작업 및 휴대폰 사용은 피한다. 또한, 진통제는 한 달에 10일 이상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두통 일기’ 써 자신의 두통 양상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