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해열제만 사도 코로나 검사? 실효성 논란 ‘시끌’

입력 2021.04.20 09:07

방문 기피·대리 처방 등 우려

약을 주는 모습
의사·약사 권고에 따른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사·약사 권고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숨은 확진자를 찾고 지역 단위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일부 지자체는 약국에 방문해 해열제를 구매하는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진단 검사를 받도록 지침을 정하고 있다. 약국가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병원이나 약국 방문 기피, 약 대리 구매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고 무시하고 확진되면 200만원 이하 벌금
서울시는 지난 14일 ‘의료기관·약국에서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검사 권고 시 48시간 내 코로나19 진단검사 이행’ 행정명령을 고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확진자를 조기 차단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의료기관 또는 약국 방문자 중 의사·약사로부터 코로나19 진단검사 권고를 받은 사람은 48시간 내에 보건소선별진료소 또는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시내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각각 진료기록부와 권고안내 명부에 검사를 권고한 방문자를 기재하며, 의사·약사 권고에도 검사를 받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200만원 이하 벌금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행정명령은 현재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인천 등 수도권과 제주도, 강원·전남·전북·경남 소재 일부 지역 등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선제적으로 행정명령을 시행한 경남 진주시의 경우, 발열·기침·오한·근육통·인후통 등으로 해열·진통제를 구매한 시민 대상으로 48시간 내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강원도 또한 지난 1일부터 한 달간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사람 ▲약국에서 조제 받은 사람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에서 해열·진통제 또는 종합감기약을 구매한 사람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지자체의 ‘의사·약사 권고에 따른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정책은 실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데 일정부분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진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행정명령 발령 후 약국·편의점에서 해열·진통제 등을 구매한 유사증상자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707명 중 2명이 진단검사 상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강원도 또한 행정명령 후 약 일주일 간 220명이 권고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약국가 “취지 이해하지만… 실효성 글쎄”
실제 확진자를 찾아내는 등 효과를 보고 있지만 반대 의견 역시 적지 않다. 환자에게 검사를 권고해야 하는 의사·약사들은 의무적인 검사와 이로 인한 행정처분에 부담을 표하는 한편, 병원·약국 방문 기피, 대리 처방 등을 두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수도권 지역 A약사는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약국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잠재적 확진자로 인식되고 검사를 받아야 하다 보니 방문이 꺼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환자 관리를 위한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오히려 환자들이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을 숨기고 검사받지 않거나 필요한 약을 처방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를 피하기 위해 약을 다른 경로로 구매하거나 가족·지인을 통해 약을 처방받을 경우, 기존에 집에 있던 오래된 약을 먹을 경우, 부작용이나 증상 악화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확진자를 판별해낸 것 자체는 성공적인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진 검사 수요에 비해 판별 수가 적다는 의견이다. A 약사는 “실효성을 평가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썬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지자체 발표대로라면 수백명 중 2~3명을 찾아낸 것인데, 이를 검사 의무화 정책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환자 관리를 위해 편의점 해열제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가 편의점 해열제를 복용하고 열을 낮춘 뒤 일상생활을 할 경우 코로나 확산 우려가 있다”며 편의점 해열제 판매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청원 글에는 20일 기준 351명이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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