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반려동물 약’ 투자… ‘미래 먹거리’ 될까?

입력 2021.12.10 16:57

유한·종근당·녹십자·대웅 등 진출 잇따라

고양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2027년 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약사들의 반려동물 사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용 의약품을 개발·출시하는가 하면, 기업을 설립·인수하거나 다른 기업과 투자·파트너십 등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의 임상·개발 노하우가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장밋빛 전망’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2027년 6조 규모… 유한·종근당·녹십자·대웅 등 진출 잇따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2017년 2조3322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섰다. 2027년에는 6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높은 성장 전망과 함께 용품, 식품, 가전 등 여러 분야에서 반려동물 사업 ‘붐’이 일고 있다. 제약업계 또한 최근 반려동물용 치료제, 영양제, 기능성 식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려동물 관련 사업 진출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지난 5월 반려견 인지기능장애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했으며, 향후 반려동물용 의약품, 의약외품, 진단의학 등까지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식품·처방식품 연구기업 SB바이오팜과 함께 토탈펫케어 브랜드 ‘윌로펫’을 선보이기도 했다. GC녹십자랩셀의 경우 올해 3월 동물 진단검사 전문 회사 ‘그린벳’을 설립하면서 기존 NK세포치료제 개발 외에 반려동물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그린벳은 제품 개발 외에 유통까지 사업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며, 이를 위한 투자, 파트너십 등도 고려 중이다.

대웅제약 또한 지난 8월 반려동물 의약품·의료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해 ‘대웅펫’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대웅펫은 반려동물용 신약·비대면 의료·임상시험 지원 플랫폼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이밖에 종근당바이오와 동국제약에서도 각각 반려동물용 프로바이오틱스 ‘라비벳’과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 정’을 출시했으며, JW생활건강은 최근 반려동물 영양제 브랜드 ‘라보펫’을 선보였다.

◇높은 성장세·기업 노하우 더해져 ‘미래 먹거리’로 낙점
제약업계가 반려동물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반려동물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 역시 매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화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실내 생활 일상화 등 반려동물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도 갖춰졌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약품 연구·개발·생산 등 회사의 노하우와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동시에, 장기적인 수익 창출 또한 가능한 사업인 셈이다. 현재 동물용 전문의약품의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한다면, 제품력에 따라 내수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해외 수출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 내에서도 제약사들의 반려동물 사업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제품력과 마케팅,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등을 기반으로 초반 경쟁을 잘 이겨낸다면, 일부 제약사들이 화장품 사업 진출 사례와 같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해외의 경우 이미 일부 대형 글로벌 제약사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판매하기도 한다”며 “제약사들은 기본적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치료제를 만드는 역량을 갖춘 만큼, 시장 진출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대형 제약사의 경우 기존에 브랜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 상태로, 시장 진입이 더욱 용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라… 과도한 기대 경계해야” 의견도
일각에서는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망이 밝은 만큼 경쟁 역시 과열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쉽게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가구 수가 늘고 시장도 성장하고는 있으나, 여러 조사를 통해 알려진 것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가구 수는 638만 가구로 전체 가구(2304만)의 27.7%를 차지했으나,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조사에서는 312만 가구로 약 15% 수준이었다.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후 표본을 확대·추정한 농식품부의 조사와 통계청의 실제 인구 조사 결과가 2배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그동안 열풍처럼 반려동물 사업 진출 붐이 일곤 했으나 실제로는 기대만큼 시장이 높게 성장하지 않았고, 시장 규모, 성장 속도 등의 측면에서 여러 조사와도 차이가 있었다”며 “성장 산업인 것은 맞지만, 긍정적인 전망만 갖고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사업 분야와 차이가 큰 만큼, 전문 인력을 통해 고객층이나 시장 규모, 체계, 영업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선행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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