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주범 이산화질소, 파킨슨병 위험 높여"

입력 2021.05.18 14:11

정상인과 파킨슨병 환자의 뇌
▲핵의학 영상으로 관찰한 정상인의 뇌(좌)와 파킨슨병 환자의 뇌(우)/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자동차나 화력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NO2)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기오염이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학계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이산화질소와 파킨슨병의 상관관계를 대규모 인구에서 입증한 것이다.

이산화질소는 내연기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주로 발생하며,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일수록 대기 중에 많이 섞여 있다. 특히 서울은 세계 80개 주요 대도시 중 이산화탄소 대비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세 번째로 높으며, 경제 규모가 비슷한 해외 선진국 도시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2002년~2015년)에서 서울에 계속 거주하며 파킨슨병 발병 이력이 없는 40세 이상 성인 약 7만8830명을 추려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의 대기오염 노출 정도와 파킨슨병 발생 여부를 최장 9년간 추적 관찰했다. 대기오염 노출 정도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제공하는 25개 자치구의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기반으로 했다. 분석 기간 중 서울시 내에서 다른 구로 거주지를 옮긴 경우 해당 구의 대기오염 노출 수치를 새로 반영했으며, 서울시 밖으로 이주했거나 사망했다면 추적을 종료했다.

이산화질소에 따른 파킨슨병 위험도 표
▲이산화질소 노출에 따른 파킨슨병 발생 위험도/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연구 결과,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많은 상위 25%는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적은 하위 25%보다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41%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나이와 성별, 파킨슨병과 관련된 각종 질병 값 등을 보정한 결과다. 이산화질소 외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오존, 이산화황, 일산화탄소는 파킨슨병 발생과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정선주 교수팀은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 발생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기전을 세 가지로 추정했다. 첫 번째로는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병리소견인 '알파-시뉴클린'과 '루이소체'의 침착이 후각신경부터 시작되는데, 코로 흡입된 이산화질소가 콧속 후각신경에 독성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파킨슨병의 비운동 증상 중 하나인 후각기능 저하와도 연관성이 제기됐다. 두 번째로는 체내로 유입된 이산화질소가 염증인자인 인터루킨-1베타(IL-1beta), 인터루킨-6(IL-6), 인터루킨-8(IL-8), 종양괴사인자-알파(TNF-alpha) 등을 증가시키고 뇌염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이미 잘 알려진 병리소견인데, 뇌로 전달된 이산화질소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는 “지금까지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졌고, 호흡기나 심혈관질환만을 다뤄 뇌질환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국내 인구를 기반으로 이산화질소와 파킨슨병 발생의 연관성이 처음 확인된 만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환경 정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학분야 저명 학술지인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에 최근 게재됐으며, ‘이달의 저널(Article of the Month)’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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