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환자한테 감기약? 육군 훈련소 환자 관리 ‘도마 위’

입력 2021.05.06 14:00

육군훈련소
육군 훈련소에 입대한 천식 환자가 적절한 치료 없이 일주일 간 격리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육군훈련소에 입대한 천식 환자가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음에도 감기약만 처방받은 채 격리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는 귀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약 일주일을 보냈으며, 귀가 조치된 후에도 천식과 함께 불안, 불면증 등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육군훈련소가 사과와 함께 해명에 나섰지만, 최근 군부대 격리시설 논란과 더해져 계속해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천식 호소했지만… 감기약 처방하고 “귀가 사유 아냐”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천식 증상으로 인해 치료와 귀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수일 간 방치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 왔다. 어렸을 때 천식을 앓았다는 작성자 A씨는 “군대에 들어가기 전 거의 호전된 것 같아 신경 쓰지 않고 입대했다”며 “그런데 입대 2일차부터 콧물, 기침이 났고, 소대장에게 말해 유선 상담을 통해 약을 처방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훈련소에서는 A씨에게 천식약이 아닌 일반감기약을 처방했다. 약 복용 후에도 증상이 지속·악화된 A씨는 훈련소에 귀가 조치를 요청했으나, 훈련소 측은 “천식은 귀가 사유가 아니다”는 이유로 귀가 조치 대신 매일 A씨와 유선상담을 진행했다. 이후 A씨는 호흡기질환자로 분류돼 격리 조치됐으며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 A씨에 따르면 훈련소 격리 시설은 침대 위에 먼지가 쌓이고 벌레가 나오는 등 비위생적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A씨는 “소대장·분대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천식으로 나간 애는 못 봤다’, ‘마인드를 바꾸라’고 말했다”며 “월요일에 나간다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월요일에 와서는 ‘내일에야 (귀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시간을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귀가 조치됐으며, 현재도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물질 노출 많은 군부대… 언제든 재발 가능성
A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일은 천식 환자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었던 일이다. 천식은 알레르기 물질에 노출되면 언제든 증상이 재발·악화될 수 있으며, 이때 즉각적인 처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도 있다. 특히 주변 환경이 대부분 산, 들판 등으로 이뤄진 군부대는 알레르기 물질이 많아 재발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군에서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치료 전력, 증상 정도,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천식 환자에게 3~7급 판정을 내리고 있기도 하다.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영석 교수는 “군부대는 천식 유발 원인인 꽃가루, 미세먼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라며 “실제 사회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도, 입대 후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발작 등을 일으켜 천식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테로이드 흡입제 치료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에도 감기약을 처방한 것은 치료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당사자가 천식 환자가 맞다면 감기약을 처방하고 먼지 쌓인 방에 격리돼 증상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격리 전 코로나19·호흡기질환 감별 시스템도 개선해야”
이번 일은 군대 내에서 코로나19와 다른 호흡기질환의 감별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다. 훈련소는 기침, 콧물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A씨를 격리했지만, A씨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아님에도 의심 증상을 보였다는 이유로 격리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격리시설뿐 아니라, 격리 전 유증상자를 분리하는 시스템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거 군의관으로 복무한 이영석 교수는 “이번 일은 환자가 증상을 호소했을 때 군의관을 만나게 해주고 흡입제를 처방했으면 해결됐을 문제”라며 “기존에는 이 같은 사례가 없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군 내부 의료 시스템이 평소보다 경직되며 이번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민감한 시기에 환자가 의심 증상이 있다 보니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군 내부에서도 유증상자를 무조건 격리하기보다, 부대 내 군의관을 통해 진단·처방을 하는 등 다른 질환과의 정확한 감별·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육군은 이번 일과 관련 “진료 과정에서 천식에 대한 언급 없이 감기 증상만을 호소해 이 같은 처방을 내렸다”며 “배정된 시설은 청소 등 기본적으로 정리된 상태다”고 설명했다. 귀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병역법상 귀가는 입영 후 7일 내 처리가 원칙이나, 감기증상으로 인한 코로나19 예방적 격리 등으로 지난 3월 29일 입영, 4월 6일 귀가해 다소 지연된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끝으로 “군 병원의 귀가 판정 당시 군의관 등에 의해 재신검 절차가 설명됐으나 해당 인원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오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훈련병 입장에서 충분히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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