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365] ‘비극’ 막는 한 문장 “당뇨 생기면 안과부터”

입력 2021.10.13 08:30

[밀당 인터뷰③] 강세웅 한국망막학회장


강세웅 교수 사진
강세웅 한국망막학회장

당뇨는 혈관이 지나는 모든 곳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눈도 예외는 아닙니다. 당뇨 환자 열 명 중 한 명은 시력에 문제가 생길 만큼 심한 당뇨망막병증을 겪습니다. 막을 방법이 없을까요? 오늘 인터뷰 속에 답이 있습니다. 한국망막학회 강세웅 회장(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과 당뇨망막병증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강세웅 한국망막학회장(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

-당뇨망막병증은 어떤 병인가요?
“망막이라는 신경막을 먹여 살리는 미세혈관이 당뇨에 의해 막히는 질환입니다. 종국에는 신경 조직이 허혈에 빠져 망가지기 때문에 시력·시야에 문제가 생깁니다. 모든 연령을 통틀어 실명을 일으키는 첫 번째 원인 질환으로 꼽힙니다.

당뇨를 아무리 잘 관리해도 30~40년이 지나면 80~90% 환자들에게 당뇨망막병증이 생깁니다. 당뇨 환자의 10%는 시력에 문제가 생기는 심한 당뇨망막병증을 앓습니다. 전 인구의 1%에 해당하니 결코 적지 않습니다. ‘혈당 관리 잘 해도 생기니까’라며 만만히 보면 안 되는 이유는 혈당 관리를 잘 해야만 발생 시기와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뇨 진단 즉시 안과 검사를 받아보라던데, 이유가 뭔가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병원에서 처음 당뇨를 진단받는 시기와 실제 당뇨가 시작된 시기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가 오래 진행되면서 생기는 합병증입니다. 당뇨 진단 시점이 이미 당뇨가 발병한지 오래 지난 후라서 눈은 망가져 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당뇨망막병증의 증상이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망막 중심부가 망가지면 시력이나 시야에 이상 증세가 바로 나타나지만, 주변부부터 서서히 망가지면 자각 증상이 없어 병이 심해지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막기 위해 당뇨 진단 즉시 안과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당뇨망막병증이 생기지 않았더라도 1년에 한 번은 꼭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하는 환자가 많던데요.
“그러면 치료시기를 놓칠 위험이 큽니다. 모든 병이 그렇듯 당뇨망막병증도 초기에 치료해야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하는 환자는 대부분 ‘내 눈은 멀쩡해서 검사가 필요 없다’거나 ‘어설프게 칼 대면 눈 엉망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망막은 이미 망가졌는데 자각 증상이 생기지 않으면 병은 방치됩니다. 증상이 조금이라도 생기고 나서야 안과를 찾으면 원상태로 되돌리기에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치료법이 아주 발전해서 수술이나 레이저 대신 주사로 치료할 수 있는 케이스도 많습니다. 간과하거나 겁먹지 말고 가까운 안과부터 찾길 권합니다.

가까운 안과를 찾으라고 말한 건 소위 ‘명의’에게 진료 받기 위해 검사를 미루는 분들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당뇨망막병증은 안과 수련 기간 4년 중 20~30%를 할애해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안과 전문의라면 이 병을 놓칠 리도, 치료하지 못할 리도 없습니다. 큰 병원에서 진료 받겠다고 검사 미루지 마시고, 지금 당장 집과 가까운 안과로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당뇨망막병증의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요?
“당뇨망막병증이 생기기 전의 상태로 돌리는 건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문제되는 병변을 치료하고 당뇨망막병증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둡니다. 당뇨가 있는 한 당뇨망막병증은 계속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허혈이나 부종 등 급성기의 증상이 생겼을 땐 이를 완화시켜 시력이나 시야가 상대적으로 좋게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을 치료하는 약물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므로, 너무 낙심하지 말고 혈당 관리와 정기 검진을 철저히 하길 바랍니다.”

-당뇨망막병증 예방을 위해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할 게 있나요?
“눈은 나빠질 때까지 기다리면 정말 늦습니다. 시간과 돈 낭비라 생각하지 말고 증상이 없더라도 꼭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 바빠서 병원 갈 생각조차 못 하는 분들 많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가 어려워진 환자를 볼 때면 마음이 정말 아픕니다. 하지만 이걸 명심하세요. 눈이 망가지면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도 크게 고생합니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걸 막는 첫 번째 방법은 혈당 관리입니다. 첫 번째만큼이나 중요한 두 번째 방법은 안과 정기 검진입니다. 꼭 기억하고 실천하길 바랍니다.

사실 이렇게 강조해도 많은 당뇨 환자들이 안과 진료를 안 받습니다. 미국에서 통계를 냈더니 당뇨 환자의 절반이 안과 진료를 안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당뇨가 있으면 안과 검진은 필수’라는 메시지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던져주세요. 그런 의미에서 밀당365 제작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의료 정보 격차를 줄이고, 보다 많은 당뇨 환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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