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마약 사이… 래퍼 A의 향정신성의약품 복용 처벌은?

입력 2021.05.06 17:00

약물 수집 경위, 투여량 따라 처벌하기도

의약품 사진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은 오남용하면 중독성과 내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힙합 오디션 출신 래퍼 A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복용한 혐의로 조사받은 사실이 전해졌다. 사실이 전해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A씨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류'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약'과는 차이가 있다. 치료 목적으로도 쓰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약류로 분리되는 향정신성의약품. 전문가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성 약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향정신성의약품, 마약류 맞지만 '마약'은 아니야
지난 4일,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린 래퍼 A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 복용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씨는 최근 SNS 동료 래퍼들과의 갈등을 호소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본인이 "스토킹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자, 팬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이 A씨의 집에서 확인한 것은 스토킹 현장이 아닌 다량의 '향정신성의약품' 봉투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A씨가 이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언제부터 얼마나 투약한 것인지 위법성을 확인하고 있다.

A씨의 자택에서 확인된 향정신성의약품은 그 자체로 마약인 것은 아니다. A씨가 정확히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의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로, 본래 정신질환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모든 약물을 일컫는다. 그러나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은 오용(잘못 사용)하거나 남용(과도하게 사용)하면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 이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법)'에서는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잎 등으로 만들어진 가공품 중 의약품이 아닌 것으로, 향정신성의약품과는 다르다.

마약류로 관리되는 향정신성의약품 중, 의료용으로 흔히 쓰이는 것은 ▲알프라졸람 ▲바르비탈 ▲클로나제팜 ▲디아제팜 ▲로라제팜 ▲미다졸람 ▲졸피뎀 ▲덱스트로메토르판 ▲프로포폴 등이 있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이들 약을 오남용할 경우, 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금단현상을 느끼는 '중독성'이나 효과를 보기 위해 점점 많은 용량의 약을 필요로 하는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향정신성의약품이 다른 향정신성의약품과 비교해 중독성이나 내성이 생길 위험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제대로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성원 교수는 "전문가의 엄격한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위험성을 경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약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즉, 향정신성의약품 자체를 마약으로 부르는 것은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A씨의 집에서 발견된 의약품을 '마약성 약물'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향정신성의약품도 일정 이상 과도하게 복용하거나 불법적으로 수집·유통했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마약법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야기하게 할 염려가 있을 정도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장기 또는 계속 투약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A씨가 향정신성의약품을 어떻게 수집했는지, 얼마나 양을 투약했는지 등에 따라 위법성이 판단된다.

◇마약류 지정 항불안제… 잘 쓰면 藥, 못 쓰면 毒
마약류로 관리되고 있는 향정신성의약품 중 정신질환 치료에 흔하게 처방되는 것은 ▲알프라졸람 ▲클로나제팜 ▲디아제팜 ▲로라제팜 ▲미다졸람 ▲졸피뎀 등이다. 이중 졸피뎀을 제외한 약들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로, 우울증·공황장애 등 정신질환 치료에 흔히 쓰인다. 항불안제는 크게 5가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성원 교수는 "항불안제는 항불안작용 외에도 진정·수면작용, 항경련작용, 근이완작용 등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며 "다만, 부작용으로 집중력이 낮아지거나 멍해지는 등 인지기능 저하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항불안제를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쓰기 위해서는 '최소용량'을 '최단기간'만 써야 한다. 오남용 예방을 위해 국가에서는 마약류로 관리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최대 28일 분량까지만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노성원 교수는 "28일 이상 처방은 중증 정신·신경질환자이거나, 장기간 항해하는 선원인 경우 등 특수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A씨처럼 향정신성의약품을 한 번에 과다복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노성원 교수는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복용하면 항경련·근이완작용으로 인해 심하면 호흡곤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약효가 줄었다는 생각이 들 땐 임의로 복용량을 늘리지 말고, 의사와 상의해 약제를 변경하는 등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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