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얕보면 안돼… 반드시 병원 가야할 때는"

입력 2021.10.25 07:3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어지럼증 명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지수 교수

 

어지럼증은 얕보기 쉬운 증상이다. 제자리에서 돌기만 해도 생길 수 있는 생리적 증상의 하나인 데다, 질환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평생 3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발 원인이 수없이 많아 병원에 간다 해도 빠르게 나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지 않는 증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지럼증을 얕보면 절대 안 된다. 뇌졸중 등 중증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어지럼증 통합전문센터를 개소한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지수 교수에게 어지럼증에 관해 들어본다.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어지럼증이란 정확히 어떤 증상인가?
크게 4가지 양상으로 분류된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회전성 어지럼증(현훈)인데, 본인 혹은 주변이 실제로 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돌진 않지만, 멍하고 어질어질하면서 중심을 잃을 것 같은 양상은 단순 어지럼증으로 분류한다. 가장 흔하다. 세 번째로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중심을 잘 못 잡겠고, 비틀거리면서 말과 손놀림이 어둔해지는 증상을 보이는 어지럼증(실조)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득해지면서 기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어지럼증이 있다.

양상을 분류하는 이유는 원인 질환을 찾아서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훈은 귀, 소뇌 등 중심을 잡아주는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고, 실조는 특히 소뇌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단순 어지럼증은 심인성인 경우가 많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증상은 심장 등 전신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환자가 어떤 양상의 어지럼증을 띠는지 확인하는 것이 초기 진단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크게 원인 요인을 정리하면 귀 질환, 뇌 질환, 전신적 몸 상태, 심리적인 요인 등 4가지가 있다.

평형기관이 있는 귀에 문제가 생겼을 땐 현훈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양성돌발체위현훈’은 이석증이 원인 질환이다. 귀에 있는 평형기관 중 주머니처럼 생긴 기관에는 이석이라는 돌이 관성에 의해 이동하면서 머리 움직임을 알아차린다. 이 이석이 주머니에서 떨어져 나가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는 게 이석증이다. 가만히 있을 땐 어지럽지 않은데, ▲누웠다 일어서거나 ▲돌아눕거나 ▲머리를 숙이고 젖힐 때 매우 어지럽다가 가만히 있으면 1분 이내로 괜찮아진다. 평형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일명 귀 감기인 전정 신경염이 생겨도 현훈이 나타나는데, 이땐 가만히 있어도 어지럽다. 하루 이틀 계속되다가 점점 나아지곤 한다. 메니에르병이라고 평형기관 속 림프액이 순환하는데 문제가 생겨 현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땐 어지럼증과 함께 구토, 이명 등이 10분~몇 시간 지속했다가 괜찮아졌다가 다시 재발하는 증상이 반복된다. 방치하면 청력을 점점 잃게 된다.

귀 전정기관 모형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가 귀의 전정기관 모형을 들고 이석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귀가 아닌 뇌에서 문제가 생겨 어지럼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특히 머리 뒤·아래쪽에 위치한 소뇌와 그 앞쪽에 위치한 뇌관이 어지럼증과 연관된다. 귀에서 들어온 머리 움직임과 관련된 신호를 해석해 우리 신체 활동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현훈, 실조 등 다양한 양상의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특히 소뇌 가까이 있는 혈관에 뇌경색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전조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곤 하는데, 이때 빨리 인지해 조치를 취해야 크고 위험한 중풍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중심을 잡는 기관들이 전신 질환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빈혈이 여기에 속한다. 고혈압, 당뇨, 극심한 피로, 스트레스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땐 어질어질하고, 정신이 맑지 않고, 앉았다 일어났을 때 아찔한 양상의 어지럼증이 주로 나타난다.

특히 불안, 우울,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이 최근 어지럼증 원인 질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지럼증을 심하게 겪고 난 뒤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해 만성 주관적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평형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과 다르게 심리적 요인이 원인일 때는 어지럼증과 관련된 신경들이 과도하게 항진되면서 어지럼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실제로 머리가 도는 양상보단 ▲붕 떠있는 것 같고 ▲머리가 맑지 않고 ▲쓰러질 것 같고 ▲중심을 잃을 것 같고 ▲발밑이 푹푹 꺼지는 것 같고 ▲걸음이 밀리는 것 같은 양상의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특히 어떤 증상의 양상이 나타날 때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가?
빙빙도는 현훈이 나타난다면 분명히 귀든, 뇌든 중심을 잡는 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귀에서 온 어지럼증이라면 위험한 경우는 많지 않지만, 혹여 뇌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뇌졸중, 뇌종양, 뇌 염증 등이 원인일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뇌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한쪽이 안 보이는 등 시야 장애가 있거나 ▲손과 말 등이 어눌해진다거나 ▲정말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노년층이거나, 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심뇌혈관 질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갑자기 어지럼증이 일시적으로 생겼다면 반드시 내원해 혈관 촬영을 해보는 게 좋다.

실제로 어지럼증을 호소해 검사해본 결과 귀에서 뇌로 가는 신경·소뇌 등에서 종양을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어지럼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어지럼증으로 내원할 땐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 어떤 과를 찾아가야 하는가?
워낙 유발질환이 많아 어지럼증 전문의가 아니라면 대부분 전문의가 어지럼증 진단을 까다로워 한다. 이비인후과가 됐든, 신경과가 됐든 어지럼증을 전문적으로 보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모든 어지럼증은 뇌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귀에 평형기관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 1870년도쯤 평형기관이 귀에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다른 증상 없이 어지럼증만 있다면 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대 프레임 전환이 됐다. 그러다 다시 2000년도가 넘어 MRI로 뇌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다른 증상 없이 어지러울 때에도 뇌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주목받게 됐다. 다시 말해 어지럼증은 이비인후과, 신경과 전반에 걸쳐 원인 질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과를 떠나 어지럼증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을 권장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어지럼증 양상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가 내원하기 전 미리 설문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어지럼증 양상과 함께 어지럼증이 생기는 상황, 동반질환, 기저 질환, 복용 약 등을 자세히 물어 귀, 뇌, 전신적 요인, 심리적 요인 중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큰지 일정 기준을 가지고 파악한다. 이후 직접 환자를 진찰해 전문적으로 확인한다.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귀에서 오는 질환부터 설명하자면, 이석증은 이석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빠져나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유발된 것이기 때문에 돌을 다시 원래 위치로 돌려주면 바로 치료가 된다. 이석정복술이라고 불리는데, 직접 자세를 취하게 해 언제 어지럼증이 오는지 본 다음 역순으로 머리 위치를 단계적으로 돌려 반고리관에서 돌을 빼낸다. 그 자리에서 70~80% 치료가 된다. 전정신경염은 2~3일 정도 심하게 어지럽다가 점차 회복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심한 증상이 있을 땐 어지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쓰고 이후엔 더 움직여서 어지럽게 한다. 뇌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면 더욱 빠르게 회복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운동 등을 시켜 더 어지럽게 만들어 뇌가 스스로 문제를 파악해 회복하게 하는 걸 전정재활치료라고 한다. 메니에르 병의 경우 동반 증상이 잦고, 청력 감소가 진행되면 예방하는 약제를 써서 더 이상 질환이 진행되지 않도록 치료한다.

뇌에서 오는 질환 중 대표적인 뇌졸중의 경우, 더 큰 발작이 오지 않도록 항 혈전제를 처방하거나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을 진행한다. 종양이 원인일 땐 수술적 제거를 하면 어지럼증은 자연스럽게 치료된다.

심리적 요인이 원인일 땐 어지럼증 등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유발될 수 있다는 걸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환자들이 안심하면서 증상이 완화된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원인이라면 상담 치료와 우울·불안 관련 약제 복용을 우선한다. 우울증이 없더라도 세로토닌 등 항우울증계열 약제를 처방받으면 70~80% 환자에서 증상이 호전됐다.

전신질환이 있을 땐,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를 하면 어지럼증이 완화된다.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라면 해당 약제를 조절한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으로 추정한다. 과거에는 어지럼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내왔던 측면이 강했다. 근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어지럼증 관련 전문의들이 배출되고, 학문을 연구하고, 환자를 보기 시작하니 환자들 또한 인식이 바뀌면서 어지럼증 진료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심리적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인성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이 늘어나면서 어지럼증 증상도 발현돼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사회가 고령화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어지럼증을 노인성 질환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맞다. 70세 이상 노인에서는 2명중 1명에게서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있다. 인구 전체가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지럼증 유병률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어지럼증 예방법이 있다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면서, 싱겁게 먹고 적절히 운동하는 것이 흔하고 중요한 대부분의 어지럼증 원인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탄산칼슘 성분으로 돼 있는 이석은 나이가 들수록 뼈가 약해지는 것처럼 이석도 작고 약해진다. 그러면 기존에 있던 자리에서 떨어져 나오기가 쉬워지면서 쉽게 발병 혹은 재발된다. 칼슘대사와 비타민D가 연관이 있어, 비타민D 부족과 이석증 사이 관계를 연구한 결과 실제로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이석증 유발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D는 햇볕을 봤을 때 몸에서 잘 생성되기 때문에 이석증 예방을 위해 적절한 야외 활동과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메니에르 병, 고혈압 등의 위험을 높인다. 고혈압은 뇌졸중을 유발하는 대표원인 질환이기도 하다.

특정 음식을 먹으면 어지럼증에 좋다고 알려진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은 대부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어지럼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에게 마지막 한 마디
어지럼증이 안 낫는 병이라는 인식이 생각보다 만연하게 퍼져있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대부분 원인질환이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비교적 쉽게 치료될 수 있는 증상이다. 만성 어지럼증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걱정만 한다면 이차적인 증상으로 넘어가기 쉽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빨리 전문의를 찾아 해결하는 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쉽게 낫지 않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찾아가길 권한다.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
분당서울대 신경과 김지수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지수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신경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UCLA대학병원에서 어지럼증 분야 전임의, 캐나다 토론토대병원에서 눈운동질환 전임의 과정을 마친 후 돌아와 어지럼증 없는 날을 고대하며 진료와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2017년에는 국내 최초로 어지럼증 통합전문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이자 의생명연구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진료 뿐 아니라 연구에도 관심이 크다. SCI 논문 350편을 포함하여 5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해 왔으며, 다수 국제학술지에서 편집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지럼증 분야 최고 권위 세계학회인 ‘Barany Society’에서도 ‘혈관성 어지럼증’ 분과의 의장을 맡아 전 세계 어지럼증 환자들의 수월한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극적인 활동들로 바라니학회 젊은연구자상(2006), 대한평형의학회 우수연구자상(2006), 함춘의학상(2008), 불곡의학상(2010, 2011), 유당학술상(2012),Hallpike-Nylen Prize(2014), 대한평형의학회 이원상 평형의학상(2019), 우수업적교수상(2019)등 다양한 상들을 수여받기도 했다. “어지럼증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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