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감염병 명의’ 이대목동병원 최희정 교수
-원내감염이 발생하는 이유는?
‘원내감염’이란 입원 48시간 후 발생하는 감염으로, 70%는 환자의 면역력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화상을 입어 피부가 온전하지 않은 환자들은 일차 방어기전이 파괴돼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또 유방암,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광범위하게 임파선이 절제돼 팔·다리에 림프부종이 생기고 피부와 피하조직이 약해지는데, 이때 균이 들어오면 피부 봉와직염이 발생·재발하는 등 환자 면역상태에 따라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병원환경과 관련된 것으로, 병원환경에 의한 예방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원내감염은 늘어나는 추세인가?
예전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감염에 취약한 면역저하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령인구와 암 수술, 장기이식수술 환자 등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많아 졌고, 다른 염증질환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들도 늘었다. 또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 삽입물, 미용목적 보형물 사용 등 각종 시술이 많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항생제 사용 측면에서는 일반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 다제내성균들이 전보다 많아져 이에 대한 치료가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감염에 취약한 질환은?
면역력이 약하다고 알려진 기저질환들이다. 당뇨병, 만성신질환, 투석을 받는 경우 더 취약하고, 간경화 등 만성간질환, 만성폐질환 등도 포함된다. 또 항암제를 투여 받고 있는 환자와 장기이식환자, 루푸스 등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자가면역질환자들도 감염에 취약하다. 수술 후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수술부위 상태에 따라 감염률이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다른 수술에 비해 감염률이 높은데, 이는 대장 자체에 이미 균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중환자실 감염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은 대부분 전신상태가 약해졌고, 많은 약들을 투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감염까지 발생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중환자실에서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 후에도 만성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입원기간이 늘고 고가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해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중환자실의 경우 기구삽입을 한 환자들이 많아 일반병동 환자보다 감염 발생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환자실 기구관련 감염을 철저히 모니터링 하는 등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환자실에서는 어떤 감염들이 발생할 수 있나?
중환자실 입원 후 기구를 삽입하면 기구관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소변양을 측정해야 하거나 자의로 소변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장기간 소변줄을 삽입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요로감염이 대표적이다. 또 중심정맥관을 삽입한 후 나타나는 중심정맥 관련 혈류감염도 있다. 이 경우 중심정맥관을 오래 삽입할수록 혈류감염 발생률이 증가한다. 이밖에 인공호흡기를 삽입 후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이 생기기도 한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들의 경우 의식이 약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먼저 증상을 호소하기보다 의료진들이 임상적 소견들을 모니터링해 진단하고 있다.
-어떤 치료들이 시행되는지?
우선, 부위별 감염에 대한 경험적 치료를 실시한다. 경험적 치료란 원인균에 대한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균과 항생제 내성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발열과 같은 증상이 생기면 의심되는 부위에 배양검사를 하고 곧바로 항생제치료를 시행한다. 이때 여러 균을 예상해 광범위항생제를 쓰는 방식이다. 이후에 검사에서 균이 나오면 균에 맞는 항생제로 조정한다. 이미 여러 항생제를 사용해온 환자라면 더 많은 범위의 광범위항생제를 쓰는데, 이로 인해 여러 장기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관련 검사와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항생제 사용 효과를 높이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빨리 투여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기간 ▲용법 ▲환자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하게 교체·사용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감염 발생 시 여러 균을 염두에 두고 광범위항생제를 사용하지만, 이후 원인균이 발견됐을 때는 해당 균에만 효과가 있는 항생제로 교체해 사용해야 한다. 사용 기간 또한 적절히 사용·중단해야 효과가 좋다. 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장염 등이 생기기도 한다. 간혹 용량을 낮춰 항생제를 조금만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치료가 잘 안 되는 것은 물론, 남아있는 균에 내성이 생길 위험도 있다. 특히 환자 임의대로 증상을 판단해 복용방법을 지키지 않고 용량을 줄여선 안 된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비뇨의학과 수술, 여성암 수술 등에서 무항생제 수술을 상당수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고가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환자의 의료비용 부담을 낮추고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항생제 사용에 있어 제한사항은?
원인균이 나오지 않거나 호전되지 않으면 더 좁은 범위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항생제 선택의 폭이 제한돼 각 균에 적합한 항생제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신약이 수입돼 들어오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광범위항생제만 사용하다보면 앞으로 다른 약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현재의 원내감염 대응을 비교한다면?
코로나19 이전에 우리는 메르스를 겪었다. 결과적으로는 학습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의 경험으로 호흡기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원내 감염의 문제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 때문에 혼선을 최소화하면서 방역조치를 빠르게 취하고 조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취했나?
원내 공기·비말·접촉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 손 위생 등 기본적인 조치와 함께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차단했다. 또 환자들과 접촉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면회금지, 보호자 상주 제한(1명) 등의 조치를 실시했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간병인도 모여서 식사·대화를 금지하는 등 의료진과 같은 예방수칙들을 준수하도록 했다. 병원 근무인력들은 밀집되지 않도록 회의를 하지 않거나 인원을 제한했으며,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발견되면 출근을 하지 않거나 즉시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근무를 제한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독감을 비롯한 다른 호흡기감염들이 함께 감소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은 계절성 질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종식되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 후 확진자 수가 줄어든 나라도 있지만, 영국처럼 방역수준을 낮추면서 최근 다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사스 때처럼 완전히 없어지지는 못하고 국지적으로 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고위험군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것은 줄더라도 완전히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계속해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독감 백신처럼 정기적으로 새로 백신을 맞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백신이 발생 자체를 막지 못하더라도 중증감염으로 발전하는 것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방역 수칙 준수가 계속해서 필요한 것인가?
그렇다. 지난해 접촉이 줄고 마스크 착용, 손 위생 등 개인위생이 철저히 지켜지면서 코로나뿐 아니라 독감도 예방 효과를 봤다. 개인위생으로 관련 질병 감소 효과를 경험한 만큼, 앞으로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 다른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감염병도 고려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은 계속해서 발생한다. 다른 형태로도 올 수 있다.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계속해서 감염병 예방·관리 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추후에도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해 조언한다면?
감염병 예방·관리의 기본은 손 위생이다. 이는 의료진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손 위생과 함께 호흡기 질환 예방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사소하게 생길 수 있는 호흡기 감염 또한 예방할 수 있다. 원내감염이 발생한 경우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사용해 대응한다면 다제내성균 발생을 줄이고 감염 확산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이화여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에서 ▲열병 ▲원인불명열 ▲해외귀국후 발열 ▲면역저하자 감염 ▲성인예방접종 등을 진료하고 있으며, 감염관리실장을 맡아 원내감염 예방·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또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학술이사·법제이사·총무이사, 대한화학요법학회 총무이사 등으로 활동했고, 현재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을 맡고 있다. 수술실·중환자실 등 감염관리와 항생제 치료, 백신 접종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관련 논문 집필에도 수차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