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노 마스크’… 한국은 언제쯤?

입력 2021.05.20 16:53

미국, 영국, 이스라엘, 호주 등 ‘백신 모범국’, 잇단 ‘해제’ 선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마스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일부 국가들이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백신 접종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나온 성급한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모으면서도, 우리나라 또한 이들 국가의 추이를 지켜보며 사전에 마스크 착용 규정 완화 시점을 논의·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美 보건당국, 실내외 ‘노 마스크’ 허용
20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여러 주(州)와 주요 유통·외식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속속 해제하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백신 접종자가 최종 백신 접종일로부터 2주가 지났을 경우 마스크 착용과 6피트 거리두기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도 되며, 월마트와 코스트코, 퍼블릭스, 스타벅스, 디즈니 월드 등도 이달 중순부터 자유롭게 마스크를 착용·미착용하는 등 마스크 착용 규정을 완화했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3일 브리핑을 통해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없다”며 마스크 착용에 대한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

다만, 모든 주(州)와 기업이 이 같은 권고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뉴저지주, 캘리포니아주 등은 지역 백신 접종률과 추가 검토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현지 기업 중에서도 애플과 메이시스백화점 등은 매장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보건당국 지침에 따라 마스크 착용 규정을 완화한 기업 역시 지방정부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경우 지방정부의 권고안을 따르고 있다.

◇이스라엘·호주·영국도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백신 접종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나라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백신 접종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이스라엘의 경우 일찌감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조만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또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정부 역시 지난 6일 이후 지역 단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17일부터 마스크 의무착용, 집합 제한 조처를 해제했다. 영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데 이어, 축구경기, 콘서트 등에서 잇달아 ‘노 마스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없이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향후 안전하게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의도다.

◇미국 전염병 전문가들 “1년은 더 착용해야”
그러나 각국 정부의 ‘노 마스크’ 지침을 달갑게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백신 접종이 곧 100% 면역 형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마스크를 벗을 정도로 백신 접종률이 올라온 것 또한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백신을 맞거나 마스크를 잘 착용했음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마이클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원하는 국가들은 지역 감염 강도와 백신 보급 정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규정 완화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전염병 전문가 7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5%만이 올 여름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80% 이상은 앞으로 최소 1년은 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르면 연내?​ 해외 사례 지켜보되, 보수적 접근 필요”
국내 전문가들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접종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로써는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이스라엘, 영국 등과 같이 접종률을 높여 집단면역을 형성한 후, 이들 국가의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따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7일 기준 이스라엘·영국·미국의 1회 이상 예방접종률은 각각 62.8%·53.5%·46.7% 수준이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이른 시기인 것은 맞지만 면역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해볼 수 있는 실험이라고도 생각한다”며 “국내에서도 마스크를 벗게 될 시기가 오는 만큼, 각국의 실험 결과를 지켜보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정부의 계획대로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연말 정도에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외국보다 보수적으로 검토·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각국의 시도는 마스크를 벗는 데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모험”이라며 “재확산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이들 국가보다 접종률 기준을 높게 설정하고 결과를 보며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와 관련 해외 조치를 곧바로 국내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경우 전 국민의 약 9.9%가 기확진돼 자연면역을 가지고 있고, 1차 백신 접종자 또한 46%에 달할 정도로 접종률이 높은 상황에서 취한 조치”라며 “이런 조치를 국내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방역상황’과 ‘예방접종률’을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변경 요건으로 제시했다. 추후 확진자 수, 변이 바이러스 영향 등에 따른 방역상황을 고려한 후 예방접종률이 안정적으로 올라간다면 방역 수칙 완화를 검토·판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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