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호' 실시간 측정기 개발… 치매 정복 가능해질까?

입력 2021.06.22 14:44

카이스트 연구팀, 하이드로젤 이용 '뇌-기계 인터페이스' 개발

뉴런
국내 연구팀이 뇌의 전기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 가능한 장치를 개발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이를 치료하기 위해 확실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약제는 없는 형편이다.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것은 아직도 뇌의 신호전달체계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면서 향후 '뇌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뇌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뇌의 비밀 풀려면 '뇌 전기신호' 파악이 중요
뇌 구조를 연구하거나 뇌 질환을 파악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뇌의 전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성준 교수는 "뇌 질환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뇌 지도'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이라며 "예를 들어, 뇌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 그 부위와 연결돼 2차 영향이 나타나는 부위는 어디인지, 각 부위에서 어떠한 세포종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알아야 질병의 기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에 개발된 장치들은 화학적 특성이 뇌 조직과 너무 달라 이물 반응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수명이 매우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움직이는데, 예컨대 이러한 움직임에 의해 장치와 신경조직에 마찰이 일어나면 상처가 생기게 된다. 면역 체계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다른 세포를 딱지처럼 뭉쳐 '아교세포층'을 만든다. 이 세포층은 절연체(전기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물체) 역할을 해 뇌의 신호를 읽는 것을 방해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간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는 어려웠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제작 과정
박성준 교수팀이 개발한 하이드로젤 기반 '뇌-기계 인터페이스' 제작 과정./사진=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 연구팀, 실험쥐 뇌 신호 6개월 측정 성공
이에 박성준 교수팀은 반고체 형태의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 이물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연한 재질의 하이드로젤(물과 젤리가 합쳐진 것)을 이용한 것. 하이드로젤은 인체 조직을 만드는 원료로도 적합해 의학적으로 널리 쓰이는 물질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에 직접 개발한 다기능성 섬유 다발을 넣어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장치는 뇌에서 신호를 읽을 수 있는 통로와 함께 약물을 뇌 속으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까지 지녔다.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약물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박성준 교수팀의 실험은 실험쥐를 이용해 진행됐다. 연구팀은 정밀 수술용 장비를 사용해 쥐의 뇌에 장치를 삽입한 후, 최대 6개월까지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쥐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실험하면서 이물 반응에 의한 아교세포층의 발현이 기존 장치보다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8일 출판됐다. 박성준 교수는 "우선 쥐 모델에서 대형 동물로 실험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향후 생체적합성 문제와 식약처 허가 등 절차를 해결한 후 인체 실험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박 교수의 뜻대로 인체에 적용 가능한 장치를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이는 치매를 비롯한 뇌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교수는 "현재까지 초장기간 진행되는 뇌질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개발로 인해 뇌 연구 분야가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자부한다"며 "'평생 인간이 몸속에 지니고 다녀도 문제가 없는 약'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아무 불편함 없이 평생 치료용 장치를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계속 연구를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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