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자가검사키트’… 4차 대유행 빌미됐다?

'민감도' 20% 불과… 양성인데 음성 판정
자가검사키트 사용 후 ‘조용한 전파’ 가능성
4차 대유행 진짜 원인, 섣부른 방역 완화·접종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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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사진=연합뉴스DB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원인을 놓고 ‘자가검사키트 책임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낮은 민감도의 자가검사키트 도입·사용이 ‘가짜 음성’(위음성) 사례 증가로 이어지며 4차 대유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 사용의 영향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해석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반응을 보인다. 인과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4차 대유행의 원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가검사키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 “자가검사키트 위음성 판정 후 조용한 전파 있었을 것”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지난 15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 사용에 따른 ‘조용한 전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자가검사키트 위음성 사례 관련)정보를 수집·관리하지 않아서 정확한 규모를 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감도가 낮은 자가검사키트 특성상 실제로는 양성임에도 음성으로 확인돼 추후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가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가검사키트는 코로나19 유증상자가 스스로 비강 도말 검체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해 음성·양성 여부를 검사하는 수단이다. 15분 내외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편의성도 높지만, 기존 유전자 검사(PCR)나 의료인·검사전문가가 콧속 깊은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항원검사보다 민감도가 낮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자가검사키트가 도입될 때부터 사용에 반대해왔다. 민감도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17.5%, 서울대병원 연구팀) 자가검사키트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위음성 판정 후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방역당국 역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자가검사키트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만 사용하도록 했으며, 자가검사 후에는 반드시 추가 PCR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권고했다.

◇도입 전부터 반대한 전문가들, 우려 현실로
결과적으로 방역당국의 권고에도 자가검사키트 사용에 따른 ‘조용한 전파’ 우려는 현실화 됐다. 전문가들은 지침과 달리 자가검사키트가 보조적 수단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은 물론, 추가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 또한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는 “많은 전문가들이 도입 당시부터 위음성, 특히 무증상이거나 바이러스 양이 적은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음성 판정을 우려해 (자가검사키트를)되도록 사용하지 않거나, 필요하다면 특정 집단에서만 해석에 주의하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지금과 같이 편의점 등에서 광범위하게 판매·사용된 점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4차 대유행에 영향 미쳤지만… “진짜 원인은 섣부른 방역 완화·접종 지연”
자가검사키트 도입 후 3개월여 만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자가검사키트 사용이 이번 4차 대유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는 ‘양성’임에도 자가검사키트로 ‘음성’ 판정을 받은 위음성 확진자가 추가 PCR 검사 없이 일상생활을 했고, 지역사회 곳곳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며 대유행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민감도가 매우 떨어지는 검사에서 나온 부정확한 결과를 믿고 일상생활을 했을 수 있다”며 “(영향을 미쳤을)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신우 교수 또한 “(자가검사키트 위음성 판정이)4차 대유행의 모든 원인은 아니더라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4차 대유행의 ‘주요 원인’으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4차 대유행에 있어 자가검사키트의 영향은 굉장히 적은 정도”라며 “민감도가 낮고 위음성·위양성이 많은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가검사키트를 주요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보다는 지난 6개월 간 하루 확진자가 500~600명에 달함에도 섣불리 거리두기 완화와 백신 인센티브를 이야기해 전체적인 경각심을 떨어뜨린 (정부의)영향이 훨씬 크다”며 “여기에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2배 빠른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과 백신 부족으로 인해 지체되고 있는 백신접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 “지금이라도 사용 중단해야”
책임론을 떠나 자가검사키트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반대해온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PCR 검사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내에서 낮은 민감도와 실효성 등을 감수하고 굳이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자가검사키트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면, 국민들이 정확한 PCR 검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가검사키트를 통한 위음성 판정에 의존해 전체적인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결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자가검사키트에서 결과가 나와도 다시 PCR 검사를 해야 하고, 실제 PCR 검사를 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민감도가 낮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결과들이 분명 있는데, 무리해서 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신우 교수 또한 “검사 정확도가 낮다면 유통 자체가 위험한 것일 수 있다”며 “국내와 같이 쉽게 PCR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에서는 굳이 부작용을 감수하고 (자가검사키트를)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영향 미쳤다는 근거 부족… 활용방안 찾아야” 주장도
반면, 현재로써는 4차 대유행과 자가검사키트의 연관성을 단정 지을 수 없고, 같은 맥락에서 자가검사키트 역시 당장 사용을 멈추기보다 미비점을 보완해 미국, 유럽 등과 같이 특정 집단·상황에서만 사용하는 등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정부가)특정 사실에 대해 발표할 때는 예방률, 돌파감염률 등과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발표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과학적 근거 없이 ‘그럴 수 있다’는 추측만으로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정말로 영향을 미쳤다면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켰는지(감염재생산지수)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퇴출시키는 것이 아닌,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사용법, 신뢰도에 대해 정확히 교육하는 동시에, 자가검사키트로 찾아낸 확진자 수보다는 자가검사키트의 감염 차단 효과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23일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의 자가검사키트 제품을 조건부 허가했다. 당시 식약처는 ‘3개월 이내에 자가검사에 대한 추가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이번 주 내로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