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때문? 고혈압, 남성보다 여성에게 치명적인 이유

입력 2021.05.26 17:22

고혈압 합병증 위험 높아… 약물 부작용도 남성보다 많아

고혈압
여성은 고위험 합병증으로 인한 건강손상 위험이 더 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은 음주, 흡연, 과식하는 중장년 남성에게 많은 질환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들여다보면, 고령일수록 여성 고혈압 환자가 훨씬 많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여성 고혈압 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고혈압 조절률은 매우 낮고, 합병증도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은 여성 사망의 주된 원인이며,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왜 고혈압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치명적일까? 여성 고혈압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고혈압 여성, 남성보다 장기 손상 많아
고혈압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는데, 특히 여성에게 더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킨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조은주 교수에 따르면 고혈압이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고혈압에 의한 좌심실 비대, 심부전, 동맥 경직도 증가, 당뇨, 만성 콩팥질환 등 장기 손상이 더 많이 발생한다.

노인의 최대 적이라고 불리는 인지장애(치매)에도 고혈압은 악영향을 미친다. 인지장애는 고령 환자 중 특히 여성에서 흔한데,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순응도를 낮춘다. 그뿐만 아니라 고혈압 자체가 인지장애를 초래하고 악화한다. 조은주 교수는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손상은 여성에게 훨씬 더 흔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부분이다. 2016년 유럽 심장질환 사망률은 평균 45%였는데 남성의 심장질환 사망률은 40%, 여성은 49%였다. WHO의 2019년 통계에서 미국 여성의 사망원인 1위도 심장질환이었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홍경순 교수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여성 사망률이 높고, 고혈압은 전통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라고 말했다.

◇임신, 폐경… 여성 고혈압 위험 높이는 주범들
고혈압이 여성에게 더 치명적인 이유는 여성만 가진 고혈압 위험인자 요인 때문이다. 임신과 여성호르몬은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

임신 중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은 고혈압이며 보통 임산부 10명 중 1명은 고혈압에 의한 심혈관 질환을 겪는다.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으로는 전자간증(새로이 진단된 고혈압이 단백뇨 또는 간 기능이상, 혈소판 감소, 콩팥기능 이상 등 장기 손상과 병행할 때), 만성고혈압, 만성고혈압에 합병된 전자간증, 임신성 고혈압 등이 있다.

조은주 교수는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은 출산 후 심혈관 질환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당뇨와 만성 콩팥병 발생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여성호르몬이 많이 감소하는 폐경은 고혈압 유병률을 크게 높인다. 20세 이상 전체 여성인구 중 고혈압 유병률은 18.6% 정도로 폐경기 전까지 남성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낮은 편이나, 65세 이상 폐경기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남성을 뛰어넘는다. 여성호르몬의 감소가 고혈압 발생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여성호르몬은 심혈관 보호 작용 기능이 있다.

조은주 교수는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부족해지면 내피세포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체질량지수가 증가하며 당뇨, 교감신경 활성, 레닌분비증가, 안지오텐신II 증가 등으로 생물학적으로 가용한 산화질소가 감소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렇게 되면 혈관의 내피세포 수축에 관여하는 물질이 다량 활성화되어 염분섭취에 과도하게 반응하게 되고, 혈관 내 압력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고혈압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치료도 더 어려운 여성 고혈압
고혈압 치료는 운동과 식이 등 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약물을 정확히 사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성은 고혈압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남성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1.5~1.7배 더 많은 고혈압약 부작용을 겪는다.

조은주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항고혈압제로 인한 전해질 균형이상, 부정맥, 통풍 등의 발생률이 높고, 칼슘길항제에 의한 말초부종도 더 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떻게 해야 고혈압을 적절히 관리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손상,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기 전 혈압을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을 권고했다.

조은주 교수는 "일단 치료를 시작했다면 약물 복용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조절률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혈압의 조기 진단과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피드백을 자신에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가혈압 모니터링은 적절한 피드백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라고도 전했다.

홍경순 교수는 "고혈압으로 인한 심장질환만 봐도, 여성은 호흡곤란이나 어지럼증, 실신, 호흡곤란, 두통 등의 증상이 남성보다 많이 나타나는 등 비전형적인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여성 고혈압에 대한 인지도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맞는 고혈압 관리 필요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맞는 여성 고혈압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산업화 환경변화로 인해 새로운 여성 고혈압 관리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연령과 고위험 임산부가 증가하고 있기에 직장 내 혈압관리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산전 혈압 자가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혈압 위험이 커지는 폐경기 고혈압 관리를 위한 전반적인 모니터링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신진호 교수는 "폐경기에는 고혈압 유병률이 급격히 변화하기에 일상적인 혈압측정 활동과 생활요법 병행 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는 여성 고혈압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사출신으로 고혈압 임상진료지침 제정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여성 고혈압 발병률이 높아지는 만큼 여성 고혈압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연구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국회는 여성 고혈압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의료계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기존 제도는 점검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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