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위한 백신?... '식물 플랫폼' 코로나19 백신 개발 러시

입력 2021.07.15 08:00

바이오앱·지플러스생명과학·엔비엠 등 전임상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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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클립아트코리아

건강과 환경, 동물권을 위해 채식을 하는 '비건(Vegan)'이 느는 가운데 식물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전임상시험(비임상시험) 단계 전까지 식물을 활용하는 '식물 플랫폼 백신'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식물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얼마나 진행됐을까?

◇식물 플랫폼 백신, 동물 백신과 뭐가 다를까?

식물 플랫폼 백신은 기존 백신이 동물세포나 미생물 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되는 것과 달리 식물세포 배양이나 형질 전환된 식물을 이용해 생산되는 백신을 의미한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식물에서 항체가 처음 생산된 것은 1989년이다. 이후 식물 플랫폼 백신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 2006년 미국에서 식물 세포배양 방식으로 개발된 뉴캐슬병 동물 백신이 상용화됐으며, 담배를 이용해 항체를 추출한 B형 간염 백신은 쿠바에서 시판되고 있다. 현재 총 20종 이상의 식물 플랫폼 의약용 단백질이 판매승인 되거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동물을 이용해 개발한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도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물 플랫폼 백신은 오히려 더 안전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 백신 생산에 이용되는 미생물이나 동물세포는 생산과정에서 병원균이나 독성물질 오염돼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식물은 배양 및 생산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하더라도 식물과 사람의 생물학적 계통이 멀어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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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플랫폼 백신 개발 및 생산과정/식약처 제공

식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생산 측면에서도 식물 플랫폼 백신은 효율성이 높다. 미생물이나 동물세포 백신은 배양은 매우 까다로워 배양 조건을 갖추기 위한 고가의 대규모 공정이 필요하고, 대량 생산도 어렵다. 반면, 식물 플랫폼 백신은 공기 중의 탄소원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배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생산이 쉽다. 실제 옥수수를 이용해 개발된 진단시약 Avidin의 생산단가는 계란을 이용할 때보다 10배 저렴하다. 수급난이 반복되는 인플루엔자 백신도 마찬가지다. 계란을 이용해 생산해야 하는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기간은 6~7개월이지만, 식물 플랫폼 인플루엔자 백신은 3~5주면 생산이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도 식물로 만들 수 있을까?

개발만 성공한다면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이 우수할 가능성이 크고, 빨리 생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식물 플랫폼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높다. 이미 국내외 제약사들은 식물 플랫폼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곳은 캐나다 제약사 메디카고다. 메디카고는 GSK와 함께 담배를 이용한 코로나바이러스 유사입자(CoVLP)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러스 유사입자(VLP, Virus-like particle)백신은 재조합단백질의 형태를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 인체 내에서 감염은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질병 예방 효과를 낸다. 그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재조합단백질 기반 코로나19 백신보다 안전하다. 메디카고와 GSK가 공동 개발 중인 이 백신은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아이바이오(iBio)와 HPB가 식물 플랫폼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담배를 이용해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아이바이오의 경우, 백신과 면역 반응 연장을 위한 보조제(Subunit)을 각각 개발하고 있는데, 두 물질 모두 현재는 비임상시험 단계다. 아이바이오 측은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과 면역 반응 강화물질을 병용할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장기간 면역 반응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KPB는 1회 단일 용량으로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식물 플랫폼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식물이 인간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를 수용할 수 없어 안전성이 높을 것이라 보고 있다. KPB는 기존에 에볼라 항체치료제 개발 프로세스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7월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앱과 지플러스생명과학, 엔비엠 등 3개 기업이 식물을 이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앱은 한미사이언스와 손을 잡고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앱은 담배를 활용한 VLP 백신을 개발 중인데, 면역 증강제를 병용 투여한 동물실험단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은 담배를 활용해 코로나19 재조합 백신 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데 성공,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은 재조합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면역 증강제 활용 여부 등을 검토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엔비엠은 벼에서 분리한 식물세포를 플랫폼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돼지열병 백신, 일본뇌염 백신 등의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행상황이 공개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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