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판매 중단한다는 담배회사, ‘파격’일까 ‘상술’일까?

입력 2021.07.30 07:50

필립모리스 야체크 올자크 CEO, 영국 내 ‘말보로’ 판매 중단 선언
금연운동가 “70년째 같은 전략… 모양·형태만 바꿔 팔겠다는 말”

담배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야체크 올자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10년 내에 영국에서 ‘말보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DB

세계 최대 담배 제조사 필립모리스의 야체크 올자크 최고경영자(CEO)가 영국 내에서 대표 제품 ‘말보로’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만 놓고 보면 과감함을 넘어 ‘파격’이라는 생각까지 들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이 달갑지 만은 않다. 인류 건강을 위해 전통담배 판매를 중단하는 대신, 비교적 덜 해로운 전자담배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함께 밝혔기 때문이다. 금연 운동가들 역시 담배회사가 늘 해오던 상술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필립모리스 “10년 내에 영국에서 말보로 사라질 것”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야체크올자크 CEO는 최근 영국 텔레그래프·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담배는 2030년부터 판매 금지되는 휘발유 자동차처럼 취급돼야 한다”며 “전통적 흡연을 멈추기 위해 10년 내에 말보로를 영국 소매점 진열대에서 사라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말보로는 PMI는 물론, 담배 자체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궐련형 담배의 등장으로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판매 중단을 선언한 이유는 뭘까. 이어진 발언에서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소비자의 가장 좋은 선택은 담배를 끊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 등 덜 해로운 대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담배를 끊지 못하겠다면 그나마 니코틴이나 유해물질 함량이 낮은 전자담배, 또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타라는’ 의미다. 실제 PMI는 그동안 자사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를 비롯해 새로운 형태의 담배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오기도 했다. 현재 이들 비연소 제품(불을 붙이지 않고 피우는 담배)의 매출은 PMI 영국 수익의 2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연 운동가 “모양만 바꿔 팔겠다는 말, 그런다고 독이 사라지나”
어찌 됐든 담배, 그 중에서도 대표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담배회사 CEO의 말은 꽤 반가운 소식으로 들린다. 실제 그의 발언을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는 자동차 회사나 의류 회사 등에 빗대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와 금연 운동가들은 여전히 ‘상술에 불과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국내 대표 금연 운동가인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그동안 판매해온 담배 대신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형태나 모양만 바뀔 뿐 니코틴이나 발암물질, 독성물질이 들어 있는 담배를 판매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담배의 핵심은 니코틴으로, 회사가 흡연자들의 니코틴 중독을 이용해 담배 모양만 바꿔서 계속해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서 원장은 금연이 어려운 이들에게 전자담배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겉으로는 금연을 권장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결국 신제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흡연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담배를 권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같은 전략은 이미 지난 70년 동안 이어져왔다”며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후 담배회사들이 필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으나, 결국 해로운 성분을 걸러내는 효과가 2%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 등장한 게 저타르 담배지만, 이 역시 폐암을 줄이는 데 별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마찬가지로 몸에 해로울 뿐, 금연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모두 과장되고 거짓된 주장”이라며 “회사에서는 기존 담배보다 해로움이 10분의 1정도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수많은 연구 자료를 보면 6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해로운 정도가 10분의 1이 아닌 6이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몸에 덜 해롭다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물에 섞인 독약이 6이든 1이든 독은 독”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며 안심하는 것은 소량의 독을 섞은 물을 마시면서 안심하거나, 20층 대신 10층에서 떨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꼬집었다.

◇“판매 멈출 수 없다면 거짓말이라도 하지 말아야”
담배 회사가 금연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바꿔 생각해보면 제품을 팔아야 하는 회사에게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말 자체가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담배회사에게 책임과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소비재와 달리 담배는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킬 만큼 건강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연 운동가들은 담배회사가 담배를 제조·판매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면 최소한 회사가 스스로 회사와 담배를 미화하지 말고 사실만을 말해줄 것을 당부한다. 서홍관 원장은 “단순히 비판을 피하기 위해 덜 해로운 담배를 만든다거나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척하며 담배회사가 스스로를 미화해선 안 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등 새로운 담배의 기능에 대해 과장하지 말고, 소비자들에게 해로움에 대한 사실만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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