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세계적 추세" vs "안전성 문제"

입력 2021.06.24 07:15

기재부 신규 과제, 소비자 편의 높이면서 업계 판로 확대가 목적
논의 시작 전부터 삐걱… 정부 "합의안 나오면 추진"

안경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도수가 있는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업체에서는 소비자 편의와 업계 판로 확대, 세계적 추세 등을 고려해 온라인 판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안경사협회를 비롯한 일부 안경업계는 안전성 문제와 영업권 침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본격적인 논의 전부터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추후 규제 완화와 신사업 추진에 진통이 예상된다.

◇안경 온라인 판매, ‘한걸음 모델’ 선정… 상생안 논의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안경 온라인 판매서비스’를 상반기 ‘한걸음 모델’ 신규 대상 과제로 선정·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걸음 모델은 정부가 규제 문턱을 낮추고 신사업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로, 기존 사업자간 갈등을 중재함으로써 양측이 합의를 통해 상생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행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상 도수 안경을 온라인으로 주문·구매하는 것은 금지됐으나, 규제를 완화하고 신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가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업체(딥아이)와 기존 업계 간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통해 주문·측정·제작… 해외서 이미 상용화
‘안경 온라인 판매서비스’는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상 피팅한 안경을 주문에 맞춰 제작·배송하는 사업이다. 안경 제작을 위해서는 최근 6개월 내 안과 시력검사 결과를 온라인에 입력해야 하며, 안경사(판매업체 소속)는 입력된 시력정보를 기반으로 도수렌즈를 제작한다. 이후 애플리케이션에서 측정한 ▲얼굴 크기 ▲눈동자 위치 ▲눈 사이 거리 ▲높이 등에 맞춰 안경을 조정·완성한 후 택배로 배송한다. 택배로 받은 도수안경이 불편한 경우 무료로 반품·환불할 수 있다. 사업을 추진 중인 딥아이 측은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도수안경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규정상 도수렌즈를 안경원에서만 판매할 수 있고 택배 등 통신판매를 할 수 없다”며 “최근에는 기술 발전을 통해 안경 제작에 필요한 얼굴정보를 스마트폰 앱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안경원에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안경테를 고르고 시력정보를 입력하면 본인에게 맞는 도수안경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경사협회 “안전성·전문성 무시… 생존권 말살하는 정책”
본격적인 논의 시작 전이지만 대한안경사협회를 비롯한 기존 안경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적인 검사와 보정작업을 거치지 않을 경우 어지럼증, 약시, 눈모음 장애 등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에도, 이 같은 안전성 문제와 안경사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신사업을 검토·추진하는 과정에서 안경업계의 영업권 침해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한안경사협회 측은 “안경은 개인별 시습관이나 시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굴절검사를 통해 완성해야 하는 의료기기”라며 “(온라인 안경 판매 서비스 도입은)안경사 제도를 통해 잘 관리되고 있는 국민 눈 건강 관련 보건의료를 퇴보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 눈 건강 부실 관리를 자초하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현재 안경사협회는 ‘업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동시에, 청와대 청원과 ‘안경 온라인 판매서비스 추진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상태다. 협회는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경사들의 생존권을 말살시키는 정부의 정책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업체 측 “생존권 위협 아냐… 상생 방안 마련”
사업을 추진 중인 딥아이는 의도와 달리 회사가 안경사들과 기존 업계의 생계를 위협하려는 것처럼 비춰져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래 사업 취지는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기존 업계의 판로를 확대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었으나, 마치 회사가 ‘밥그릇’을 뺏기 위해 나선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딥아이 측은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안경사가 배제될 수 있다는 일부 안경업계의 우려와 달리, 전문가인 안경사 참여 없이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한걸음 모델’을 통해 관련 협회·안경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합의안 도출을 위해 열린 자세로 논의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판매가 생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진다면 새로운 판매방법으로 안경원을 홍보하고 고객 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임대료와 재고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며 “온라인 판매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영세 안경원이나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딥아이의 온라인 기술과 서비스를 모든 안경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 형태로 공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의 경우 주문 전 정밀 시력검사는 물론 ▲자체 전문안경사의 도수렌즈 제작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소비자 얼굴 정밀 측정 ▲측정값에 따른 조정 등의 과정을 거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딥아이 관계자는 “미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 등 해외에서 이미 (온라인 판매의)안전성이 검증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도수렌즈를 해외에서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도수 범위의 렌즈로 한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대화의 장’ 마련에 나선 정부는 본격적인 대화 시작 전부터 반대에 부딪힌 셈이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걸음 모델의 취지 자체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입장을 교환하고 타협해보자는 것”이라며 “말 그대로 ‘토론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는데 법안을 추진하는 것처럼 잘못 비춰졌다”고 말했다. 추후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이해 당사자 간 논의 결과에 따라 합의안이 나오면 그때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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