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 가벼운 인대 손상에 평생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Dr. 박의현의 발 이야기] (41)

이미지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흔히들 누군가의 '발목을 잡다'라는 말을 쓰고는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일본 등에서도 유사한 표현이 있는 관용어구이다. 인간은 두 다리로 걷기 때문에 발목은 몸의 무게를 가장 많이 지탱하는 관절이며, 발목을 '잡히게' 되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서일까? 발목은 바로 위 구동 관절인 무릎과는 달리 넓은 범위의 운동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 전거비인대, 후거비인대, 종비인대, 삼각인대와 여타 관절에 비해 많은 세부 인대들이 가동 범위를 커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족 보행을 하는 인간의 특성을 반영한 것인지 연간 발목인대파열 환자는 130만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을 넘어 설 정도로 흔한 질병이며, 특히 5월의 환자수가 가장 많았다. 발목인대 파열 환자의 대부분은 흔히 '삐었다' '삐끗했다' '접질렀다'로 표현하는 급성 환자로 스포츠나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며 통증도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깁스, 재활치료, 주사치료 등의 적절한 보존적 치료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급성 환자의 경우 MRI 소견상 인대의 완전 파열·부분 파열의 구분이 확연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용이한 반면, 만성 발목 불안정증으로 진행됐을 경우는 MRI 영상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만성일 경우 MRI 상에 인대가 보여도, 두꺼워지거나 얇아지거나 너무 늘어나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소견이 있다. 이 경우는 영상을 통한 해부학적 평가와 관절의 기능적인 평가를 동시에 수반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의사의 경험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인대가 파열됐는데 전 그간 어떻게 걸었죠?"라고 묻는 이들이 있다. 필자는 잦은 질문에 발목은 여러 인대가 지탱해 주기에 특정 인대가 손상되어도 나머지 인대가 걷는 기능을 나눠 수행해 줄 수 있어 일상에서의 평지 보행은 가능할지 모르나 만성적 불안정증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만성 발목 불안정증이 지속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적기에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존적 치료로 안정적 회복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수술적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발전된 술기에 따라 수술적 치료도 내시경 봉합술, 미니절개인대봉합술, 인대이식술 등을 환자의 상태, 직업 및 생활 환경을 감안해서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내시경 봉합술은 작은 구멍을 통해 전거비인대를 봉합하는 술식으로, 흉터가 작고 회복기간이 짧은 이점은 있으나,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니절개인대봉합술은 중등도 이상에서 불안정이 심한 경우 전거비인대 및 종비인대 그리고 주변지지대까지 봉합하는 방법으로, 절개를 해야 해서 흉터가 일부 남을 수 있지만, 고정력과 안정성이 높고 재발률이 낮은 장점이 있다. 인대이식술은 인대재파열이나 인대가 없는 소실 환자, 전신이완증(체질적 유연성), 거골하관절 불안정증이 있을 경우에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면 일률적 수술과 치료방식이 아닌 환자의 인대 손상과 불안정증 정도에 따라 선별적 수술 및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침묵의 관절인 발목이 인대손상에 그치지 않고 발목연골손상과 발목관절염까지 진행되기 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발목 불안정증은 증상이 아닌 질환이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