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워서 향기내는 '인센스 스틱' 인기… 호흡기 건강엔?

입력 2021.12.15 09:37

정체모를 성분 흡입 행위, 폐에 악영향

인센스
인센스 스틱은 연소 시 벤젠 등 유해물질을 배출해 호흡기 건강에 해롭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서 명상, 심신 안정, 냄새 제거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인센스 스틱의 인기가 뜨겁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2021년 7월~10월 인센스 스틱의 매출은 올해 3월~6월 대비 92% 증가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해 회식, 외출이 더 어려워졌음을 고려한다면, 최근 인센스 스틱 사용자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센스 스틱은 건강에도 도움이 될까?

◇태워서 향기 내는 '인센스 스틱'
'인센스’는 라틴어로 ‘타다(to burn)’는 뜻인 ‘incende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센스 스틱은 연소하면서 향이 있는 연기를 방출하는 제품이다. 연료의 주재료는 숯이나 목재 분말이고, 여기에 식물에서 추출한 점착성 물질과 다양한 향료와 혼합물이 첨가돼 있다. 모양은 막대 모양의 스틱 외에도 상대적으로 연소 속도가 빠른 콘(Cone), 장시간 연소할 수 있는 코일(Coil)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인도, 중국, 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세계 인센스 스틱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세먼지·정체 모를 독성 물질 돈 주고 마시는 격
인센스 스틱을 즐기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센스 스틱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인센스 스틱 사용은 돈을 주고 독성 물질을 흡입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인센스 스틱을 태우는 행위는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건강에 매우 해로운 행위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스님들은 절에서 불가피하게 향을 피우는데도 천식 등 호흡기질환이 생겨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향을 태우는 일은 그만큼 호흡기에 굉장히 해로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인가를 태울 때는 항상 발암물질과 미세먼지가 발생하는데 인센스 스틱은 성분도 불분명해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인센스 스틱의 유해성은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소비자원은 향초와 인센스 스틱 등의 연소성 방향제 20종(각 10종)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조사, 인센스 스틱이 연소할 때 방출하는 유해물질의 양은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인센스 스틱을 태울 때 신축 공동주택 실내공기 질 권고기준(30㎍/㎥ 이하)을 초과하는 벤젠이 33㎍/㎥~186㎍/㎥ 농도로 검출됐다. 벤젠은 휘발성이 있어 공기나 호흡기를 통해 노출될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혈액에 문제가 생겨 빈혈이나 암의 일종인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성분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벤젠을 ‘발암성 등급 1군(Group 1)’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이미 우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었다"며 "정체 모를 물질과 향이 폐에 들어가서 어떤 작용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향이 난다는 것은 산소와 결합해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세포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대호 교수는 "향은 코에 좋은 것이지 폐에 좋은 게 아니다"라며 "성분의 안전성이 확인되지도 않은 물질을 돈 주고 사는 일은 스스로 독성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명상 효과 놓치기 아깝다? "저산소증 의심해야"
인센스 스틱을 판매·사용하는 이들은 환기를 잘하면 문제가 없다며, 제품을 사용하며 느낄 수 있는 명상, 심신안정 등의 효과는 놓치기 아까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효과가 건강을 위협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기석 교수는 "실내에서 인센스 스틱을 피워 약간 몽롱한 상태가 되면 명상에 충분히 빠지고, 마음이 안정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저산소증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이다"고 밝혔다. 그는 "저산소증은 환각 상태와 졸음 현상, 나른함 등을 유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약간의 쾌락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즐기는 행위는 과거 사회적 논란이 됐던 본드 흡입 행위와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우는 방식의 방향제품을 사용해도 환기를 잘하면 괜찮을 수 있지만, 향을 충분히 즐기고자 인센스 스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태우는 동안 환기를 충분히 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관지, 폐 등 호흡기에 악영향을 주는 인센스 스틱 유행이 이어진다면 정부 차원의 성분조사와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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