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폭발 성장… 당·나트륨 '폭탄'을 먹다

입력 2021.09.13 17:00

[단맛중독④] 즉석섭취&즉석조리 식품

가정간편식
가정간편식 중엔 당류 함량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제품이 있으므로 영양성분을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바쁜 현대 사회에 발맞춰 식습관도 바뀌었다. 가정간편식이 자연스럽고 빠르게 우리 밥상의 일부가 됐다. 실제로 가정간편식의 생산실적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조 7000억원, 2018년 3조원, 2019년 3조 4600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어느새 간편함 때문만이 아니라 맛있어서 중독된 듯 가정간편식을 자주 사 먹지는 않는가? 그 속에 있는 당류와 나트륨 때문일 수 있다.

◇핫도그 한 개만 먹어도 하루 당 섭취기준량 충족해
식품공전에서 가정간편식은 김밥, 도시락같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섭취식품, 떡볶이, 우동같이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 샐러드같이 신선 음식을 손질해 놓은 신선편의식품 등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그중 특히 즉석섭취식품과 즉석조리식품에는 당류가 많이 함유돼 있다. 공주대 식품과학부 최미경 교수팀이 2019년 10~12월 국내 대형 마트, 슈퍼, 편의점 등에서 시판 중인 가정식 835개(즉석섭취식품 294개, 즉석조리식품 499개, 신선편의식품 42개)의 당류 함량을 조사한 결과 즉석조리식품의 당류 함량이 신선편의식품의 세 배 이상이었다. 즉석조리식품 중 특히 핫도그류(52.9g), 떡볶이류(30.4g), 국수류(21.2g) 등의 평균 당류 함량이 높았다. 하루 당 섭취기준량이 총 섭취함량 2,000kcal 기준 50g인 것을 고려하면, 한 제품만 먹어도 하루에 섭취해도 되는 당류의 상당 비율을 섭취하게 된다. 즉석섭취식품 중에서도 밑반찬류(34.3g)와 선식류(22.5g)의 평균 당류 함량이 매우 높았다. 최미경 교수는 “소비자는 당류 함량이 높은 즉석조리식품과 즉석섭취식품의 섭취량과 섭취 빈도를 줄이고, 영양표시를 비교해 당류 함량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며 “생산자도 당류 함량이 낮은 식품을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정간편식 총 6391개 제품을 대상으로 열량, 나트륨, 당류, 탄수화물, 단백질 등 주요 영양성분 함량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강재헌 교수는 “열량이 높고, 인슐린이 급격히 올랐다 내려가면서 폭식을 유발하는 당류는 과다섭취 시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터프츠대 영양학 정책대학원,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뉴욕시 연구팀 등 공동 연구팀은 포장 식품에서 당 함량을 20%, 음료에서 당 함량을 40% 줄이면 미국인이 평생 앓을 심혈관질환 248만건, 당뇨병 75만건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가정간편식, 나트륨 함량도 높아
가정간편식의 더 큰 문제는 나트륨 함량도 높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탕면(1361.6mg), 면류(1204.3mg), 도시락(1152.7mg), 김밥(1086.6mg) 등은 하루 나트륨 기준치(2000mg)를 50% 이상 초과했고, 햄버거·죽·떡볶이 등은 가정간편식이 외식·가정식 평균보다 약 20% 이상 나트륨 함량이 높았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영 교수는 “나트륨 자체가 체내 농도 불균형을 유발해 몸이 붓게 하고, 고혈압이 오게 한다”며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지속되면 비만, 고혈당,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나트륨이 많다고 조사된 음식은 특히 중, 고등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즐겨 찾는 식품이다. 청소년의 2명 중 1명이 편의점 가정간편식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한 끼를 섭취했는데, 그중 66%가 면류와 김밥을 포함해 2개 이상의 제품을 음료와 함께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제품은 한 끼 대체용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제품을 섭취하면 1끼만으로도 당류 함량과 나트륨 함량이 1일 섭취 기준에 근접하거나 초과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편의점 가정간편식을 통한 한 끼 섭취만으로도 하루 나트륨 기준치를 초과했고, 당류는 하루 섭취 기준에 근접해 성장기 청소년들의 영양불균형이 우려된다”고 했다. 강재헌 교수는 “특히 신체가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기에 당류와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성장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비만한 성인이 될 가능성도, 만성질환의 합병증이 빠르게 발병할 소지도 커진다”고 말했다.

◇당, 나트륨 동반 섭취, 비만·심혈관계질환 위험 커져
가정간편식은 당과 나트륨을 한 번에 다량 섭취하게 한다. 두 성분을 함께 섭취하면 심혈관계질환과 비만 위험이 더 커진다. 나트륨이 포도당 흡수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기영 교수는 “나트륨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체내 농도를 맞추기 위한 삼투압 때문에 포도당 흡수 속도도 빨라진다”며 “당뇨병 환자보고 짜게 먹지 말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강재헌 교수는 “포도당 흡수 속도가 빨라져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면, 혈당이 급격하게 내려가 결국 식욕을 자극해 더 많이 먹게 한다”며 “나트륨, 당 모두 심혈관질환, 비만 등 겹치는 질환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달고 짠 맛은 혀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속 달고 짠 음식을 먹으면 맛의 역치가 높아져 점점 더 달고 짠 음식을 찾게 된다. 이기영 교수는 “미각 중에서도 특히 짠맛을 느끼는 세포는 노화되면서 제일 먼저 없어지는데 역치까지 높아지면 더 짠 음식을 찾게 돼 건강에 유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간편식 고를 땐, 영양성분 함량 확인해야
가정간편식을 슬기롭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영양성분 함량을 확인하고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영양성분 함량이 다르다. 조리할 때는 나트륨 함량이 높을 땐 물, 채소 등을 더 넣어 조리하는 것이 좋다. 유탕면 등 라면을 먹을 때는 스프 양을 줄이는 것이 나트륨과 당류 섭취량을 줄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단백질이 부족할 때는 두부, 달걀 등으로 보충해주면 된다. 햄 등 가공육은 끓는 물에 3~5분 정도 데치면 나트륨을 줄일 수 있다.

조리한 음식을 먹을 땐 일반적으로 국물에 나트륨 함량이 높으므로 국물보단 건더기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포만감을 높여 먹는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천천히 씹어먹는 것이 좋으며, 음료는 당류 함량이 높은 탄산음료보다 물, 보리차, 우유 등을 마시는 게 권장된다. 이기영 교수는 “특히 아침에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가 잘 되고, 저녁에는 잘되지 않기 때문에 당류가 많은 음식은 저녁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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