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실시권'과 함께 대안 부상… 국내 기업 기술력이 관건
최근 유럽의회는 코로나19 관련 의료제품의 특허권 유예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5월 세계무역기구(WTO)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지지를 밝힌 이후 한 달 여 만에 유럽에서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것이다. 유럽의회의 입장 발표 이후 특허권 유예와 강제실시권 저울질이 본격화됐다. 둘 중 우리나라에 더 유용한 제도는 무엇일까?
◇특허권 유예 vs 강제실시권, 차이는?
먼저 특허권 유예와 강제실시권에 대해 살펴보자. 코트라에 따르면, 지식재산권의 하위개념인 특허권은 새로운 발명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유예 기간에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강제실시권은 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하는 상태에서, 권리자의 승인 없이 정부가 강제로 해당 특허물질을 생산·사용하는 권한이다.
WTO는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TRIPs 협정)'을 통해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발명에 대한 특허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공중보건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특허권 유예와 강제실시권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슷해 보이는 두 제도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특허권 유예는 발명주체의 권리를 일절 인정하지 않기에 정부의 보상이 불필요하고, 유예기간은 국가 간 협상 등을 통해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 사법적 이의제기 가능성도 작다. 대신 국제기구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백신 개발사들의 권리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강제실시권은 국내법으로 강제실시권 발동을 규정, 국가 비상사태나 극도의 긴급상황 속에서 빠른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 시행할 수 있다. 국가가 강제로 사용하더라도 특허권 유예와 달리 특허권 자체는 인정되기 때문에, 특허권 가치를 고려한 경제적 보상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사용 승인절차나 보상 수준 등에 대한 특허권자의 사법적 이의 제기 가능성이 크다. 실제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1997년 에이즈 치료제 강제실시권을 실시했다가 39개의 다국적 제약사와 소송을 겪은 사례가 있다.
◇발효 시 우리나라에 더 유리한 것은?
장단점이 뚜렷한 특허권 유예와 강제실시권제도 중 발효 시 우리나라에 더 유리한 제도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제도의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느냐에 따라 이익을 챙길 수도,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트라 통상지원팀 김수정 연구원은 "만일 특허권 유예가 된다면, 국내 제약사가 기술과 특허물질을 이용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고, 강제실시권이 발효되면 국내법으로 특허물질 사용이 보장된다"고 밝혔다. 김수정 연구원은 "그러나 두 제도 모두 생산 기반과 기술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현재 시점에선 mRNA 백신 제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두 제도가 발효된다 해도 이득이 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 윤경애 변리사도 "특허권 유예나 강제실시권은 기술력이 있는 준비된 기업에만 유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윤 변리사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준비 상황도 문제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모더나, 큐어벡 등 백신을 개발·생산한 기업들조차 조성물 특허 분쟁을 진행 중인 상황임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