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모양 잊은 ‘코로나 키즈’들… 투명마스크, 도움 될까?

입력 2021.09.14 09:44

어린이집 대상 ‘소통마스크’ 실험… 언어 학습 개선 기대

아이와 교사가 대화하는 모습
종로구는 지난 13일부터 관내 3개 어린이집에서 ‘소통마스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종로구 제공

최근 일부 어린이집 대상으로 ‘투명마스크’ 시범사업이 진행돼 관심을 끌고 있다.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어린이들의 언어·사회성 습득이 제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어린이집 교사와 어린이들은 서로 얼굴과 표정을 볼 수 있는 투명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를 벗는 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시도가 어린이들의 언어·사회성 습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종로구, 3개 어린이집서 ‘소통마스크’ 시범사업
최근 종로구는 다음 달까지 관내 3개 어린이집에서 ‘소통마스크’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소통마스크는 일명 ‘립뷰(Lip View)마스크’로도 알려진 투명 마스크로, 일반 방역마스크와 동일한 디자인에서 입이 보이도록 마스크 전체 또는 입 부분에만 투명 필름을 적용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비말 차단 기능도 대부분 갖추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어린이집 영아반 담임교사 18명과 만 0~2세 아동 76명은 구에서 제공하는 소통마스크를 착용하고 보육활동에 임한다. 아동의 경우 입이 보이는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어린이 안전기준을 통과한 마스크를 별도 제공하기로 했다. 종로구 측은 “코로나19 시대 영유아들은 1년 반 이상 지속된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이전 세대보다 언어 학습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영유아 발달 시기에 맞는 맞춤형 보육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여러 우려를 해소하고자 보육 교직원 백신접종, 관련시설 방역 등과 병행해 이번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종로구는 추후 보육교직원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중 전체 어린이집 영아반과 장애통합어린이집 장애아반 보육 교직원까지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입 모양 보이는 투명마스크, 표정·언어 전달 수월
마스크 착용 장기화로 인한 어린이들의 언어·사회성 습득 지연은 전부터 제기돼온 문제다. 어린이들은 단순히 소리를 듣거나 글을 보는 것 외에도 표정과 입모양을 통해 언어, 감정, 사회성을 발달시켜야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마스크에 얼굴이 가려지며 이 같은 학습들이 모두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학부모 사이에서는 성장 후 언어능력과 사회성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를 넘어 일상화되면서, 아직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투명마스크는 어린이들의 언어·사회성 습득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 상황에서 교사와 어린이가 방역 수칙을 지키며 입을 보고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투명마스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어와 입모양으로 의사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이미 투명마스크를 적극 사용 중이기도 하다. 가천대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서로 입 모양이 보이는 만큼, 표정과 언어 발음 등의 전달이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며 “일반 방역마스크를 착용했을 때보다는 당연히 학습효과가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학습 한계 여전… “마스크 벗을 수 있는 ‘집 안에서 소통’ 힘써야”
현 시점에서 투명마스크는 분명 효과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마스크를 벗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될 수는 없다. 투명 필름을 통해 상대방 입이 보인다고 해도, 마스크를 벗었을 때에 비하면 표정은 물론, 표정 속 감정 또한 온전히 전달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신체·정서적 발달이 진행 중인 만큼, 투명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제한된 입모양과 표정을 보고 상대방의 여러 감정들을 추상하거나 표정·감정을 연결 짓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존 방역마스크가 그렇듯 밀폐된 곳에 가거나 뛰어노는 상황에서 마스크가 불편하고 호흡이 자연스럽지 못할 경우, 정서적 불안함, 불편함 등을 느낄 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평소 투명마스크를 보조 수단으로 잘 활용하되,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상황, 즉 가정에서 자녀와 의사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배 교수는 “대다수 교육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가정에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시간의 ‘질’과 언어교환의 ‘양’, 가족 구성원 간 밀착도를 높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또래와 1:1 사회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인형놀이, 로봇놀이 등과 같은 역할놀이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 소통방식의 미디어 학습에 의존하기보다, 부모·자녀 간 많은 대화를 통해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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