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은 위험" 코로나가 부른 '동굴 증후군'

입력 2021.06.22 08:00

美 성인 절반, “팬데믹 후 얼굴 마주보기 불편”
자존감 떨어져 타인과 상호작용 두려워하기 때문

불안한 사람
코로나19 대유행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고립에서 안정감을 찾은 사람들이 생겼다.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자 ‘동굴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년 넘게 집에서 머물면서 사회적 고립에 적응한 사람들이다. 재택근무, 의무적인 사교 모임에 가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등 오히려 집에서 머무는 데 안정을 느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삶이 오히려 불안하고 두려울 수 있다. 동굴 밖을 나서기 싫은 ‘동굴 증후군’이다.

◇집 밖이 불안해, 동굴 증후군
실제로 미국에선 성인의 49%가 전염병이 끝났을 때 얼굴을 마주 보는 관계로 돌아가는 게 불편하다고 답한 설문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심리학 협회의 최근 연구에 실린 내용이다.

‘동굴 증후군’은 현장에서 이런 현상을 느낀 미국 정신과 전문의 아서 브레그만(Arthur Bregman) 교수가 지칭한 용어다. 브레그만 교수는 “코로나19 제한이 해제된 후 집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극도로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매일 진료하고 있다”며 “지난 몇 달간 직접 대면하는 일을 피하고자 진단서를 요청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질적으로, 떨어진 자기 효능감 때문에 고립이 편안해져
드디어 나가게 됐는데,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지현 교수는 “먼저 원래 기질적으로 내성적이고 고립을 즐기던 사람들이 사회에 적응해 살다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억지로 격리가 된 이후 편안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게 됐을 수 있다”면서 “다른 이유로 혼자 고립돼 있다 보면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면서 자존감이 떨어져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걸 두려워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사람과 대면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고 봤다.

◇회피할수록 질환 될 가능성↑
‘동굴 증후군’을 느끼는 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안지현 교수는 “집에만 있으면 일단 몸이 편한 상태이기 때문에 적응되기 쉽다”며 “병적인 건 아니기 때문에 나가는 게 두려운 불안을 경험한다고 해서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두렵다고 사회로 나가려는 도전을 하지 않고 지속해서 집 안에만 있으려고 할 때 생긴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두렵다고 사회적 교류를 하려는 시도를 계속 피한다면 만성화돼 실제 사회불안증, 대인기피증 등 병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교류가 어려워지고 힘들어지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기 껄끄럽다 느끼기 시작할 때 상황을 회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 회피한다면 차후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한 시기에 직무 수행 능력, 사교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이 1년이나 지속됐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게 어색한 건 당연한 것”이라며 “그런 불편함을 확대해석하지 말고, 위축되지 말고, 편한 자리부터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인부터 파악해야
결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 교류를 위해 나가야 한다. 어떻게 동굴에서 나갈 수 있을까? 먼저 나가는 걸 껄끄럽게 하는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정말로 고립돼 일하는 게 좋은지, 합리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혼자 있으면서 자기 효능감이 떨어진 것이라면 매일 작은 성취감을 찾도록 노력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지현 교수는 “매일 5~10분씩 걷기나 작은 말에 의미를 담기 등 자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사소한 습관을 기르는 거나, 사회적 교류를 하며 성취해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좋다”며 “다른 사람들과 비교나 경쟁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류는 쉬운 자리부터 천천히 시도하는 게 좋다. 먼저 SNS나 메신저로 잦은 교류를 갖도록 노력하고, 가족이나 같이 있을 때 편한 모임부터 나가도록 한다. 재택 출근을 하고 있었다면 사무실에 나가는 날을 조금씩 늘리는 것도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친구와 여행을 갔거나, 콘서트에 참석하는 등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즐거웠던 사회적 교류를 회상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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