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신약 개발 매진"… 고려대의료원, 정릉에 첨단 '연구기지'

'메디사이언스파크' 21일 문 열어

고려대 보건대 부지에 정릉 캠퍼스 새로 조성
대학·병원·연구기관 14곳 인접, 시너지 기대

정몽구 백신혁신센터 신설, 기업 공익가치 실현
동화바이오관, 특수 보건의료 전문인력 양성
김영훈 의료원장 "적극적 투자로 새 시대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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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이 서울 성북구 정릉에 백신과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 대학 캠퍼스를 구축한다. 사진은 고려대 정릉 캠퍼스 조감도./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 의대가 백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를 하는 독립적인 캠퍼스를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만든다. 정릉 캠퍼스는 '메디사이언스파크'라고 이름을 붙였으며, 오는 21일에 문을 연다.

고려대의료원 김영훈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사립대 중에 '백신·신약 개발'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갖고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코로나 후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말이 아닌 '실체'를 통해 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메디사이언스파크가 들어서는 정릉 캠퍼스는 과거 고려대 보건대학이 있던 부지를 새롭게 조성한 것이다. 캠퍼스 주변에는 고려대를 비롯한 9개 대학과 병원, 한국과학기술원 등 5개 연구기관이 인접해 있어 연구·임상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정릉 캠퍼스가 완공되면 가장 먼저 집행부를 포함한 의료원 헤드쿼터(본부 부서)가 이동한다"고 말했다.

◇백신·신약 개발 위해 기업 기부 이어져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백신혁신센터'가 들어선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백신혁신센터 건립을 위해 사재 100억원을 기부, '정몽구 백신혁신센터'로 명명하게 됐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감염병으로부터 인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익을 목적으로 통큰 기부를 했다"며 "일회성 기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나오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혁신센터에서는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와 함께, 백신 항원을 발굴하고 유효성 평가와 전임상 연구 플랫폼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ABSL3, BSL3 등의 연구 시설이 설치된다. 전 세계 유수 대학과 네트워크를 갖고, 감염병 전문 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고 백신과 신약을 개발하는 최첨단 연구 기지가 될 것"이라며 "이제 시작 단계로 더 많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또한 동화그룹이 30억원을 쾌척함에 따라 동화바이오관이 세워진다. 첨단기술융합학과와 대학원, 디지털헬스케어, 의료데이터 산업체 등이 입주한다. 이곳에서 특수 분야 국제 보건의료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기업·대학·연구소·병원의 산·학·연·병 협력을 이끈다. 동시에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시설도 만들어 협업할 예정이다. 동화바이오관에는 총 32실이 있는데, 1차 공고로 16실이 입주하기로 했다.

◇고려대, 감염병 분야 연구 업적 쌓아와

고려대 의대는 바이러스와 감염병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는 1976년 신증후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백신인 '한타박스'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최근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이호왕 명예교수가 거론돼 수상 여부가 주목된 바 있다.

감염병 연구, 백신 개발 업적이 기반이 돼 현재 고려대 주요 의료진들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고, 백신과 혈장치료제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가 방역 대책이나 정책적 제언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대학에서 백신이나 신약 개발에 나서면 기초 실험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박사후 연구원 등 인적 인프라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또 대학병원과 연계 돼 시험자 모집 등 임상시험이 용이한 여건이 마련된다. 정릉 캠퍼스 같은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자체 개발은 물론, 협업 제약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김 부총장은 내다봤다.

◇빅데이터 역량도 키워

정릉 캠퍼스에는 의료정보학교실을 신설해 미래의학의 바탕이 되는 빅데이터 역량도 키워갈 계획이다. 데이터는 '돈'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고려대 산하 안암, 구로, 안산의 3개 상급종합병원에서 나오는 의료 데이터를 일원화하는 병원정보시스템이 마련돼 빅데이터를 이용한 진단에 도움을 주는 AI시스템 개발이 멀지 않게 됐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환자의 진단 영상 등 데이터를 모으면 질병 패턴을 찾을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질병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이미 800억원 규모의 정밀의료 국책 사업을 수주,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을 위한 유전자 데이터도 모으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 맞춤형 치료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 캠퍼스는 영상 검사의 데이터를 모으고 원격판독하는 '이미징센터'가 설립됐다. 홈헬스케어 분야 연구 기지 역할도 담당한다.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병원이 아닌 집에서 임종을 준비하고 싶어하는 인구가 많다. 뇌졸중, 파킨슨, 치매 전문 의사와 간호사들이 방문 진료를 통해 홈헬스케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김영훈 의무부총장은 "고려대 의대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도전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콘셉트의 캠퍼스 두 곳을 구축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 문을 연 정릉과 청담을 포함해 고려대의료원 산하의 각 캠퍼스가 모두 자리 잡게 되면 차별화되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더불어 현재 논의 중인 기존 안암, 구로, 안산의 뒤를 이을 제4병원의 입지도 가시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