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KGB 첩보원들이 먹던 숙취 해소제?

입력 2021.12.02 10:00

연말 직장인들의 핫 아이템 '알유21'의 효능 따져보니...​

숙취로 힘들어하는 사람
위드코로나 이후 회식이 두려운 회사원들 사이에서 알유21이 마법의 숙취해소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첩보원들이 술에 취하지 않으려고 몰래 먹었던 러시아 약'
'이 약을 먹으면 술에 취하지 않는다'
'숙취가 없다'

마치 마법의 숙취 해소제 같은 소문으로, 위드 코로나 이후 회식이 두려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인 제품이 있다. ‘알유21’. 숙취해소제로 파는 제품도 아니다. 약국, 인터넷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비타민C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다. 약통 겉면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Made in USA’ 표시는 소문의 진위를 의심하게 하는데, 이 알약의 소문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실제로 숙취 해소 효과는 있는지 알아봤다.

알유21
알유21에는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될 만한 성분이 들었지만, 함량이 적어 실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사진=페이펄유통
◇알유21, 러시아에서 제조 시작
실제로 KGB 사이에서 유명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소문이 아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소문의 진위를 국내 유통 업체에 연락해 확인해봤다. 실제로 알유21은 2007년 이전에는 러시아에서 제조된 제품이다. 2007년 이후부터는 미국 현지에서 제조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제조 없이 완제품만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 제조품과 미국 제조품 모두 성분도 같다. 인증도 받았다. 러시아에서는 ‘알코올 중독의 완화, 억제와 제거 및 숙취 증후군 완화를 위한 건강보조식품’으로 발명 특허를 받았다. 미국에서도 제품 설명에 숙취 해소 효과를 소개하고 있다. 건강보조식품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타민C 건기식으로만 인증받았기 때문에 숙취 관련 문구, 내용으로 홍보하지 않으며, 할 수도 없다.

알유21 러시아 발명 특허증
알유21은 러시아에서 건강보조식품으로 특허를 받았다./사진=페이펄유통

◇간 대사 돕는 성분 있어
실제로 숙취 해소 효과가 있을지 성분을 따져봤다. 제품 원재료로는 비타민C, 비타민B2, 비타민B6 염산염, 푸마르산, L-시스틴, 글루코스(포도당), 스테아린산마그네슘(첨가제), 호박산(석신산) 등이 표시돼 있다. 먼저 알코올이 대사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간에서 먼저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분해된다. 이 물질은 다시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된 뒤, 소변으로 배출된다. 우리를 괴롭히는 주범은 아세트알데하이드다. 알코올보다 10~30배 정도 독성이 강한 성분으로 숙취를 유발하고, 몸속 세포를 공격한다.

알유21 성분 중 알코올 분해 작용 중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만한 성분은 글루코스, L-시스틴, 호박산, 푸마르산 정도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학술이사는 “글루코스, L-시스틴 등 당은 간 대사에 조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은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될 때 사용하는 조효소를 사용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 과정이 더디게 한다. 호박산과 푸마르산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독성이 없는 아세트산으로 빨리 분해되도록 자극한다.

비타민B2는 간 대사를 도와 알코올 분해가 효과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는 “비타민B6는 간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대사의 보조인자로, 결핍되면 단백질 대사가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며 “알코올 분해 시 비타민B6가 많이 필요해, 실제로 알코올 중독자에선 비타민B6 결핍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C와 비타민B6는 간접적으로 숙취 해소를 돕는다. 간에서 알코올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른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 등 자유 라디칼 물질들이 많이 생기는데, 항산화제인 비타민C와 비타민B2는 공격이 미치는 피해를 줄인다.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는 “비타민C는 아주 약간의 각성 효과를 줘서 술을 마시는 중 먹으면 술이 깨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면서도 “혈중알코올농도를 낮추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함량 적어, 실제 효과는 글쎄…
성분들만 따져봤을 땐 정말 효과적일 것만 같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차라리 해당 성분이 들어간 종합영양제나 간장약을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인석 이사는 “숙취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되기에는 알유21에 들어가는 성분들의 함량이 너무 적다”며 “많은 사람이 알유21이 숙취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것은 심리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유21이 체내 대사에 큰 영향을 주기엔 포함된 성분 양이 너무 작다. 1회(2정) 용량으로 먹을 수 있는 양은 비타민 C 60mg, 비타민 B2 8.5mg, 비타민 B6 10mg이다. 이 외 성분은 미량 함유돼 아예 함량 표시도 없다. 숙취 해소를 위해서는 술 마시기 전 2정, 술 마시는 중 2정, 술 마시고 2정. 총 3회를 먹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비타민 C 180mg, 비타민 B2 25.5mg, 비타민 B6 30mg 정도를 섭취하게 된다. 기능 성분으로 인정받은 비타민C는 보통 편의점에서 쉽게 사 마실 수 있는 비타500(비타민C 500mg 함유)에서 얻을 수 있는 양보다도 적다. 그나마 비타민 B군은 비교적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최적 섭취량으로 알려진 양인 B2 300mg, B6 100mg보다는 적다. 최적 섭취량은 책 ‘비타민 혁명(좌용진)’에서 제시한 수치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몸에 축적되지 않는 수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은 적다”며 “심리적으로 숙취효과를 본다면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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