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폐암 항암치료 명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 이유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폐암은 처음부터 4기로 발견되는 비율이 어떤 암보다도 많을 만큼 발견이 늦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4기로 발견되는 환자가 46%로 거의 절반에 달하며, 3기는 20% 수준이다. 3·4기에 발견되는 케이스가 70%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재발률이 높다는 것이다. 유방암, 위암 등이 1기에 수술 시 완치율이 90%가 넘는다면, 폐암은 1기에 수술해도 완치율이 70% 정도에 불과하다. 2기는 50%까지 떨어진다. 조기에 암을 발견·치료해도 비교적 잘 재발하고 사망률도 높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며, 현재로써는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검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정부에서 고위험군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검사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위내시경 검사로 위암을 발견하는 것에 비하면 정확도가 현저하게 낮다. 검사를 통해 폐결절을 발견하더라도 실제 암 여부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예전에 비해서는 저위험군 환자가 CT검사 과정에서 암을 발견하는 등 이전보다 조기 발견이 늘어나는 추세다.
-진단 시기에 따라 어떤 치료법들이 시행되나?
1, 2기는 수술이 표준적인 방법이다. 이 중 폐 기능이 좋지 않거나 고령이어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이 경우 수술과 비슷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3기의 경우 초·중·후기로 다시 나뉘며, 시기별로 치료법이 다르다. 수술을 먼저 하고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를 하거나, 처음부터 수술을 하지 않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식이다. 수술을 염두에 두고 항암치료 또는 항암·방사선치료를 동시 시행하다가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법은 의사별로, 의료기관별로 다르다. 4기에는 항암치료가 시행된다. 다만, 4기 환자의 경우에도 수술을 하거나 고식적치료로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있다.
-4기가 아님에도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는?
모든 암이 그렇듯 폐암 항암치료에도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로는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한 보조 항암치료가 있고, 둘째로는 수술 전 원활한 수술을 위해, 종양 크기를 줄이기 위해 하는 수술 전 항암치료가 있다. 또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수술을 염두에 두지 않고 방사선치료와 함께 하는 항암치료가 있으며, 완치는 어렵지만 생명 연장과 암에 의한 증상을 막기 위해 하는 고식적 목적의 항암치료도 있다. 폐암의 경우 4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고식적 항암치료가 가장 많이 시행된다.
-치료 중 약을 교체하기도 하는데?
약을 교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약이 듣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검사·CT검사를 통해 새로운 병변이 생기거나 기존 병변의 크기가 일정 크기 이상 커진 것으로 확인되면 약이 듣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가 80~90%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환자가 약 사용으로 인해 견딜 수 없는 부작용을 겪을 때다. 대부분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지만, 약물 용량이나 투여 간격을 조절했음에도 이를 감내할 수 없을 정도,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부작용이 생겼다면 동일한 약물로 치료를 이어가기 어렵다. 항암치료를 하다보면 약을 교체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고식적 항암치료의 경우 약효가 발현되는 기간, 즉 무진행생존율이 4~6개월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첫 번째 약을 사용한 후 4~6개월이 지나면 약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경우 무진행생존율이 각각 10~12개월, 12개월 정도에 달하지만, 결국 이후에는 약을 바꿔야 한다.

-항암제도 종류가 다양한데?
가장 흔하게 인식되는 세포독성항암제는 1950년대에 나온 1세대 항암제로, 몸속에서 일반 세포보다 빠른 속도로 자라는 암세포를 죽여 항암 효과를 본다. 문제는 세포독성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하지만 몸의 정상 세포, 특히 머리카락이나 구강점막, 골수 등 빨리 자라는 정상세포 또한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탈모가 생기고 백혈구나 혈소판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2세대에 해당하는 표적항암제는 특정 암 유전자나 단백질 등을 공격하는 항암제다. 때문에 표적을 가진 환자에게 사용하면 대부분 치료효과를 보게 된다. 일반 세포를 완전히 공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적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 또한 훨씬 적다.
암종에 따라 다르지만 폐암의 경우 표적항암제 사용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은 면역항암제를 단독, 또는 기존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면역관문억제제’로, 가장 흔한 면역항암제는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다. 면역항암제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 생존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효과가 있다면 내성 없이 장기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단점은 반응이 있는 환자가 적다는 것이다. 현재 기술로는 특정 환자에 대한 반응 여부를 예측할 수 없고, 실제 약을 사용했을 때에도 반응이 있는 비율은 대부분 암종에서 20% 수준이다.
-최근 항암치료 경향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치료가 4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3기부터 2기, 1기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항암·방사선 동시요법을 시행 중인 3기 폐암 환자에게 PD-1/PDL-1 면역관문억제제 ‘임핀지’를 1년 정도 사용하면 5년 생존율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져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보험 적용도 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2·3기 폐암 수술 환자에게 보조 요법으로 다른 면역관문억제제인 티센트릭을 사용할 경우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치료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돼 조만간 이 치료법이 표준요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다른 면역관문억제제들 또한 각 개발사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유사한 데이터들이 계속해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표적항암제의 경우에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1기 후반, 2기, 3기에서 표적항암제를 사용하면,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수술 후 재발률이 80%가량 크게 낮아진다는 임상결과가 지난해 나왔다. 이 역시 이미 표준요법으로 정착된 상태다.
-항암제 사용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나?
예상하기 어렵다. 효과적인 조기 검진 수단이 나온다면 항암제 사용량 또한 줄어들 것이다. 다만, 향후 20년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암 환자가 늘고 있고, 항암제 사용 범위 또한 4기뿐 아니라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치료제가 있다면?
5년 전만 해도 폐암에서 표적항암제의 ‘표적(유전자 돌연변이)’은 EGFR과 ALK 등 2개 정도였다. 그러나 2021년 8월 기준으로는 ROS1, BRAF, NTRK, RET, MET, KRAS 등 10개에 달한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KRAS다. 처음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게 1960~1970년대다. 굉장히 이른 시기에 알려졌음에도 그동안 치료제를 못 만들었다. 워낙 크기가 큰 데다, 활성화에 필요한 GTP와의 결합력이 매우 강했고 둘을 끊어놓는 방법 또한 찾지 못했다. 설사 끊어내더라도 KRAS를 억제하면 정상세포 기능이 함께 저하돼 부작용이 너무 많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수십 년간 실패해왔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KRAS G12C를 억제하는 약이 나왔다. 아직 다른 표적항암제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반응률이 40% 정도며 질병 조절률도 약 80%로 나타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최근 폐암치료제 임상연구 동향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4기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를 1~3기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임상이다. 두 번째는 KRAS나 EGFR 엑손20 삽입 돌연변이 등 기존에 공략하지 못했던 유전자 돌연변이를 공략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한 것과 같이 약물이 없었던 표적에 대한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끝으로 세 번째는 현재 약 20% 수준인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양한 임상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치료가 완벽하다면 임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장 좋다는 치료법도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다. 예를 들어 면역항암제의 경우 반응이 있는 환자에게는 아주 좋은 치료옵션이지만, 반응이 있는 비율이 전체 환자 대비 20%에 불과하다. 표적항암제 또한 내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 같은 점을 극복하려면 계속해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 사용하는 표준 약제들 또한 신약 임상을 토대로 개발됐다.
-약이 개발돼도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데?
과거에 비해 약 개발을 위한 전 임상 과정이 정밀해지고 개발비용 또한 많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에게 실제 투약할 때 좀 더 정확한 용량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약이 승인되기 위한 3상 임상에서도 수백명의 환자와 수 조(兆)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모된다.
치료하고 싶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크다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임상에 참여하면 국내에서 급여가 안 되는 신약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신약과 기존 약을 비교하는 임상의 경우, 국내에서 급여가 안 되는 기존 약 또한 무상으로 사용 가능하다. 때문에 기존 약 또는 신약 중 어느 군에 분류되더라도 손해가 없다.
-손해가 없어도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있지 않나?
과거에 비해 임상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훨씬 정밀하게 부작용 등을 예측을 한 후 임상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임상시험이 환자에게 피해가 된다면 심사기관에서 임상시험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허가를 받은 만큼 주치의를 믿고 치료에 임해도 된다. 또한 신약 개발이라고 해서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약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용법을 바꾼다거나 4기에 사용되던 약을 1~3기에 사용해볼 수 있고, 이미 시판된 약이 폐암 돌연변이에 효과가 있다면 약을 가져와 임상시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임상 환경은 어떤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작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가 의료진들이 정상적인 임상이 불가능해지며 버추얼 임상에 대한 논의까지 나왔으나, 국내에서는 이 같은 이슈가 없었다. 서울은 전 세계적으로도 임상을 가장 많이 하는 도시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인력 문제는 있다. 연구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새로운 임상을 의뢰받아도 시작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폐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임해줬으면 한다. 임상시험이라고 해서 환자를 동물처럼 실험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사람에게 사용하지 않은 약을 갑자기 투여하는 임상만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기존 데이터를 잘 축적해 진행하고, 기존 약을 다르게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폐암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연세대 의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에서 폐암, 두경부암, 식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암약물치료, 신약치료를 하고 있다. 홍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는 진행성·불응성 폐암의 내성 기전과 극복이다. 매년 100여건 이상의 항암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 실시되는 글로벌 폐암 치료제 임상연구에도 모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개발에도 참여했다. 홍 교수의 목표는 더 많은 환자들이 끝까지 암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개발·사용하는 것이다. 실제 일부 환자들이 홍 교수가 진행 중인 임상연구에 참여해 치료효과를 보기도 했다. 홍민희 교수는 낮은 반응률, 무진행생존률 등 기존 약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