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모를 키 크는 약, 성장판 오히려 닫히게 할 수도"

입력 2021.11.22 08: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저신장증 명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과 김호성 교수​

 

키는 아이의 성장 지표이다. 아이가 또래보다 작으면 부모는 혹시 아이의 성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저신장증은 아닌지 전전긍긍한다. 성장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해도, 큰 키 선호도가 높은 사회에서 우리 아이의 키를 조금 더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늘 고민한다. 아이의 작은 키가 걱정되는 이들을 위해 저신장증 명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과 김호성 교수​를 만나봤다.


김호성 교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과 김호성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저신장증이란 무엇인가?

저신장증은 같은 나이, 성별의 또래 100명 중 하위 3번째 이하인 상태를 의미한다. 저신장증은 크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정상범위 저신장'과 병적인 원인이 있는 '병적 저신장'으로 나뉜다.

정상범위 저신장은 부모의 키가 작아 아이의 키도 작은 '가족성 저신장'과 아이의 성장 속도가 느린 '체질성 성장지연'으로 구분한다. 병적인 저신장은 성장호르몬 결핍, 염색체 문제, 근골격계 문제 등 병적인 원인이 있어 키가 작은 경우이다.

아이의 키가 또래보다 작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키가 작은 모든 아이가 저신장증은 아니다. 실제 저신장증인 경우는 우리 병원 기준 내원 환자의 20~30% 정도다. 키가 정상범위보다 작으면서 성장속도도 저하된 경우만 진료와 검사, 치료가 필요한 저신장증이다.

-몇 살부터 따라잡기 성장이 아닌 저신장증을 의심해야 하나?

나이가 정해져 있지 않다. 성장은 어느 시기라도 잘 안될 수가 있다. 진료가 필요한 때를 알기 위한 방법으로 꾸준한 키와 체중 측정을 권장하고 있다. 출생 이후부터 6개월 간격으로 키와 체중을 기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기록을 살펴 아이의 키와 체중이 정상보다 하위이거나, 키 순위가 점점 하락하면 이는 정상상태가 아니다. 전문가에게 진료가 필요하다.

-저신장증을 미리 예측할 수는 없나?

저신장증은 평가 시점에서 성장상태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질환이다. 평가 시점에서 정상이라면 앞으로 저신장이 생길지는 미리 알 수 없다. 그 때문에 아이의 성장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6개월 간격으로 아이의 키와 체중을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

-저신장증이 키 외에 다른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나?

키가 전부는 아니지만, 키가 작으면 능력이 떨어져 보이고, 데이트, 취직, 승진에 불리하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큰 키를 선호하는 풍조가 있다. 그 때문에 키가 작으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정신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키가 작으면 삶의 질이 정말 나쁜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키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는 일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를 한다.

또한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저신장증이라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키를 키우기도 하지만 여러 대사작용에 영향을 준다. 골밀도와 근육량은 근육량을 늘리며, 체지방을 줄이고, 심장기능은 강화하며, 활력이 생기게 하는 등 대사작용을 하기에 부족하다면 보충치료가 필요하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대사작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병적인 저신장'의 경우, 원인질환이 이미 있는 상태다. 이 경우 저신장증의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성장치료도 한다.
김호성 교수
김호성 교수가 저신장증의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병적인 저신장증은 기저질환과 성장 중 어떤 치료가 우선인가?

우선순위가 없다. 원인치료도 하면서 성장치료도 같이한다. 성장호르몬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판이 열려 있는 동안만 가능하기에 그 시기에 성장치료를 해야 한다. 원인질환이 나아지길 기다렸다가 성장치료를 하겠다 하면 성장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칠 수 있기에 보통 동시에 치료를 한다.

-저신장증 치료는 어떻게 하나?

성장호르몬 치료와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기르기를 병행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현재 키가 정상범위를 벗어나면서 정상적인 성장도 되지 않고 있을 때 한다. 보통 일주일에 6~7회 정도 부모가 자가주사를 이용해 아이에게 주사를 놓는 방식이다. 최근엔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주사제도 나왔다. 처방받은 자가주사 치료를 하면서 보통 3개월에 한번 병원을 방문, 평가를 하고 검사를 하고 난 다음에 다음 치료를 진행한다.

소아내분비학회가 권하는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은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 ▲매일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 취하기 ▲골고루 잘 먹기 ▲휴대전화나 컴퓨터 게임 등 과하게 하지 않기 등이다.

-성장호르몬 치료제는 종류가 다양한데 차이가 있나?

그렇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회사에서 성장호르몬 치료제를 생산하고 있는데 성분은 모두 같다. 놓는 방법의 차이가 있는 정도이지 효과 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중간에 제품을 변경할 이유는 전혀 없다.

-모든 저신장증 환자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나?

원칙적으로는 현재 키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서 성장속도가 떨어지면 치료대상이 떨어지지만,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받는 건 일부이다. 우리나라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프레드윌리 증후군(PWS), 누난 증후군, 만성심질환이 있으면서 성장이 안 되는 경우, 뇌암 또는 종양치료 후 성장이 안 되는 경우, 부당경량아로 태어난 경우 등에 한해 성장호르몬 급여치료가 가능하다. 성인도 성장호르몬 결핍자면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고가의 치료인데, 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는 치료비용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보험은 적용되지 않지만, 치료를 하는 경우로는 '특발성 저신장증'이 있다. 특발성 저신장증은 다른 부분은 다 정상이면서 키만 작은 것으로, 성장호르몬 치료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김호성 교수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사례를 설명하는 김호성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특발성 저신장증도 꼭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나?

특발성 저신장증은 일반적인 검사에서는 '정상'이지만, 키만 작은 경우를 일컫는데, 사실 정밀검사를 해보면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성장호르몬 평균 농도가 옅은 경우, 성장호르몬 수용체에 부분적 이상이 있어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성장이 일어나는 경로에 관련된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실제로는 이상이 있지만, 일반적인 검사에선 정상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특발성 저신장증은 치료를 한다.

모든 특발성 저신장증을 치료하지는 않는다. 검사를 통해 모든 기능이 정상이며, 체질성 성장지연이라 판단되는 경우는 나중에 클 것이기에 치료하지 않는다. 즉, 최종 키가 정상범위보다 작을 것이라 예측되는 특발성 저신장증일때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고 있다.

-정상범위의 키에 속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를 원하면 치료할 수 있나?

원칙적으로 정상범위면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치료도 권장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키가 정상범위이긴 하나 작은 편에 속해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고, 일상에 지장이 있다고 하면 제한적으로 치료한다.

-치료는 언제부터 가능한가?

병적인 원인이 있다면 만 2세에도 치료가 가능하다. 태어날 때부터 작은 부당경량아의 경우, 저신장증 진단을 받으면 만 5세 이후부터 보험급여로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시기는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저신장증 치료는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기에 해야 한다. 효과는 어릴 때 시작하는 게 좋다. 성장이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나이에 관계없이 치료를 바로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키가 작다고 무조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는 건 아니다. 100번째에서 하위 3번째 이하면서, 성장이 안 되는 아이는 정상적인 성장을 못 하고 있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다.
김호성 교수
김호성 교수가 성분을 알 수 없는 영양제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성장호르몬의 치료 효과는 어떠한가?

저신장증의 원인에 따라 효과 차이가 있다. 병적인 저신장증은 대부분 다 효과가 있다. 성장속도가 떨어져 있다가도 치료를 하면 정상범위 이상으로 키가 크는 게 확인된다. 최종 키도 정상범위에 도달할 수 있다. 3년 치료결과를 보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한 아이의 최종 키가 치료를 하지 않은 아이보다 여자는 6cm, 남자는 5cm 더 컸다.

그러나 특발성 저신장증의 경우 10명 중 6, 7명 정도만 효과가 있다. 효과는 6개월 후에 확인할 수 있다. 키가 잘 자라고 있는 게 확인되면 치료를 이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한다.

-부작용은 없나?

성장호르몬은 질환별 권장용량이 있어 권장량을 지켜 사용하면, 부작용을 보기 어렵다. 두통, 붓기, 일시적인 갑상선기능 저하 등이 부작용으로 보고되나 실제 치료 현장에선 굉장히 드물다. 실제 40년 이상 사용했을 때도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없다. 만일 약한 부작용 증상을 겪었다면, 잠시 약을 중단했다가 다시 치료하면 큰 문제가 없다.

-성장호르몬이 2차 성징이나 성조숙증에 영향을 주지는 않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한다고 해서 사춘기가 당겨지거나 느려지지 않는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

병적인 저신장이 있다면 당연히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치료가 필요하다. 성장판이 닫히는 속도는 뼈나이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데 보통 남자는 16세, 여자는 15세가 되면 성장판이 닫힌다.

다만, 보험이 적용되는 병적인 저신장이라도 성장판이 다 닫힐 때까지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남자는 키 165cm, 여자는 153cm이 될 때까지만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다.

-키 성장 영양제, 운동은 얼마나 도움이 되나?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건 굉장히 중요하지만, 성분을 제대로 알 수 없거나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영양제 복용은 권하지 않는다. 각종 키 성장 관련 약이 많은데, 성분을 알 수 없는 약을 먹고 뼈나이가 빨리 진행돼 성장이 빨리 멈춘 경우들이 꽤 있다. 성분이 확인된 것만 먹어야 한다. 일부러 특정 영양제를 먹일 필요도 없다.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 종합비타민제 정도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키 성장에 좋은 특정 운동이 있는 것도 아니다.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한 것이지,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다.

키 성장에 좋다는 영양제, 운동은 비용이 비싼데 효능이 입증된 것이 없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 진료를 받아 아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키가 클 것인지 확인하고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게 낫다.

-저신장증 치료를 고민하거나, 치료를 받는 아이의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린이가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관심을 갖고 6개월 간격으로 키와 체중을 측정해 정상범위에 속하는지 꼭 확인해주시고, 성장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길러주는 일도 중요하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최소 8시간 이상 숙면, 음식 골고루 잘 먹기,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용은 가능한 줄이기 등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한 성장과 관련된 매우 많은 광고가 있는데 과대광고라고 생각된다.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확실히 근거가 있는 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김호성 교수
김호성 교수는

저신장, 소아당뇨, 소아비만, 소아 갑상선질환, 소아 부신질환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연구와 임상치료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으며, 미국 오리곤 헬스&사이언스 대학교 연수를 통해 관련 분야의 새로운 임상기술을 습득했다.

현재 대한소아과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미국 Endocrine Society, International Society for IGF Research,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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